한잔의 술잔 안에 담아서 / 박영숙
2011.06.27 09:31
외로운 그대여!
피곤한 그대여!
이리로 오시게나
이 바닷가 주막집에 퍼질러 앉아서
출렁이는 파도 위에 마음을 풀어놓고
한잔의 술잔 안에 꽃 같은 인생을 담아서
바람 같은 사랑을
비 같은 그리움을
목 메도록 사무치게 우리 함께 불러 보세나
심중에 두레박을 내리고
밤마다 퍼내어도 퍼낼 수 없어
하늘에 구멍 뚫고
바다에 얼굴 묻은 달님의 그리움을
비틀거려 넘어지고
밀려와서 깨어지고
엎어져서 사라지는 저 바다를
한잔의 술잔 안에 담아서
공허한 가슴에 넘칠 때까지
허무한 사랑을 마셔 보세나
피 같은 그리움을
그리움을
우리 함께 마셔 보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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