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벌써 2월 / 조정희

2010.04.20 10:34

미문이 조회 수:828 추천:1

나의 아버지시여, 아직 아무것도 채색되거나 어떤 암호도 쓰이지 않은 새로운 365일을 당신에게서 선물 받은지 바로 엊그제 같은데, 아니 벌서 2월이라니! 그것도 중순이 지나고 있으니, 이제는 세월이 빠르다느니, 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 지난다는 말 조차 하기 무색할 정도입니다. 지난 섣달 그믐날 밤, 내가 원인 모르게 혼절을 했던 거 아버지는 아시죠? 새해에 연노하신 친정 엄마가 아파트에 혼자 계실 것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우리 집에 모셔다 놓고 자손들에게 세배를 받으시게 해야지 하는 생각에 동생네 식구들과 조카들, 우리 아이들 가족까지 불렀기 때문에 대식구를 위한 떡국 끓이기와 잔치 준비가 내 힘에 겨웠던 모양입니다. 허긴 점심도 잘 챙겨먹지 않은채 무리를 좀 하긴 했어요. 전에도 10년 전 쯤인가 큰 딸 결혼을 앞두고 잠깐 기절을 했던 경험이 있어 당시 이틀 간을 병원에 입원해 검진을 했던 적이 있었어요. 아주 짧은 10초에서 15초 간이지만 의식을 아주 잃었기 때문에 남편을 비롯해 아이들은 의사의 검진을 받아 원인이 뭔지 알아야 한다며 병원에 가 보기를 권했어요. 처음은 내과 의사로 시작해, 신경의, 심장닥터를 만나 심전도를 찍고 트레이드 밀로 심장 첵크를 하고 거의 1월과 2월을 주마다 닥터를 보았지만 확실한 원인을 발견하지 못 하고 있는 거 예요. 다만 내가 먹고있는 고혈압 약이 맞질않아 심장박동을 너무 느리게 해서 기절한게 아닌가 하는 그것도 추측일뿐이거든요. 그래서 혈압약 용량을 반으로 줄이고 1,2주 복용하다 다른 약으로 바꿔 먹어 보면서 다시 진찰을 받자고 하고 일단락을 지었습니다. 의학을 연구하고 공부한 의사들도 내 몸의 변동을 모르고 원인을 잘 찾아내지 못하고 있어요. 심지어 제 남편은 의사인 동시에 나와 40년 넘게 살을 섞고 살아온 사람이지만 제 몸 속은 몰라요. 통계와 배워온 의술과 의학적인 정보만 의지하는 타 의사들과 별반 다를게 없더라구요. 하나님은 내 몸을 지으신 분이니 속속드리 아시지 않겠습니까? 어째서 혈압이 오르는지, 왜 이 약은 먹어도 되고 저 약은 부작용이 있는지, 등등의 의문에 답할 수 있겠지요? 그냥 아버지께 맡기라고요. 내려놓고 기도하면 편한 마음 상태를 유지할테니... 모든 우려와 불안이 내 몸안의 활동을 방해하는 요소가 될 수가 있다고요?... 맞습니다. 사람이 모르는 것, 눈으로 보이지 않는 것에 너무 집착하고 지낸 것 같아요. 몸무게, 혈압 수치, 콜레스트롤 수치, 등등 현대인들은 숫자와의 싸움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키워나가고 있는 것 같아요. 6개월 전부터 운전할 때 길 이름이 흐릿하게 분명치 않았어 요. 안경점에 갔더니 오른쪽 눈에 백내장이 생겼다고 안과 의사를 보는 게 좋겠다고 해서 안과도 찾아갔지요. 예상대로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하네요. 백내장은 얼굴의 주름살 처럼 나이가 들면 생기는 병이라면서 의사는 대수롭지 않게 얘기했지만 하여간 많은 세월이 지나 젊던 눈이 늙어진 것은 사실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지난 달에 이곳 문단의 어른 송상옥 소설가께서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73세로. 오늘 아침 부고 란에서 평론가 박영호 선생의 부음도 접했습니다. 70세로. 매 주 화요일 마다 나와 함께 골프를 치던 친구 H씨의 남편도 갑작스레 위암 진단을 받고 수술후 방사선 치료중이라 우리들의 콜프 모임도 무산되고 말았어요. 이런 저런 내 주변의 변화를 어찌 받아드려야 할 지 머리속이 하얀 백지 상태가 되고 공연히 가슴이 두근 두근, 때론 무슨 사건이 꼭 터질것 같은 콩포가 가슴을 짓눌러 맥박이 빨 리 뛰는 것 같이 느껴집니다. 그런데 실제로 검사에 나타나기는 맥박 수가 정상인 보다 아주 느리다고 하네요. 알다가도 모르겠어요. 아버지 말씀대로 마음이 몸을 지배하는 모양입니다. 오늘 아버지께 이 글을 드리는 이유는 하나님께서 만든 내 몸이 변해가가 있습니다. 주변의 친구들도 지인들도 함께 늙어가던가, 아님 하늘 나라로 가고 있어요. 이런 상황, 내 몸의 달라짐에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도 가르쳐 달라고 부탁하고 싶어서예요. 답장을 주시겠지요. 기다리고 있을게요. ''인생이 70이요 강건하면 80이라'고 성경에 이미 가르쳐 준 말씀이 있잖냐고요. 그렇다면 얼마 남지 않았네요. 그래도 내게 남아있는 날들이 멀마나 되는지 계수할 수 있는 방법도 알려주세요. 2010년 2월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