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여린 탓에 남의 어려움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가난이 죄가 아니니 경제적으로 곤란한 이웃을 모른척 않고 작은 힘 이라도 돕고자 한다. 건강을 잃고 투병중인 이웃에겐 나름대로 도움을 주려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도 한다. 조심스레 의견을 제시 하지만 듣는 이에겐 얼마나 도움이 될런지 모른다. 딴에는 정성스런 위로가 이어지곤 한다. 대부분 위로를 주는 입장으로 살아 온 나의 삶을 돌아 보고 싶다. 탄탄대로였다고는 말 할 수 없지만 순발력 있게 그 때 그 때를 긍정적으로 받아 들이며, 찾아 왔던 고난들을 무색하게 지나가게 한 지혜로운 삶이 아니었나 생각 한다. 내가 승리 한 셈이다. 그래서 그런지 삶이 두렵지 않았다. 어려움이 닥치면 그 자리에서 금방 무릎을 꿇는다. 내가 해결 할 수 없음을 잘 알기 때문이다. 나름대로 쉽게 살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그 방법을 모르는 사람들이 어려움을 당한다 싶으면 지체 않고 그들에게 설교 하듯 접근했다. 건강을 잃은 사람들에겐 건강식을 소개하며 아울러 하나님 알기를 종용한다. 하늘에 맡기라고 쉽게 말한다. 기도하라고 엄숙하게 타이른다. 당신이 그렇게 살아왔으니 병을 얻었고, 생활을 고치면 회복할 수 있다고 힘도 안 들이고 말한다. 내 말을 따르면 순간적으로 상황이 바뀔 것 처럼 힘 주어 또 말한다. 적어도 내겐 확실하고 쉬운 방법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다 어느날 딱 걸렸다. 뉴욕 방문시 머룰렀던 민박집 주인, 유방암 생존자인 혜림씨에게 언제나 처럼 친절하게 차분한 목소리로 시작 했다. “하늘에 맡겨요. 무엇하나 혜림씨 뜻대로 되는 일, 있던가요? 혼자 아둥바둥 애쓰지 말고 기도하세요. 믿고 맡기면 반드시 도와 주시니까요.” “암 걸려 보셨어요? 두 번씩이나 이혼 해 보셨어요? 아이 낳아 기르지도 못해 헤여져 보셨어요? 당장 먹을 것도 없고 살 곳도 없어 길거리에서 떨어 본 적 있으세요? 그렇게 쉽게 말하는 사람 보면 화가 치밀어 죽을 거 같아요. 차라리 조용히 기도나 해 주세요. 열 받게 마시구요.” 처음이다. 정말 처음이다. 그럴 수도 있겠구나. 그 동안 내가 위로랍시고 퍼 돌린 쉬운 말들이 그들에겐 아무런 가치도, 힘도 되지 못했음을 처음으로 알게 된 것이다. 잘 알지도 못하는 주제에 남의 어려움을 아는 척 했던 셈이다. 간절한 마음으로 그들을 위해 기도 하고 있음을 알려줌으로 위로를 대신해야겠다..그런데 왜 이리 가슴이 허할까. 머리도 멍하니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다. 내가 헛 살았나 하는 이 의아함은 또 뭐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