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복권이다 - 고대진

2005.11.13 14:56

미문이 조회 수:878 추천:82

요즘 "결혼은 복권이다"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복권이 “꽝” 아니면 거액의 당첨금을 받아낼 수 있는 요행수가 따르는 확률의 놀음이기 때문에 어떤 배우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평생의 운명이 좌우되는 결혼이 복권과 비유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 같다. 더구나 살다가 상대방의 결점이 보이기 시작하고 부부싸움이라도 하고 나면 차라리 혼자 사는 것이 더 좋았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고 당첨될 꿈을 꾸고 산 복권이 “꽝”이 된 기분이 들어 “결혼이 복권이란 말이 맞아. 운 없는 내가 산 복권인데 될 턱이 없지...” 라고 낙담하는 분은 없을까? 혹은 두 번째 결혼을 하고도 행복하지 않다고 후회하면서 “남들은 한 장을 사도 잘도 당첨되던데 나는...” 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지난번에 써 놓은 복권 번호가 맞았을 수도 있을지 모르는데 하며 옛 애인을 생각하는 분은?

사실 지구상에 음양오행이 완벽한 찰떡 궁합을 지닌 부부는 불과 5%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필자는 어떤 부부가 ‘음향오행이 완벽한 부부’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어 이런 통계가 과연 과학적인 통계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복권에 비교하면 5%가 ‘불과 5%’라고 무시할 숫자가 아닌 것 같다. 상금이 7백만 불에서 시작하는 캘리포니아의 <수퍼로토 플러스>인 경우 잭팟에 당선될 확률은 사천 백 사십 이만 분의 일이고 1에서 49까지의 숫자를 여섯 개 선택하여 모두 맞으면 당첨이 되는 버지니아 로토(lotto)복권에 당첨될 확률은 약 천 사백 만 분의 일인데 행복이란 거액의 당첨의 확률이 20분의 1이라니 그런 복권이라면 하나 사도 절대 손해가 아니다.

<수퍼로토 플러스>인 경우 당첨될 확률에 상금을 곱하면 기대치가 되는데 세금을 뺀 현금 액수로 상금으로 계산한 상금 액수(보통 광고되는 액수의 삼분의 일 정도)가 오천만 불이 되어도 수퍼로토 한 장의 기대치는 42센트 즉 일 불을 내고 42 센트를 사는 셈이다. 평생의 행복을 현금으로 계산한다는 것이 불가능하지만 만일 좋은 결혼이 백만 불의 가치 만 있다해도 결혼이란 복권의 기대치는 적어도 오만 불이 되는 셈이다. 5만불정도 들여 결혼을 해도 손해는 보지 않는다는 말이다. 허지만 어찌 행복이 백만 불의 가치만 있으랴. 천만 불을 준다해도 못 사는 것이 행복이겠거늘. 뭐 이렇게 하면 굉장히 돈이 많이 드는 행복을 말하는 것 같지만 결혼의 행복은 상대방이 있어 마음이 편안하고 든든하고 몸이 건강하고... 라는 평범한 행복을 말한다. 쉽게 얻어질 수 있을 것 같으면서 얻어지지 않는 것이 이 행복이다.

행복에 당첨되기 위해 사람들은 복권을 사고 또 결혼을 한다. 하지만 복권과 결혼이 다른 점은 복권은 한 장에 일 불로 살 수 있지만 결혼이란 복권은 엄청 많은 투자가 필요한 비싼 복권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복권은 당첨이 안되면 일 불 손해보면 그만이지만 결혼이란 복권은 당첨이 안되면 엄청나게 많은 투자를 날리고 벌금(?)까지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맞지 않는 결혼생활을 하면서 하는 마음의 고생은 돈으로 계산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벌금을 물더라도 더 큰 고생을 피하기 위해 새롭게 복권을 한 장 더 사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정말 결혼이 복권일까? 비슷한 면이 분명히 있기는 하다. 둘 다 확률의 법칙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잭팟에의 당첨 확률이 작다는 점이다. 결혼을 자신의 노력 없이 한방에 완벽한 행복을 주는 수퍼로토의 잭팟 같은 것이라 생각한다면 이런 결혼의 성공은 수퍼로토의 잭팟만큼 당첨되기 어려운 것이 아닐까?

굳이 결혼을 복권에 비유한다면 결혼생활이란 한 장의 복권을 사서 당첨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매일 매일 복권을 사는 생활의 연속으로 보인다. 당첨은 하루의 행복을 받는 것. 물론 투자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 아침에 일어나서 오늘이라는 복권을 산다 생각하고 작은 투자를 해보는 거다. 친절한 말 한마디, 상대가 좋아하는 작은 일, 당대를 위한 마음 씀 등등 복권을 사는 마음으로 투자한다면... 다음날의 ‘행복’이 당첨될 확률은 작지 않으리라. 만일 안되면? 내일이란 복권을 다시 사는 거다. “매일 투자하다보면 언젠가 당첨될 날이 오겠지...” 하고 기대하면서 말이다. 누구 말대로 5%의 확률만 있더라도 얼마나 좋은 투자인가? 사는 날의 20 분지 1 동안 ‘정말 행복하다’ 라고 말할 수 있다면 그거 정말 투자해볼 가치가 있을 것 같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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