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환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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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외투는 알고 있다 외 7편

2021.09.23 18:24

정종환 조회 수:51

외투는 알고 있다

 

역 안으로

기차가 들어온다

시끄럽고,

날카로운 큰 울림,

아름다운 목소리로

네가 들어온다

공유했던 시간과 역사를 정리하고 떠나는

네가 내게로 오고 있다

--돈이 우리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지 못했다면

사랑은 퇴색도, 변색도 않했으리라

한발을 기차 계단에 올려 놓고

한손으로 손잡이를 잡고 고개 숙여

속삭였다. 눈물 섞인 말처럼

움직이는 기차를 따라가는 나,

너의 한 점으로 남는다

마침표.

떠나고 남은 자리에 얼어붙은 잔설,

그 위로 떨어진

외투는 알고 있다.

........................................................

가을맞이

 

구름 바다 흘러드는

뉴요커 색깔들 같은 숲,

사라지는 길,

사슴발자국들,

등나무 타고 올라가는 나무를

나는 보고 있다

스스로 움직이는 이른 아침

햇살,

10월, 잔디를 쓰다듬는

바람, 사이렌,

멀리서 부터 달려오는

개짖는 소리

스티머.......옹알이

흔들리는 신호등,

가장 아름다운 도시

새르텍스 지지개를 켠다.

 

.................................................................................................

 

사랑의 리트머스 종이

 

한번 싸워 보라

진짜 싸워 보라

 

싸울수록 멀어지면

사랑하지 않는 것이다

 

싸울수록 가까워지면

사랑하는 것이다

 

한번, 고백해 보라

사랑, 싸움을 건다

 

싸움이 없으면, 사랑도 없다

사랑에 빠진 그대여,

 

두려워 말라

싸움은 사랑을 이기지 못한다.

.....................................................................

결혼

 

두 개 서로 다른

물줄기들이 한 들판에서

만나 대지를 적시고

결실을 맺는

첫 걸음.

...................................................................

 

지나간 사랑

 

보아라!

브로드 애비뉴와

T자로 만나는

내리막길,

왼쪽, 산딸나무

건너편, 100년 넘은

깨진 빨간 벽돌 아파트,

사람들, 가난한 사람들

그리고

그랜드 애비뉴와

T자로 만나는

오르막길,

오른쪽, 층층나무

새로운 듀플렉스 집들 

페인트 벗겨지는 도로 표지판들

고목이 되어가는 가로수

헤집고 들어선다

날로 늘어나는 고급 승용차들,

이사온 지 10년 넘어가는데

이웃 집, 친구도

만들지 못하고

어린 시절 벙어리 장갑처럼 잊혀진

나의 헨리 애비뉴.

..........................................................................................................

 

뉴저지 : 매사추세츠

 

 

역전패

당했다. 2:4로

우리는 잘 이기다가

내가 두 골을 넣고도

팀은 이기지 못했다

나의 실력이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기쁨도 사라졌다

 

역전승 

했다. 4:2로

우리는 지고 있다가

친구가 한 골도 넣지 못했는데

팀은 이기고 말았다

친구의 실력이 상승하는 것을

느꼈다.

기쁨이 넘쳐났다

 

만일, 

관중이라는 거울을 본다면

얻는 것이나 잃는 것은

실력과 같지 않다

 

--당신은 당신의 최선을 다했는가?-- 

 

............................................................................................................

 

작은 꿈

 

돈 벌려고

시를 쓸 수는 없지만,

시 써서

돈을 벌 수 있다면:

 

.......................................................................

 

임신

 

아주 어렸을 때,

동네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누구네 딸 애 가졌나봐?"

"애 아빠 누구라지~"

소문이 돌자,

가족들은 밤 중 몰래

도망쳤다

"그럼 그렇지.......

지 애미 지 애비가 그랬는데,

개 버릇 남 주겠어?"

동네 체면 되찾았는지

사람들은 활기를 되찾았다

세월이 흐르자,

사람들은 딸 아이 이름도 잊었다

집터는 잡풀로 뒤덮였다

지붕은 내려앉았고,

대문도 쓰러졌고,

화단은 야생동물 침대가 되었다

또 세월이 흘렀다

멀리서 풍문이 들려왔다

"그 때 그 아이 너무 많이 아팠데."

"결국,

병원 몇 군데 떠돌다

죽었데집은 한 번 더 풍비박산 났고,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졌데."

                                   의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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