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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조의 노래

2018.01.05 10:32

라만섭 조회 수:268

백조의 노래

라만섭

희랍 신화에 백조의 노래(Swan Song)'라는 이야기가 있다. 죽기 전이나 또는 은퇴 전의 마지막 제스쳐 혹은 공연을 일컫는 은유적 표현으로 흔히 쓰인다. 백조는 평소에 노래를 모르고 지내다가, 죽음에 직면하여 아름다운(또는 슬픈) 노래로 스스로의 장송곡을 장식 한다는 내용 이다.

 

기원전 3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는 이 희랍신화의 줄거리는 그동안 서양의 여러 문예작품에 소재로 쓰이면서 면면이 전해 내려오고 있는 것을 본다. 영국의 시인 알프렏 테니슨(Alfred Tennyson)은 그의 시 죽어가는 백조(The Dying Swan)’에서 백조의 마지막 노래를 실감 있게 묘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시는 많은 영감을 남기며 후에 발레이 로도 공연 됐다 한다.(나 는 언젠가 그의 시를 힘겹게 읽어 본 일은 있으나, 유감스럽게도 발레이 공연은 한 번도 접할 기회가 없었다)

 

이솝 우화에 나오는 백조와 거위이야기 이다. ‘어떤 부자가 백조와 거위를 사왔다. 거위는 식용으로 쓰고 백조는 노래를 듣기 위해서였다. 하루 저녁은 거위를 잡아 요리를 하기 위해서 뒤뜰에 나갔다가, 둘을 분간할 수 없어, 거위 대신 백조를 잡았다. 목숨을 잃게 된 백조가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니 주인은 백조를 풀어주어 목숨을 건지게 되었다.’

 

죽기 전에 노래를 부른다는 백조의 이야기는 서양에서 문학 작품 이나 음악을 통해서 많이 인용 되어 왔다. 풀라토는 백조는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슬픔에 잠긴 노래를 부른다고 쏘크라테스가 말 했다라고 적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백조의 노래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애써 왔다. 더러는 그것이 거짓이라고 주장 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백조는 자기의 죽음을 아름다운 노래로 마무리 한다라고 했다. 셱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에서 재판장은 그가 선택을 하는 동안 음악을 틀어라. 만약 그가 지면 백조와 같은 마지막을 장식 하도록 하라고 말한다. 슈베르트가 31세의 나이로 죽은 이듬해인 1829년에 발표된 백조의 노래라는 것이 있는데, 실제로는 슈베르트가 그 이름을 붙인 것은 아니라고 한다. 출판인이 슈베르트의 마지막 작품들을 모아서 백조의 노래'라고 명명 했다는 것이다.

 

은퇴하기 전이나 죽기 전에 가지는 마지막 흥행을 일컫는 소위 백조의 노래는 비단 문학, 음악, 영화, 미술 등의 문예 창작 부문 뿐 아니라 여러 분야에 걸쳐서 보게 된다. 예수의 최후의 만찬, 이순신의 명량 대첩은 그자체가 훌륭한 스완송이지 않을까 싶다. 코비 브라이언은 최근의 마지막 고별 경기에서 소속팀인 레이커즈에 60점을 선사 하면서 NBA 프로 농구 생활을 결산하는 신화를 남겼다. 역설적으로 말해 2차 세계대전은 인류역사에 유례없는 비극을 남긴 히틀러의 마지막 작품 이었다고도 할 수 있지 않을는지. 지난 430일에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그의 임기 중 마지막 기자단 만찬을 가진바 있다. 그의 만찬사는 풍자와 윗트 그리고 유머로 일관된 압권이었다. 임기를 얼마 남기지 않은 대통령이 참석자와 전국의 시청자 앞에서 시종 일관 뼈있는 죠크로 직업적인 코메디언을 무색케 하는 멋진 공연 솜씨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자리였다. 훌륭한 백조의 노래였다고 생각 한다.

인생 황혼기의 제스쳐는 무엇이 됐든, 원 하든 원치 않든, 자연히 스완송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라고 하겠다. 나에게는 어차피 늘그막의 글쓰기와 노래(가곡) 부르기 그리고 모래사장 걷기 등이, ‘스완송이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 한다. 노년의 모습을 활자화 하거나 녹화 하여 가족 친지에게 남기고 싶은 단촐 한 심경은, 노후의 상실감을 보완해 주는 활력소의 역할을 함과 동시에 스완송의 소재가 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백조와 같이 청초 하면서도 우아한 그리고 내면에서 향기를 풍기는 글을 쓰고 싶다. 영혼의 정화를 불러오는 시도 써보고 싶다. 수평선 아래로 떨어지는 해를 가슴에 안고 맨발로 해변을 걷는 것은, 황혼의 여정에서 부르는 백조의 노래이다. 나의 스완송을 보강해 주는 버팀목은, 역시 가곡(부르기)에 있다. 좋아 하는 내외의 가곡과 함께 하는 시간은 황혼의 삶을 풍요롭게 해준다. 주옥같은 서정시를 배경으로 흐르는 아름다운 음률은, 나의 심금을 울려 주기에 충분 하다. 오늘은 오랜만에 슈베르트의 백조의 노래와 함께 하는 시간을 가져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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