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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감정도 진화할까

2018.01.22 12:40

라만섭 조회 수:78

감정도 진화 할까

 

인공 지능(AI)도 감정의 주체가 될 수 있을까. 기계도 스스로 판단하고 독립적인 사고를 하며 창의적일 수 있을까. 그 또한 스스로 진화해 갈수 있는 것일까. 날로 새로워지는 인공 지능의 발전상을 바라보면서 품게 되는 의문점 이다.

 

얼마 전에 있은 한국의 이세돌 바둑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대결에서, 알파고 는 그의 놀라운 능력을 전 세계에 과시했다. 인간만이 가지고 있다고 믿어온 판단력도 진화의 산물이 될 수 있는 것인지. 감정도 언젠가는 거듭된 학습 과정을 거쳐서 기계에 심어질수(이식) 있는 것인지. 이에 대한 논쟁의 결과가 찬반으로 나누어지는 것은 예측된 일이지만, 그 영역이 과학을 넘어서 철학과 종교에 까지 미치고 있음을 보게 된다.

 

인간을 능가 하는 계산 능력을 가진 인공 지능이, 감정의 주체로서의 새로운 종(Species)으로 태어난다고 가정하면, 인류의 장래는 중대한 위협 앞에 놓이게 될 것이다. 인간의 감정이, 기계에 이식되는 결과를 낳는 것이 되겠다. 흔히 인간은 두뇌, 감정, 그리고 영혼의 지배를 받으며 살아간다고 한다. 지금처럼 과학 실험이 계속 되다 보면 언젠가는 감정을 가진 기계가 생겨나지 말라는 법도 없을 것이다. 그리되면 인류가 귀히 여기는 인문학적 가치는 실종 되고 생명의 존엄성도 사라지게 되고 법질서도 바뀌는 세상이 될 것이다. 그때는 어떤 형태의 존재가 세상을 지배하게 될까. 아마도 신과 비슷한 존재 일까? 신적 존재에게는 우리 인간이 향유 하는 감정, 이를테면 사랑, 눈물, 우정, 가정, 행복 등의 희로애락을 수반 하는 개념이 통하지 않을 것이다. 신은 감정을 초월한 존재 일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감정을 가진 인공 지능을 짐작 하기란 쉽지 않다. 인간이 인간다움을 내세울 수 있는 마지막 보루는 도덕 감정이라고 할 때, 인간은 이 보루를 지키는데 실패 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매일 주위에서 벌어지는 반인륜적 범죄가 이를 말해주고 있다. 우리 인간이 기계에게 우위를 뺏기지 않으려면, 무슨 일이 있어도 도덕 감정을 끝까지 사수 해야 할 것이다. 감정을 지닌 고도로 발달한 인공 지능을 가상해 본다. 만약 그 AI가 도덕 감정을 스스로 통제 하지 못한다면, 대재앙의 가능성이 언제나 도사리고 있다고 하겠다.

이세상의 모든 현상 중에서, 언어로 표현 가능한 것은 10%에 자나지 않는다고 한다. 나머지 90%는 직관 이라고 한다. 직관은 배워서 익히는 것이 아니다. 인공지능의 핵심은, 사람이 일일이 필요한 정보와 판단 기준을 입력 하지 않더라도, 기계가 스스로 배우고 판단하도록 하는데 있다고 한다. 인간 뇌의 세포 구조를 모방한 인공뇌 신경망을 개발 하다 보니, 인간을 능가하는 AI가 여럿 생겨났다고 한다. 최근에는 사물 인식에서도 기계가 인간을 이겼다고 한다. 앞으로 우주원리의 발견, 주식시장의 예측, 장기 일기예보 등에서도 AI가 인간을 앞설 것이라고 내다본다.

 

만일 인공 지능이 자체로서 완전히 독립된 사고력과 판단 능력을 가진다면, 인류역사의 앞날에 심각한 비극의 씨를 뿌리는 결과가 될 것이다. 왜냐 하면 그때의 AI는 모든 면에서 인간을 앞지르면서도, 인간이 가지고 있는 문제로부터는 자유로운 존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인공 지능은 잊어버리는 일도 없고, 먹고 잘 걱정을 할 필요도 없으며, 늙어죽는 일도 없을 것이다. 치매와 뇌졸중은 물론, 여러 성인병으로 부터도 자유로운 몸일 것이다. 즉 생로병사에서 완전히 해방된 존재 이다. 독립된 인공 지능은 사람의 통제권 밖에 존재 한다.

 

이스라엘의 유발 하라리(Yuval Harari)교수는 그의 저서 세이피엔즈(Sapiens)’에서 현 인류의 종말을 예견하고 있다. 얼마 전에 그를 인터뷰 했다는 한국 KAIST의 이광형 교수의 신문칼럼을 인터넷으로 읽은바 있다. 결국 AI는 인류를 지배하지 못할 것이라는 내용 이었다. 이 교수는 AI와 인간과의 관계를 3단계로 나눈다. 첫 번째인 종속 관계 에서는, AI는 인간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충직한 기계일 뿐이다. 두 번째의 도전 관계 에서는, AI가 감정을 느끼고 표현할 수 있다고 한다. 더러 불만을 가진 AI가 인류에게 도전을 시도 하겠지만 위협적이지는 못할 것으로 내다본다. 세 번째는 지배관계 이다. 인류가 과거 고도로 발달한 언어로써 허구적인 신화를 만들고 조직사회인 국가를 세워 가면서 세계를 지배 할 수 있었던 것인데, AI는 그럴만한 능력이 없을 것이라는 낙관론이다. 지구의 기득권자인 인간이 이를 방관 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이 교수는 주장 한다.

 

인간은 인간이 향유하는 도덕 감정과 정신세계가 영원히 인간의 영역에 머물기를 바란다. 하지만 문제는 인공 지능이, 스스로 진화해 가는 과정에서, 정신 또는 감정을 만들어내는 방법을 독자적으로 찾아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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