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만섭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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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모르고 왔다가 모르고 간다

2018.02.22 03:51

라만섭 조회 수:46

모르고 왔다가 모르고 간다

 

나는 아무것도 몰랐다. 언제 어디서 태어날 것인지, 어떤 형태로 어떤 인연으로 올 것인지 전혀 몰랐다. 내가 원해서 스스로 결정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만약 모든 것이 전생으로부터 이어지는 윤회의 결과라면 받아들이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겠다. 또 하느님이 알아서 다 미리 정해 놓았다면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그저 정해진 길로 오고 가고 하면 될 것이니 말이다. 설득력은 약하지만 편하게 느껴진다.

 

아는 것이 없기는 올 때뿐 아니라 갈 때도 마찬 가지여서, 언제 어디서 어떻게 갈 것인지 모른고 있다. 갈 때가 가까워오면 사람들은 실한 말 한마디라도 남기고 싶어지는 모양이다. 무어 그리 대단한 말이 있겠나 싶으면서도, 이름깨나 알려진 사람들은 떠나가면서 도대체 어떤 말을 했을까 괜스레 궁금해진다.

 

1, .카폰: “예수여 자비를

2, 알렉산더 대왕: “한때는 세계가 좁았지만 지금은 무덤으로 족하다

3, 윈스턴.쳐칠: “나는 조물주를 만날 준비가 되었다. 하지만 조물주가 나를 만나 줄지는 모르 겠다

4, 마하트마.간디: “! 신이여

5, 마틴 루터 킹 2: “마침내 자유롭다. 신에게 감사 한다. 드디어 자유를 찾았다.“

6, .마르크스: “만국의 근로자여 뭉쳐라. 철학자는 단지 세상을 여러 가지로 관찰했을 뿐이 다. 중요한 것은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다

7, 오쇼. 라즈니쉬: “나는 태어나지도 죽지도 않았다. 지구를 방문했을 뿐이다

8, 무명씨: “여기 한 무신론자 잠들다. 잔뜩 차려 입었는데 갈 곳이 없다

9, 테드.터너: “깨우지 말라

10, 어네스트.헤밍웨이: “일어나지 못해 마안 하다

11, 천상병( 한국의 시인)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그의 시 귀천에서)

12, .키츠(19세기 영국시인): “여기 이름을 물위에 새긴 사람 잠들다

13, 토요토미.히데요시: “몸이여! 이슬로 왔다가 이슬로 사라지누나. 오사카의 꿈이여! 꿈속의 꿈 이로다

14, 걸레스님(한국의 불교승려): “괜히 왔다 간다” (: 스스로를 세상을 닦는 걸레라고 자칭. 기존의 틀을 부정하며 무애(無碍)의 자유를 익살과 풍자로 표현함. .장례를 집전 하면서 망인이 법문 보다 노래를 더 좋아할 것이라며 돌아와요 부산항을 불러 참석한 사 람 들을 아연실색. 포복절도케 하였다. 자신은 제사나 지내며 세상을 질펀하게 살아 왔다면서 이 세상에 괜히 왔다 간다고 했다. 생전의 수많은 기행으로 승적을 박탈 당하기 도 했다.)

 

흔히 듣는 말이 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나는 무엇 때문에 이 세상에 왔는가.’등의 철학적인 물음이다. 이때마다 원초적인 대답을 찾아 퍼즐게임 하듯 미로를 헤매지만, 살아 있는 명쾌한 대답을 얻기가 그리 쉽지 않다. 왜냐하면 나는 처음부터 아무것도 모르고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모른다하는 것이 솔직한 정답일 것으로 생각한다. 내가 모른다는 것을 모르는데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니, 아는 척 하지 말고, 내가 모른다는 것을 알자(인정)는 말이다. 하지만 비록 올 때는 아무것도 모른 채 오게 되었다 하더라도, 지금쯤은 그래도 뭘 좀 깨우친바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고 생각하게 된다. 모른다는 핑계로 허송세월을 하기보다, 기왕에 어렵시리 여기까지 온 이상, 무언가 좀 보람 있는 삶을 살다 가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후세를 위하여 좀 더 나은 세상을 물려주고 가야 할 의무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비록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 하드라도 오늘 한 구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노라고 하던 스피노자의 말처럼.


가는 시간과 장소를 미리 알았으면 하고 바라는 심정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일은 그렇게 풀리지 않는 듯하다. 아무리 가지 않으려고 버텨 보았자 소용없는 일이며, 한번 왔으면 가게 돼있는 것이 자연의 순리임을 어찌 하리오. 잠시 머물다 가는 세상에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것처럼, 모르고 왔다가 모르고 가게 되어 있는 것이 자연의 이치인 것을.

 

 

 

20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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