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만섭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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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비문을 보면서

2018.03.25 13:23

라만섭 조회 수:11

비문을 보면서


공동묘지의 무덤 사이를 거닐다 보면 여러 비석에 새겨진 비명(碑銘)에 저절로 눈이 간다. 생전의 그 어떤 지위나 부귀영화라 할지라도 한줌의 흙으로 돌아가, 태어난 날자와 죽은 날자로 요약되고 있음을 본다. 사자는 영원한 침묵으로 뒤에 남은 사람들에 가르침을 남기고 있다. 그러면서 나도 언젠가는 저렇게 삶의 굴레에서 자유로워 지려니 하는 생각이 스쳐간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기독교 문화 권내의 나라이다. 비록 근래에 와서 화장(火葬)이 점차 증가 추세에 있기는 하지만, 매장하는 관행이 아직 대세인 것으로 안다. 이점에 있어서는 유교철학의 지배하에 있어 온 한국도 상황은 비슷 하다고 생각된다. 엄숙한 죽음관을 가지고 있는 동양에 비하여, 감정 표현이 자연스러운 서양인의 사생관(死生觀)은 비문(碑文,Epitaph)에도 잘 나타난다. 우선 익살스러움(Humorous)이 많이 눈에 뜨인다. 죽음을 앞에 두고도 그들의 태도에는 유머가 스며 있다. 생사의 갈림길에서도 유머 감각을 잃지 않는 태도가 부럽기도 하다. 로날드.레이건 대통령이 총탄에 맞고 수술대에 누워 주위의 여러 집도의 들에게 둘러 쌓인채 나는 당신들이 모두 공화당원이기를 바란다하고 말했다는 익살은 좋은 예가 된다고 하겠다. 응급 상황에서의 긴장 상태를 누그러트리는 유머 감각의 기지를 보여 주는 시이 적절한 농담이었다고 생각 한다.


여러 비명(碑銘, Hicjacet)에서도 그들의 익살은 잘 들어 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백미(白眉)라고할 수 있는 것은 영국의 극작가 죠지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가 그의 묘비에 새겨 놓은 것이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우물 쭈물 하다가 내 이런 일이 생길줄 알았다니까! ( 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 )’ 라는 그의 익살 에 이르러서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다. 이 같은 낙관적인 생활관은 장례식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는바, 고인의 삶을 조명하면서 동시에 명복을 비는 조사(弔辭)를 하는 가운데에서도 종종 웃기는 장면이 심심치 않게 연출되고 있음을 본다.

비문 이야기로 시작했으니 비문 이야기로 끝 맺음 해야겠다. 이미 오래 전에 화장 하기로 결정한 나로서는 비문 걱정을 하지 않고 있지만, 그래도 굳이 하나 고른다면 그냥 안녕이라는 한마디가 어떨까 하고 생각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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