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만섭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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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사랑의 새-비익조

2018.03.30 07:56

라만섭 조회 수:37

사랑의 새--비익조

 

인간(人間)이 사랑에 빠지면 시간(時間)과 공간(空間)의 장벽을 넘어선다. 세 간()의 간격(間隔)이 엷어진다는 말이다. 사랑을 하게 되면 눈이 멀어 윤리 도덕의 담도 잘 보이지 않는다.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 이라든가. 그래서 남이 하는 사랑은 까십(Gossip) 꺼리가 되기 일쑤이다. 사랑은 또한 로미오와 쥴리엣처럼 비극적으로 마무리 되어야 오래도록 인구에 회자 하는 것을 본다.

 

남녀 간의 사랑에 얽힌 이야기는 양()의 동서를 통해서 넘쳐나도록 많다. 우리나라 삼국시대의 호동 왕자와 자명 공주, 고려의 공민 왕과 노국공주 사이의 사랑 이야기는 익히 들어온 터이다. 가슴에 젖어드는 회한과 연모의 정을 아름답게 표현한 명기 황진이의 빼어난 글 솜씨에는 감탄을 금할 수 없다. 구슬보다 더 영롱한 그녀의 사랑의 시는 언제 읽어도 매끄럽다.

사람에게 일단 사랑 하는 감정이 생기면, 비판적인 기능과 부정적인 감정을 관장하는 뇌 부분의 활동이 억제된다는 연구결과가 2004년 런던대학의 과학자들에 의하여 발표된바 있다. 어떤 사람을 사랑하게 되면 뇌가 더 이상 상대방의 특성과 성격을 관찰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아래, 상대에 대하여 맹목적이 된다는 것이다. 만일 이 같은 감정이 일국을 다스리는 왕에게 일어난다면 나라의 운명이 걸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고서에는 왕의 사랑 이야기가 많이 실려 있다. 인터넷을 통해서 얻은 지식을 바탕삼아 그들의 사랑에 얽힌 이야기를 들여다본다.

 

북방에 아름다운 여인이 있어/세상에 둘도 없이 홀로 섰네/한번 돌아보니 성()이 기울고/다시 돌아보니 나라가 기우네/ 성이 기울고 나라가 기우는 것을 어찌 모를까마는/ 아름다운 여인은 다시 얻기 어렵네중국의 한() 무제(武帝)때 궁중음악을 관장하는 한 신하가 이 노래를 왕 앞에서 불렀다. 이 노래를 들은 무제가 그런 여인이 실제로 있느냐고 묻자 옆에 있던 왕의 누이인 평양공주가 그 신하의 누이동생이 바로 그런 미인이라고 귀띔한다. 왕이 그녀를 불러들이고 보자마자 그 아름다음에 빠졌다고 전해진다. 중국 고사에는 4대 미인으로 꼽히는 여인이 있다. 연못을 들여다보니 물고기가 넋을 잃고 가라앉았다는 월()나라의 서시(西施)/ 가야금 타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기러기가 날갯짓을 잃고 떨어졌다는 한()나라의 왕소군(王昭君)/ 달이 부끄러워서 자신을 가릴 정도로 예뻤다는 한나라의 초선(貂蟬)/ 꽃을 건드리자 꽃이 부끄러워하면서 잎을 말아 올렸다는 당()나라의 양귀비(楊貴妃)가 그들이다. 이 가운데 우뜸 가는 미인으로 단연 양귀비가 첫손에 꼽히는 듯하다. 원래 양귀비는 현종의 며느리로 들어 왔는데, 하도 예뻐서 그녀에게 반한 현종의 취함을 받았다고 한다. 이로 인해 부자간의 사이가 갈라진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현종은 처음에는 어진 정치를 펴며 선정을 베풀었으나, 양귀비에게 눈이 먼 이후로는 정사를 멀리하고 환락을 일삼다가, 드디어 양귀비는 참살 당하고 현종은 자리에서 쫓겨나게 된다. 경국지색(傾國之色)으로 나라를 망치게 한 여인으로는 4대 미인 가운데 양귀비가 유일하다고 한다.

 

남의사랑 이야기를 비웃는 사람도, 내심으로는 그것을 부러워하는 기색이 있다고 한다. 특히 외롭고 고독한 처지에 있는 사람일수록 더하다는 것이다. 양귀비와 현종의 사랑이 비극적으로 끝난 당시의 당나라에 살던 백거이(白居易)라는 시인이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의 장한가(長恨歌)는 현종과 양귀비의 사랑에 대한 선망으로 가득한 심정을 한껏 담아 놓은 사랑의 시이다. 당시 보수적인 유교사회에서 그것이 널리 읽혔다는 것은 놀라운 사실로서, 사람의 감정은 예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을 말해 준다. 비익조(比翼鳥)와 연리지(連理枝)에 비유 하며 구구절절 애절하게 펼쳐지는 그의 연시(戀詩)는 그로부터 천이백년이 지난 오늘에도 여전히 애송되고 있으니 말이다.

 

암수가 각기 하나씩의 눈과 날개를 가진 비익조는, 둘이 합쳐야만 날 수 있다는 전설의 새이다. 연리지는 원래 다른 뿌리를 가진 두 나무이지만, 서로의 가지가 얽혀서 하나를 이루는 나무를 일컫는다. ‘하늘에서는 비익조, 땅에서는 연리지가 되기를 바란다(在天願作比翼鳥 在地願爲連理枝)’라는 한 남녀의 한()맺힌 사연은, 오랫동안 면면이 이어져 내려와 읽는 사람의 심금을 울릴 것이다. 하늘과 땅이 꺼질 때 까지 다 하지 못한 두 연인의 안타까운 사랑 놀음은, 비익조의 날개를 타고 하늘 높이 솟아올라, 땅위에 있는 뭇사람들의 입에 오래도록 오르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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