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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바이러스가 주는 교훈

2020.04.18 13:18

라만섭 조회 수:45

바이러스가 주는 교훈

코로나 바이러스는 전 세계를 미증유의 큰 혼란에 빠트리고 일상의 움직임을 멈추게 만들었다. 인류의 최첨단 과학기술은, 전염병의 확산을 속수무책으로 그냥 바라볼 수밖에 없는 수준임을 입증했다. 고작 손 씻기 정도가 우리가 할 수 있는 거의 전부임을 보여 주었다. 바이러스는 동시에 다음과 같은 몇 가지의 교훈(숙제)을 우리에게 던져준다.

 

역사적으로 전염병은 시공을 초월해서 존재해 왔다. 지구가 생긴 이래 인류는 계속되는 바이러스의 공격을 받아 왔다. 바이러스는 돌연 변이를 겨쳐 끊임 없이 새로운 형태로 진화해 왔다. 14세기의 흑사병은 당시 유럽 인구의 1/4을 죽음으로 몰았고 1520년의 천연두는 멕시코 인구의 1/3을 빼앗아 갔으며 1918년의 독감은 삽시간에 전 유럽 인구의 1/4 정도를 삼켰다. 여객기와 크르즈가 없던 중세에도 이렇듯 빠른 속도로 위세를 떨친 바이러스 일진대, 요즘 같은 세계화 시대에는 비행기 일등석에 누어서 전 세계를 누빌 것이 틀림없다.

 

이윤이 생기는 곳에 투자하는 것이 자본가의 생리이다. 위험부담을 안고 많은 연구 개발비가 소요되는 불투명한 장기 투자보다는 당장 눈앞에 이윤이 보이는 단기 투자가 훨씬 매력적이기 마련이다. 자본주의가 추구해가는 탐욕의 방식이 그렇다. 거대 제약 회사로서는 많은 이윤이 확실한 발기부전 약을 개발하는 쪽이, 장래가 불투명한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 개발보다 현실적이다. 이윤보다는 인류애, 경쟁보다는 협동, 무의미한 사유보다는 공유에서 인류의 희망을 찾아야 하겠다는 당위성을 여기서 찾게 된다. 이렇듯 바이러스는 인간이 살아가는 현재의 방식(사회주의 포함), 생태계적 한계점이 있음을 알려준다.

 

죽음에 대하여도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죽음이란 자연 생태계의 순환 과정의 한 단계일 뿐임을 일깨워준다. 죽음은 언제든지 갑자기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는 냉엄한 사실을 일깨워 준다. 거기에는 예외가 없다. 일상에서 삶을 겸허하게 받아드려야 필요를 배우게 된다.

바이러스는 인간이 필요에 따라 만들어 놓은 필요악에 대하여도 시사해 주는 바가 있다. 영적안정을 위한 수단으로 존재 의미를 찾아온 종교는 좋은 예가 되고 있다. 제도화된 기성 종교를 빙자하여 혹세무민을 일삼는 기복 신앙은 하나님 장사에 여념이 없는 폐쇄적인 사교 집단과 다를 바 없다. 무고한 신도를 정신적 노예삼아 재물을 챙기는 행위는 반사회적인 범죄행위라 할 수 있다.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도 그 속성은 드러난다.

 

큰 전염병은 의식구조의 변화를 몰고 온다. 세계화로 1일 생활권을 이룬 지구촌도 보다 효과적으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게 될 것이다. 일부에서는 동서양의 패권 다툼에 변화가 일 것으로 점치는 견해도 있다. 즉 문화사적으로 볼 때 2백년이라는 세월에 걸쳐 세계를 호령해온 서양 문명이 쇠퇴의 길로 들어선다는 것이다. 흥미를 끄는 대목은 이 같은 견해의 뒤에 서구의 유명 언론 매체가 끼어있다는 사실이다.(:미국의 Foreign Policy, 영국의 Guardian) 사실 세계 리더로서의 미국의 위상은 최근에 와서 많이 퇴색한 것이 사실이다. 미국 대통령의 오만방자한 고립주의적 사고는 스스로 지도자로서의 자격을 포기하고 있다. 과거의 영광을 자랑하던 영국의 모습도 초라하기 이룰 데 없다. 전염병은 서구사회의 복지모델도 무너트렸다. 서구의 지도력은 끊임 없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대륙의 종주국인 중국의 영향력이 상승함에 따라 한국 같은 소국은 어느 쪽에 줄을 서야 할지 고민할 때이다.

 

바이러스의 위력 앞에 맥없이 무너지는 인류문명의 앞날에는 숙제가 남아 있다. 전염병이 epidemic을 넘어서 pandemic으로 번지지 않도록 하는 일은 인류의 몫이다. 세이피언즈(Sapiens, 2011)로 일약 세계적 석학의 자리에 오른 이스라엘의 Yuval Harari교수는 신종 코빅19와 관련 하여 앞으로의 인류의 선택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전체주의 체재하에서처럼 국가 비상사태가 계속되어 개인의 사생활이 위축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하여는 오로지 각국의 긴밀한 정보교류야 말로 가장 효과적인 대응방법이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한다.(Global Solidarity) 그러기위해서 인류는 유능한 지도자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인류의 공동의 적과의 전쟁에서 인류는 현재 지도자 없는 전쟁에 임하고 있다고 그는 말한다. 인루는 어느 때 보다도 협조와 신뢰가 필요한 시기에 처해 있다.

 

단기적 조치로서의 지역봉쇄는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인 고립과 봉쇄는세계 경제 파탄의 원인이 될 것이 뻔하다. 사람들은 보통 건강을 주로 국가 차원으로 생각하는 미시적인 입장이다. 그러나 인류전체의 거시적인 입장에서 살펴 볼 때 지구상의 어디엔 가에 사는 어느 한 사람이라도 바이러스에 감염된다면, 그것은 인류전체의 건강을 위협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진정한 해결 방법은 상호 협동에 있다. 돌연 변이된 바이러스가 공격해 올 때 각국의 과학자들이 정보 공유라는 강력한 무기로 단결하여 맞설 때 인류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믿는다. 2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