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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인간 이라는 이름의 욕망체

2018.07.14 08:11

라만섭 조회 수:19

인간이라는 이름의 욕망체

 

욕망은 모든 죄의 씨앗이라고 말한다. 일단 욕망의 불길이 타오르면 걷잡을 수 없으며, 탐진치(貪瞋癡)의 삼독(三毒)을 끊어버려야만 깨달음으로의 길에 들어선다고 한다. 탐욕은 성냄, 어리석음과 함께 제거되어야 하는 독소적 요인이 된다.

 

니체는 인간의 욕망을 푸줏간 앞의 개에 빗대어 표현했다. 가게주인의 시퍼런 칼날 앞에서 끓어오르는 욕망을 펴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한 마리의 개가 실감 있게 그려진다. 푸줏간 앞에서 서성거리는 개가 바로 욕망과 싸우는 인간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본 것이다. 절묘한 비유라고 생각한다.

 

욕망은 본능적으로 타고 나는 것이다. 식용이나 수면욕 같은 욕망은 생존에 필수적인 것이라 억제할 대상이 아니라 하겠다. 욕망 가운데 가장 강렬한 것은 성욕이라고 한다. 욕망을 뜻하는 영어의 Desire 라는 단어 만해도, 본래 그것이 함축하는 바는 강한 성적욕망이라고 영어사전은 풀이한다. 맛있는 음식을 앞에 놓고 식욕을 느끼지 못한다면 건강한 사람이라고 할 수 없듯이, 젊고 아름다운 여인을 앞에 두고도 아무런 감정이 없다면 정상적인 건강한 남자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성적 욕망은 본능적이긴 하지만, 적절히 절제할 필요가 있고 또 그렇게 될 수 있는 것으로 인식된다. 사실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른 점은 바로 이 같은 욕망의 자제능력에 있지 않을까 한다.

한 방문객이, 티벳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에게 수행 중 가장 어려웠던 일이 무엇이었냐고 물었더니 그는 손가락으로 아랫도리를 가리키며 바로 이것 입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럴 때는 어떻게 하느냐고 되물었더니, “나는 달라이 라마 이다를 속으로 수없이 되뇐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솔직하고 꾸밈없는 그의 모습에 경의를 표하게 된다.

 

욕망의 원천봉쇄가 가능한 것인지에 관하여는 이견의 여지가 있다. 고도로 농축된 각고의 수련 없이는 본능적 욕망의 억제란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수도승이나 카톨릭 수도사들의 금욕샐활이 이를 잘 말해준다. 그들이 쉬지 않고 예불(예배)하고 경을 암송하고 참선(기도)하는 목적은 바로 욕망의 통제에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욕망의 절제 여부는 사람의 품격을 나타낸다. 노년에 들어서도 끊임없이 자기 과시에 여념이 엇는 사람을 더러 본다. 권력욕 명에욕의 화신으로 욕망의 노예가 된 사람이다.

 

태어나서 죽을 때 까지 사람은 끊임없이 선택을 하며 산다. 선택은 삶의 과정이며 모든 것은 그 결과물이라 하겠다. 역설적으로 말해, 선택이란 버리는 것이다. 잘 버리는 것이 결국 잘 선택하는 것이 된다. 욕심이 지나쳐 형식에 집착하게 되면 버리기 힘들어 진다. 형식()보다는 알맹이()이 중요하다. 형식에서 생명력을 찾기는 어렵지만, 알맹이는 살아서 움직이는 힘을 가지고 있다. 끊임없이 권력 명예 돈 등을 추구하는 것은 욕망의 노예에 지나지 않는다.

 

평생 동안 돈의 노예로 살기에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돈은 삶의 수단이지 목적일 수 는 없다. 오래 살다 보니 돈에 대한 가치관이 변한 듯하다. 돈은 비록 많지 않지만 마음은 풍요롭다. 욕망을 절제하면 번뇌에서 해방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웃을 짓밟고서라도 경쟁을 이겨내 살아남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평화로운 삶을 지옥으로 만든다. 수많은 욕망으로 점철된 생지옥에서 벗어나면 영원한 부자가 될 수 있다. 이른바 미니말리즘(Minimalism)을 실천하는 일이 되겠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자연을 즐기며 가족 친지와 더불어 건강하게살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행복이 아니겠는가 생각한다. 필요한 것은, 나 아닌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산다는 생활 철학을 익히는 일인 것 같다.

 

사람의 욕망은 끝이 없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인간에게 있어, 욕망은 인간 그 자체이다. 그는 인간이라는 이름의 욕망체일 뿐이다. 하지만 훨훨 타오르는 욕망을 다스려서 더 높은 차원으로 승화할 때, 새로운 가치 실현을 위한 동력이 마련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욕망이라는 강렬한 에너지를 적절히 조절 하면, 보다 보람찬 삶을 위한 지혜가 솟아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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