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만섭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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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그때는 그랬지'와 '지금도 그래'

2018.02.27 04:29

라만섭 조회 수:14

그때는 그랬지지금도 그래

 

강물처럼 쉼 없이 흘러가는 세월(시간)의 한 부분을 뚝 잘라서 이름을 붙여서 사용하는 인간의 지혜에 스스로 경탄하게 된다. 현실을 보는 미시적(Microcosmic)인 입장에서는 그 편리함에 무한히 감사하면서도, 우주속의 현상을 보는 거시적(Macrocosmic)인 견지에서는 얼핏 그 무의미함에 생각이 미치기도 한다.

 

저만치 앞서가는 세상의 뒷모습이 역겨워, 옛 방식을 고집하다가 더러 낭패 보는 이들이 있다. 세월이 흘러 세상이 변한 사실을 애써 외면해 오다가, 어느 날 뒤쳐진 자신의 모습에 짐짓 놀라기도 한다. 다름 아닌 나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하다. 요즘은 온갖 일에 세상이 과민반응 하는 시대이다. 자칫하면 구설수에 오르게 되고 법적송사에 휘말리기도 한다. 하여 입조심, 눈조심, 손조심 게을리 하지 않고 조심조심 눈치껏 살아간다. 그래서인지 예전에 비해 내가 조금 부드러워졌다는 칭찬(?)을 마누라로부터 듣곤 한다.

 

불과 이삼십년 전만 해도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웃어넘기곤 했던 일인데 그것이 요즘에 와서는 심각한 문제꺼리가 되는 것을 보게 된다. 상대에 대하여 비교적 관대했던 관행은 사라져가고 있다. 특히 종교, 인종, 여성과 같이 예민한 주제와 관련된 말은 더 이상 농담의 소재가 되지 못한다. 비록 우스갯소리로 내뱉은 한마디라 하드라도 상대방에게는 성차별, 인종차별 또는 종교차별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말뿐 아니라 눈빛이나 손가락 움직임등도 신중해야 한다. 무작위의 행동이라도 상대에 따라서는 악의로 해석될 수도 있어, 뜻하지 않게 곤경에 처해지는 경우를 본다. 이는 우리가 사는 세상이 그만큼 각박해진 것을 말해준다. 상대를 믿지 못하게끔 되고 대신 그 자리에 경계심과 증오심이 들어섰다. 사물을 보는 잣대(기준)가 달라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별로 문제시되지 않던 일이, 오늘에 와서는 사회적으로 용인 받지 못하는 위법행위가 되는 사례가 허다하다. 나는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상대방에서 거부감을 가질 수도 있는 것이다. 상대가 싫어하면 이유를 따지지 말고 무조건 하지 말아야 한다. SNS 에도 유의해야겠다. 일단 거기에 올려진 기록은 만인의 공유물이 되어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할 일이다. 하도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인지라, 내일은 또 어떻게 달라질지 예측하기 어려운 불확실한 가운데 나 혼자만 뒤쳐지고 있다는 낙후감에 사로잡힐 때도 있다.

 

그때는 그랬었지하며 격세지감을 느끼게 되는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21세기에 들어서 일상생활의 여러 면에서 참으로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다. 단순 육체노역뿐 아니라 전문직 정신노동분야 까지 점차 로봇으로 대체될 것이라는 이른바 제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변화의 바람은 더욱 거세게 불어온다. 아마도 이 같은 변혁은 인류가 걷는 진화과정에서 거스를 수 없는 운명적인 것인지도 모른다. 인간적인 배려가 그런대로 살아있던 지난날이 아쉬워지는 것은, 나날이 감정이 매 말라 가는 각박한 세상을 보게 되기 때문인가 싶다.

 

주변의 거의 모든 것이 변하는 세상에도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인 고전적 가치가 있다. 무엇보다도 황금률(黃金律, Golden Rule)로 일컬어지는 옛 성인의 가르침이 그것이다. 공자(논어 위령공편(衛靈公編)너 자신이 원하지 않는 것을 결코 남에게 베풀지 말라(己所不慾 勿施於人)’. 예수(마태복음 712)남이 너에게 해주기를 바라는 대로 남에게 베풀라(Do unto others as you would have others do unto you.' 이밖에도 부처(화엄경 보현행원품(普賢行願品)나에게도 이롭고 너에게도 이로우면 양쪽 날개를 단것과 마찬가지 이다(自利利他 如兩翼)’ 등은 모두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이 이러한 황금률을 지켜나간다면 정신없도록 빠르게 변해가는 이 세상도 살만한 곳이 되지 않을까 하고 상상해 본다. 모든 종교의 가르침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이 같은 옛 성현들의 말씀은 수천 년의 세월이 흐른 후에도 여전히 변하지 않는 진리를 간직하고 있다.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또 앞으로도 영원히 그럴 것이라고 믿는다.

 

그때는 그랬지가 보통인 요즘 세상에, ‘지금도 그래하며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을 볼 때면 그지없이 믿음직스럽다.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한결 같은 것은 보기 드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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