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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퇴하는 남성 지배 문화

2018.03.27 03:44

라만섭 조회 수:8

쇠퇴하는 남성 지배문화

 

세기의 변혁이 진행 중에 있다. 인류역사가 시작된 이래 줄곧 이어져 오던 오래된 전통이 지금 깨지고 있는 것이다. 요즈음 우리 앞에 전개되고 있는 현상이 이를 뒷받침해 주고 있다. 남성 지배 문화의 쇠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참고삼아 여기서 19세기를 풍미한 서양의 몇몇 철학자들의 여성관의 단면을 살펴본다. ‘여성은, 능력을 필요로 하는 활동을 위해 만들어진 존재가 아니다’(Hegel); '문화의 발전을 위해서는, 여성에 대한 강력한 제재가 있어야한다. 여성에게는 깊이가 없다’(Nietzshe); '여성은 유치하고 근시안적이기 때문에, 타고난 천성이 복종하는 역할에 적합하다’ ‘성적 충동으로 판단이 흐려진 남성만이, 저 왜소하고 어깨가 좁으며 엉덩이는 크고 다리가 짧은 인종을 아름답다고 할 것이다’(Schopenhauer). 이와 같이 노골적으로 여성 비하적인 그들의 여성관에 놀라지 않을 수 없으며, 동시에 그들과 한 시대를 산 여성들에 대한 연민의 정마저 느낀다. 비록 태어난 곳은 다를지라도 침묵과 굴종을 말없이 견뎌내야 했던 내 어머님 세대의 아픔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우리가 사는 21세기는 이와는 너무도 다른 세상이다. 얼마 전 남성의 종말과 여성의 상승’(The end of Men and the Rise of Women)이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한 미국의 컬럼니스트 한나 로신(Hanna Rosin)의 인터뷰기사를 보았다. 저자는 이 책에서 요즘 많은 분야에서 여성이 남성을 앞지르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현재 미국대학 졸업생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과반을 훨씬 넘어섰으며(58%), 앞으로도 이런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내다본다. 이 같은 현상은 미국에만 있는 일이 아니다. 고용시장에서도 여성은 과반을 차지하고 있으며 수입 면에서도 남편보다 더 많이 버는 아내의 수가 점점 늘어가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여성이 갈수록 폭력적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권 운동가들이 기뻐할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위와 같은 현상은 갈수록 굳어지고 여러 분야에서 여성 지도자의 출현을 보게 된다. 여성 사장님은 더 이상 영화 속의 이야기가 아니며, 실제로 집에서 애보는 남편들의 수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성의 역할 분담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많은 남성이 과거의 위상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말이다. 흥미롭게도 대학 이상의 고학력 여성들의 이혼 률은 떨어지고 행복 도는 올라가는 한편, 대학교육을 받지 못한 여성들은 결혼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들은 남자를 먹여 살릴 생각도 없으며, 남자는 이들에게 쓸모없는 존재에 불과 하다는 것이다. 피임제도 없고 일자리도 없어, 집에서 애나 키워오던 시대는 지나갔다. 유리천장은 깨어졌고 각계에서 활약하는 여성 지도자는 나날이 늘어간다. 종래 남성의 영역으로 알려져 있는 기초 과학이나 이공 계통에서도 여성의 진출이 눈부시다.

빠르게 변해 가는 요즘 세상에 여성 차별운운하는 자체가 진부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눈을 돌려 현실을 직시할 때 아직도 생활주변에는 오래 쌓인 모순이 여전한 것을 목격하게 된다. 성희롱, 임금 격차등 성 차별과 관련된 문제는 우리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어느 때보다도 여풍이 거세게 불어오는 시기인지라 그런지 모르겠다.

 

남성 쇠퇴 론에 힘을 싣는 또 다른 주장은 현대 사회의 중성화 현상이다. 힘으로 밀어 붙이기보다, 조용하고 섬세하면서 원활한 의사소통을 필요로 하는 측면에서 여성성이 뛰어난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한 번에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하게 설계되어 있는 남성의 뇌에 비하여,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소화할(Multi-Tasking) 능력이 있는 여성 의 뇌 기능이 더 적합하다는 것이다. 서로 얽혀서 움직이게 돼있는 융합 시대에 여성의 뇌구조가 보다 유리하다고 한다.

 

사람이 가지고 있는 46개의 염색체 가운데 성염색체는 남녀에게 각각 2개씩 이라고 한다. 여성은 X염색체가 2개인데 반하여 남성은 X염색체 하나에 Y염색체 하나로 돼 있다고 한다. 그래서 X염색체는 여성을, Y염색체는 남성을 상징 한다. X염색체가 가지고 있는 유전자 수는 1,098개인데 비하여 Y염색체는 78개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처럼 많은 유전자를 가진 X염색체는, 삶을 여러 가지 방식으로 조절해 가는데 비하여 Y염색체가 하는 일이란 고작 성별을 결정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그마저도 점점 쇠퇴하여 종국에는 사라져 버릴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포유류 조상의 Y염색체를 살펴 볼 때, 처음에는(3억 년 전) 수백 개에 달했으나 점차로 줄어들어 앞으로 1천만년 후에는 완전히 없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한편 X염색체가 가진 유전자는 끊임없이 진화를 계속해 갈 것이라는 것이다.

 

교육이나 고용 면에서 여성이 남성을 앞지르는 나라가 많아지고 있다. OECD의 연구결과는 여자아이들이 읽기와 쓰기에서 남자아이들을 크게 능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영국에서는 가사를 돌보는 남편의 수가 지난 15년 동안에 3배로 늘어났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종래 남성의 무대 이었던 공무원 채용에 있어 여성이 60%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여성의 역할이 날로 향상되면서 존재감을 더해 가는 현상이 세계적인(특히 선진국) 추세이다.

 

그렇지만 지난 40여 년 동안에 나타난 표면상의 현상을 근거로 하여, 지난 수 만년동안 면면이 이어져 내려온 남성 지배 문화가 하루아침에 사라질 것이라고 단정하기에는 다소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남성 시대가 쇠퇴기를 맞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역사적 기정사실로써 자리 매김하게 되기에는 상당한 기간이 지난 다음에나 가능할 일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를 보드라도, 포튠(Fortune) 500의 최고 경영자나 연방 상하원에서 차지하는 여성의 수는 아직 미미한 수준에 머물고 있는 현실을 감안 할 때, 갈 길은 아직 멀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억겁을 향해서 흐르는 시간에는 멈춤이 없고 역사의 수레바퀴는 쉬지 않고 흥망성쇠의 길을 돌고 돈다.

남성 지배 문화의 쇠퇴가 역사적 추세(사실)라고 전제한다면, 이는 결과적으로 여성 지배 시대의 도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닐는지. 앞으로 여성의 사회 참여가 더욱 활발해지고 여성의 통치력(Governance) 또한 보편화 된다고 할 때, 남성이 여성의 지배하에 놓이는 여성 우위 문화가 현실화되는 날이 올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 귀납 추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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