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얼굴

2012.07.13 04:07

서용덕 조회 수:470 추천:107

잃어버린 얼굴 나는 거울을 자주 보지 않는다. 거울을 보는 시간은 화장실에 있는 시간이 전부다. 그래도 틈 나는 데로 거울을 자주 보면서 굳어진 얼굴을 찾아 미간에 자리를 잡은 내천(川)자를 펼쳐 보자는 단단한 의지는 거울을 들여다볼 때뿐이다. 거울이 아니고서 내 얼굴을 보지 못하지만, 상대방의 얼굴을 본다. 상대방 얼굴을 보면서 내 얼굴을 찾아 보려고 한다. 가만히 보면서 느끼는 것이 있다. 저 모습이 내 모습이라 할까. 우리말 얼굴이란‘얼'을 혼이라 하고‘굴'은 통로라 하여 얼굴은 영혼의 통로인 만큼 내 모든 것을 표현하는 나의 존재이며 정체성이다. 그르고 재주는 사람마다 타고나지만 웃음은 타고난 것이 아니라서 만들어 가는 기술일까? 나는 얼굴에 책임질 일이 있어서 억지로라도 웃어야 하는데도 웃는 습관이 안 된다. 웃는 일보다 쓸데없는 걱정과 근심을 하고 있다. 놓아버려야 할 걱정과 근심 무엇이 답답한지 가슴 속에 두고 끙끙거린다. 해마다 나이가들어 가면서 찌들어 삭는 육신을 만들어 가며 즐거움을 잊어버린다. 피곤한 몸은 늘 긴장된 근육이다. 이런 것을 이겨내야 할 일이다. 가슴이 아프면 무작정 걸었다. 처음에는 발걸음도 무겁다. 걷다 보면 나도 모르게 풀리는 것을 알 수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이며 효험이 탁월하지만 강인한 인내심이 요구하는 정신력이라서 작심 사흘 만에 한 두 번 하는 것으로 끝나고 말았다. 나는 세상에 태어날 때 큰 소리로 울었지만, 세상에 살아가면서 웃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웃는 일이 살아가는 법이니까. 그런데 얼굴에서 잃어버린 웃음은 가슴에도 없었다. 그나마 억지로 웃는 웃음은 고약하게 썩은 웃음이다. 웃음을 잃어버린 것은 얼굴을 잃어버린 것이다. 잃어버린 얼굴을 찾으려고 거울만 본다. 거울 속에서도 험상궂은 얼굴만 보인다. 잃어버린 얼굴에서 보이는 것은 고통이 가득하게 있다. 내가 즐기는 고통. 웃음보다는 고통을 더 즐기는 것이다. 그 고통이 주는 즐거움은 외로움일 것이다. 외로움이 바위 덩어리 같았으면 나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이미 깔려 죽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외로움이란 게 파도에 잘 씻겨진 모래알들이다. 모래밭에 스며드는 고독은 내가 만들어 가는 것이고, 파도처럼 밀려 찾아오는 것은 외로움이었다 외로움 세 가지 종류가 있다면. 첫 번째는 얼굴이 하얗게 그려져 있는 외로움이고, 두 번째는 가슴에 쌓인 외로움이며, 세 번째는 뼛속에 새겨 있는 외로움일 것이다. 이러한 외로움을 빛내는 연금술사가 되어야 한다. 거울만 보며 표정관리를 할 것만이 아니다. 세상은 커다란 무대다. 이제 무대 앞에 서 있는 연기자가 되어야 한다.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연기를 해야 한다. 나 혼자 만 즐기던 고통이 아니라 상대방을 즐겁게 하는 연기자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웃음이다. 웃음을 만드는 기술자가 되어야 한다. 웃음에도 세 가지가 있다면 가면를 둘러쓴 살가죽이 뜬 웃음. 호탕하게 목청 터지는 소리가 있는 웃음. 그리고 가슴에서 녹아난 눈물이 끈적끈적한 기쁨이 충만한 웃음이다. 웃음은 지천으로 널려있다. 가슴에 뿌리가 튼실한 얼굴에서 피어나는 꽃이다. 이 세상 최고 예쁜 얼굴로 성형 수술한 것보다 더 아름다운 미인이 웃는 얼굴이다 때와 장소가 없으며 남녀노소가 없다. 웃음만이 잃어버린 얼굴을 찾아준다. 그래서 웃음으로 시작해서 웃음으로 끝나는 얼굴을 만들자. 상대방의 웃음으로 내가 웃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웃음으로 상대방이 웃는 가슴을 보여주자. 만고불변이다. 웃음으로 실패한 사람은 없다. 성공하는 사람만이 웃고 있다. 웃어보자. 입을 크게 벌리고 웃자. 눈물이 나도록 웃어보자. 그래서 나도 성공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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