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시집 <이 세상에 e-세상> 유한근.평론

2007.12.05 11:41

서용덕 조회 수:990 추천:75


[이 세상에 e-세상에 대한 평론]

청결한 영혼의 시 소리꾼

-서용덕의 시세계

                         유한근 (문학평론가 . 한성디지털대학교 교수)


  시는 정직한가?  시의 표현구조인 은유, 상징, 아이러니, 알레고레, 신화원형은
시의 정직성을 훼손하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 전 분명한 것은 우리가 시의 정직성은
믿는다는 것이다. 시는  꼭 정직하여야 하며, 그 정직이 독자를 감동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시의 표현구조가 감동의 표현 방편으로서 사실을 은폐하고 본래의 뜻을
감춘다 하드라도 우리는 그것이 삶이나 인간의 본체 혹은 본질을 드러내기 위한 장치임을 의심하지 않는다.

  서용덕 시인의 시는 직설적인 만큼 정직하다. 그 정직성이 시의 힘이 되어 독자에게
전달된다. 시인은 이 시집의 서문에서 자신이 왜 시를 쓰는가를 명중하게 밝힌다.
평론가의 손을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자신의 시 세계를 명중하게 밝히고 있다.

일상의 위선을 방어하는 내면의 갈등을 이겨내려 진솔하고 투명한 것 들을 안고 괴로워 했다. 지천명(知天命)이 되어서 가슴과 영혼 속에 질서 없이 뒤엉킨 글 들이 하나의 詩로 엮어진 한(恨) 많은 노래들이었다. 이처럼 뜨거운 가슴에서 우러나온 응어리진 것들을 모아 詩집으로 엮어 내었다. … 지극히 표면적이면서도 비속하고, 상투적인 일상의 것들이 연민과 조소가 얼룩진, 자기 비판과 현실 인식을 병든 영혼마저 씻어 보려고 하였다. 어쩌면 이 영적 싸움이 짧은 토막으로 호소하는 詩적 이미지는 마음을 치료하기 위한 저항이며 투쟁이었는지도 모른다.… 인생 고백으로 뿜어져 나오는 여섯가지 감정의 희노애락애원(喜怒哀樂愛怨)의 역설적인 아이러니(irony)다. –시인의 <서문>에서

위의 글을 요약하면, 시인은 시를 쓸 수밖에 없는 이유는 첫째, 위선적인 일상의
삶을 청결한 영혼으로 닦아내기 위함이며, 둘째는 혼돈된 정서와 사상을 시로 질서를
부여해 주기 위해 쓴다는 것이며, 셋째는 시인에게 있어서 시 창작 작업은 마음 치료를 위한 저항 혹은 투쟁이라는 역설(力說)이 그것이다.

그리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시적 표현의 방법은 진솔함과 투명함이라는 것도 밝히고 있다. 그리고 한 편으로는 자신의 시는 한(恨)많은 노래이며, 희노애락애원의 역설적인 아이러니임도 토로하고 있다.

서용덕 시인의 관심은 시.공간을 초월한다. 자신의 내면 탐색은 물론 세상의 모든일에도 그는 관심을 기울이며 시야로 포착한다. 시대인식과 공간인식을 교재하며 시 세계를 넓힌다.


이 세상에는
e-세상이다

신선이 사는 무릉도원 천국같은
블랙홀이 지뢰밭으로 깔린 e-세상에
생쥐 한마리는 들썩들썩 문을 열어 준다

그 많은 창문에서
그 많은 것을 내 것 찾고 찾아 가는
스크린에 스며나는 저 모양들이
이 세상에 천하 신기루

e-세상을
이 세상으로 안위하게 살아갈 때
기름진 마음 차츰 말라 비틀어져 가고
신음하는 숨소리가 가파지기 시작한다

이 세상에 웃자란 어린이가  
e-세상에 어른되었다고
세상 물정 모르는 어른들이 못 본 체하고

나 또한 e-세상 앞에서 숨소리 없이
생피 마르는 건조장을 모르는
e-세상에 눈독 들이대고 떠날줄을 모른다.
                    
                              -<e-세상1> 전문

위의 시는 쉽고 편한 컴퓨터 세상의 혼돈과 건조함을 비판하는 세태 혹은 정보 사회의 하이퍼텍스트 세상을 비판하는 시이다. 엘빈 토플러가 예상한 현대 정보화 사회는 다양화 사회라는 긍정적인 국면도 있지만, 인간성을 말살하고 편함을 추구하며 느림의 미학을 모르는 인간과 인간의 소통을 외면하는 세상임을 서용덕
시인은 이 시집의 서두에서 힘주어 말한다. 이에따라 시인은 자신을 비롯한 세상 사람들이 ‘자물통 인생’임을 인식한다.

더불어 사는 오물통에  
사랑없다!
자유없다!
인권없다!

눈먼자 듣는 소리 예민하여
저 소리를 들었는가?
시끄럽다 잘난소리!

닫힌 문 두드리면 잘도 열려
열린 문에 믿음 없는 도적떼가
지은 죄 사방으로 널어 놓고
받을 벌 재주 자랑 기막히니

허리춤에 열쇠 걸이 묵직함은
도적 단속 소리 단속 분명하나
벗는 몸 터진 입 피할 곳으로

눈을 감고 귀 막으려
세상 잊고 살고 싶은 수인되어
숨겨 가는 옥방 벽도 높고 높아
사람 사이 쌓을 탑이 없다 한다

가지고 있었던가!  
가슴팍 단단한 고리 묶은
벌겋게 녹 쓴 자물통을!  

-시 <자물통 인생> 전문 인용이 그것이다. 이 자물통에 대한 인식과 정보 사회에
역기능에 대한 인식이 그가 서정시를 쓰게 하는 배경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서용덕 시인을 편의상 분류하면 서정시인에 속한다. 스스로도 이 시집의 서문에서 밝혔듯이 한(恨)을 노래하는 이 땅의 천상 서정시인이다. 모국어 문화권이 아닌 타국 알래스카에서 살고 있지만 원형질적인 토속 정서를 고스란히 지니고 있는 한국의 서정시인이다.


하늘에 떠돌다 내려온다
흙에서 거두어 올라가
꽃으로 피어나는 구름이면
누군가 떠나는 하늘가에
혼령으로 피어나는 꽃이던가

하늘 뭉클게 피어나는 바람꽃
꽃향기 흩어 내리는 진통은
눈물이고 기쁨이며 또 다르게
피어난 꽃으로 심어지는 숨결

하늘에 바람꽃이 필때
마음은 계절을 잃어버리고
바람꽃 머무는 꽃망울이
마음 아린 고귀한 사랑은
가슴에서 피어나는  것이다

바람꽃이 질때
수 많은 사랑으로 모여
이 땅 굽어 살피며
구름같은 마음이던가.

                                       -<바람꽃이 필 때> 전문

이 시에서 ‘바람꽃’은 무엇을 의미할까?  ‘하늘에서 떠돌다가 땅으로 내려와 흙이 되었다가 다시 하늘로 올라가 꽃으로 피어나는 구름이되었다가 하늘가를 떠도는 혼령으로 피어나는 꽃’, ‘눈물이고 기쁨이며’ 진통으로 피어나는 꽃을 시인은 ‘바람꽃’이라 부른다. 그리고 그 바람꽃이 하늘에서 필 때, ‘마음은 계절에서 잃어
버리고 마음 아린 고귀한 사랑은 가슴에서’ 핀다고 했다. 또한 바람꽃이 질 때는
‘수많은 사랑으로 모여 이땅을 굽어보는 구름’이라고도 말한다.

그렇다면 그 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바람꽃’은 하늘과 땅의 연기(緣起)에
의해 핀 꽃이며, 시간을 초월하여 마음아린 고귀한 사랑으로 핀 자비의 꽃이라 정리할 수 있는 것이다. 다분히 동양적인 초월주의적이며 신비주의적인 꽃이다.
그리고 이 세상에서 가장 큰 사랑의 꽃이다. 이 상상력에 의해 만들어진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시를쓰고 있는지 모른다. 시인에게 있어 이 바람꽃은 시 <희망 3>에서  ‘아직 보이지 않는/ 먼 길이 그 무엇일까 하는…’ 정체 모를 신비한 것일지도 모른다.

서용덕 시인은 시 <詩를 위하여>에서 ‘시인 되기 위해 가져야 했다/
가난한 마음을// 시인 되기 원하여 다 버려야 했다/ 덧 씌워진 가면을//
시인 되기 위하여 간직하려 한다 / 깨달음이 주는 지혜를// 시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나를 버린 씨름으로/ 우주의 세계로 돌아오면//  삶의 노래 시가 되어/
스스로 드러내 보일/ 거울 앞에 있는 모습대로// 숨어 살 수 없는 것이/ 시인되어 시인 처럼/  詩와 함께 같이 가련다.’라고 토로하고 있는데, 이 시에서의 ‘우주의 세계로 돌아오면 // 삶의 노래의 시가 되어’ 라는 구절에서처럼 우주의 세계로 돌아오는 그 무엇, 삶의 노래가 되는 그 무엇이 ‘바람꽃’은 아닐까?

시인은 시 <나 모르는 병>에서 ‘붉은 피 사랑이 멍든 독기는/ 씀씀이 마음이 썩은 확실한 병명 / 종합 검진에도 없는 병  /진실한 자아 모르는 병을 가진 환자.’ 로 자신을 인식한다. 이는 물론 시인의 겸손이다. 시를 위하여 자신까지도 버릴줄 아는 지혜로운 시인에게 있어 진실로 자아를 모른다는 토로는 분명 겸손이다.

더 큰 지혜의 길로 나가기 위한 시인의 순수한 열정이기도 하다. 시 <노숙자 露宿者>에서 처럼 제복 입은 사내들에게 쫓기는 노숙자를 연민의 눈으로 바라보는 시인에게 있어서는 더욱 그러하다. 그리고 거미집을 통해 삶의 방향을 탐색하고 제시하는 통찰력 있는 시인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집 짓기 위하여 길을 만든다
그 길에 집이 따로 있지 않고
길이 집이요 집이 길이다
거미가 살아가는 법은 독불장군
내가 가야 할 길 같은가
허공에 길 만들어 집을 짓고
그 길에서 기다리는 시간은
삶인가! 때로는 운명인가!
허공속에 자기 땅을 차지한
뻥뻥 뚫린 거미집에
바람도 세월도 걸러 지나서
뻥뻥 뚫린 구멍으로 걸린것이
거미는 길에서 살아가는 법을 기다린다.

                                                          -<거미집> 전문

서용덕 시인의 대표작으로 내세워도 손색이 없는 위의 시 <거미집>은 ‘길이 집이요 집이 길이다’는 격언적인 시행과 만나게 된다. 삶에 대한 깊은 통찰력 없이는 가능하지 않는 시행이다. 인생 무상, 허무의식 등 삶에 대한 공(空)사상이
그것이다. 이 시에 있어서 거미는 허공에 매달려 있는 중간자이다. 하늘과 땅에 부초처럼 떠도는 중간자이며 고독한 단독자일 뿐이다.

이에 대한 유사한 인식은 시 <나의 집>에서도  엄마의 젖 무덤에서/ 흙무덤으로
가는 길이 / 엄마의 포근한 젖가슴 같다는 것/ 맑은 정신으로는 알 수가 없던 일’로
나타난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시 <사람 人자 세운 사람들>에서는 ‘당신이 사람을 아시오/ 사람을 알 것 같지만 사람 마음은 모르것소/ 허~허 참! 사람을 안다고 하면 /
판판한 탁자 위에 나무잣가락으로/ 사람 人자 세워 보시오?’ 라는 화두를 던지기도 한다. 그리고 시 <소리꾼>에서 삶과 죽음, 이승과 저승을 잇는 시 소리꾼으로서 노래한다.


남도 민요 육자백이
가난 타령이냐 님 찾는 애닮픔이냐  
가슴으로 울고 목청으로 달래보는
맺힌 한 토하는 쉰소리

저승길 소리꾼 선先소리로
만가 육자백이 또 나온다
2음보 빠르게 재촉하는 길
4음보 저승길 멀기만 하여
상여꾼 뒷소리 화답하면
이승길 한발 한발 멀어지는데

꺽어서 나온 소리
태산보다 높이 쌓인 슬픔이고
늘려서 나오는 소리
가슴 맺힌 눈물 흐르는 소리
누군들 저 가락 잊고 살았던가

육자백이 한숨 절로 나오면
신세타령 소리꾼 되어
저승 길 이승 길 살풀이로
육자백이 노래 가락 늘어만 간다.

                   -<소리꾼> 전문

위의  노래는 시인 자신의  노래이기도 하며 시인의 소명의식을 소리꾼에 비유하여, 시가 무엇인가를 환기하는 시이기도 하다. 이승과 저승을 잇는 소리꾼의 역활을 시인의 역활로 서용덕 시인은 동일시하는 것일까? 자신을 시인으로서
‘영혼의 소리꾼’이기를 원하는 것일까? 이에 대한 결론을 지금으로서 유보해 좋겠지만 (다음 작품을 좀 더 접한 뒤에 내려도 좋겠지만) 분명한 것은 시인으로서 그는 자신이 영혼의 탐색자이기를 원하며, 청결한 영혼으로 나아가기를 희망하고
있으며, 좀 더 나아가서는 이승과 저승을 있는 육자배기에 능한 지혜로운 소리꾼이기를  원한다는 사실이다.

서용덕 시인의 천상 한국적인 서정시인이다. 그리고 자신의 안과 밖을 두루두루 살필 줄 아는 삶의 지혜를 추구하는 시인이다. 그리고 한 편으로는 신비한 세계를
탐험하는 시인이기도 하며, 소리꾼이 되기를 원하는 시인이기도 하다.

이 모든 사실이 그의 시를 주목하게 한다.

                                                 입력일자; 12월5일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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