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한맥 문학 신인상 수상작품 <정거장>

2008.03.01 14:45

서용덕 조회 수:863 추천:100

정거장 雪泉.서용덕 나는 그 많은 정거장을 잊은 지 버린지 오래된 자가용 시대에서 편리하게 살아가고 있다. 이곳에서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기회가 별로 없지만, 시내 어디에서나 전철이나 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정거장에서 볼 수가 있다. 일반적으로 큰 정거장은 공항이라면 작은 정거장은 하루를 마무리한 안방의 침상 일것이다. 정거장에는 목적지를 정하고 떠나는 사람과 목적지에 도착하여 사람들로 항상 북적댄다. 만남과 이별이 엇갈리는 진풍경이리라. 살아가면서 무엇을, 어떻게, 왜, 언재, 어디서,라는 것도 정거장이고, 간단한 용무로 가는 화장실도 정거장일 것이다. 정거장에 있으면 지루하게 기다리는 것부터 시작한다. 하루 시작 일에서 출근하고, 일하고, 사람들과 약속을 정하여 좋은 사람을 만나 이야기하고, 밥을 먹고 , 술을 마시고 춤추는 것도 있지만, 갑자기 강도를 만나고, 소낙비를 만나고, 사고를 당하여 당황하는 때도 정거장에 기다린 것 만큼이나 잠시 머물다 가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인생을 마감하고 마지막 정착지로 떠나는 것도 살아 있을 때 준비하는 것이 지혜라 한다. 그것은 내 나이 열 다섯때만 해도 키가 크고 몸집이 튼튼하여 품앗이를 하여도 꼬마둥이 반 몪이 아니라 장정품을 받을 만큼 건장하였다. 웬만한 농촌일을 힘든줄 모르게 근골이 다져있기에, 미국 이민으로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겁을 먹지 않았다. 무엇이든지 알면 쉬운 것이고 모르면 어려운 것인데, 몸으로 하는 일은 일의 요령을 몰라도 힘으로 밀어 붙이면 된다는 지혜가 몸에 박혀있기에 그랬을 것이다. 이러한 자만심이 가득한 나의 몸에 이상 신호가 왔다. 한참 바쁜 오후 시간이면 오른쪽 갈비뼈 밑에 바늘로 쪼아대는 통증이 두 세시간 간격으로 왔다. 일에 지쳐 일시적인 통증이라는 생각으로 진통제도 먹지 않고 무시하였다. 그런데 일 주일이 지나고 한달이 되어도 반복되는 횟수가 잦아졌다. 병원에 가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판단을 하면서도 마음이 허약해지고 두려움에 떨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멀정한 집에 갑자기 불이 나서 타고 있을때 눈에 보이는 것이 없는 것처럼,내가 이러다가 젊은 청춘에 비명횡사로 요절하는 것이 아닐까 하며 불안해졌다. 내가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보험이라도 들어 놓아여 처자식들이라도 괜찮아 것이라는 친구의 말에 하루1불짜리 기간 생명보험에 가입하였다. 이것이 내가 죽음을 준비하는 첫 단계였다. 그리고는 병원으로 향했다. 의심되는 간 기능검사를 위해 팔뚝에서 채혈을 했다.결과를 기다리는 일주일은 밥맛이 다 떨어졌고, 마지막 정착지로 가는 길이 눈에 확 보이듯이는 듯했다. 다행히 간기능에는 이상이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하지만 통증은 주기적으로 왔다. 그래도 몸에 좋다는 영양제 한 알 안 먹고 지냈다. 나는 이러는 사이에 인생은 정착로 떠나는 것이며 , 정거장에서 잠시 쉬어간다는 것을 터득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각자가 주어진 길에서 하루에도 몇 토막으로 나누어진 시간의 정거장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인생의 긴 여정의 정거장이라 생각하고 아무렇게나 살아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가까운 거리라고 쉽고 편하게 살아가려는 사람들로 인해 그야말로 천만별이다. 나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기회가 별로 없었지만, 집안에서 하는 일이 없어도 쉬었다 가는 정거장을 뚜렸하게 의식하려 한다. 정거장은 목적지이다. 희망이고 기다림이다. 하늘에서 내리는 빗방울도, 흐르는 강물도 분명한 목적지가 있다. 땅속에서 씨앗으로 움트는 싹도 한 잎사귀, 한잎사귀로 쉬어가며 꽃피고 열매를 맺기까지 길게는 하루의 정거장이고, 짧게는 시간에 머물다 가는 것일 게다. 정거장에는 밤낮이없고 계절이 없지만, 눈물과 기쁨이 있고 사랑이 매듭처럼 맺어져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정거장 하나를 뚜렸이 의식하며 살아간다는 자체가 무척이나 피곤할 수 있다. 피곤하다는 것은 많은 인생의 정거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누구나 정거장 없이 살아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말이다. 내 나이 지천명이 될 동안 수많은 정거장을 지나며 새겨놓은 흔적들은 어찌 보면 시와 수필 그리고 소설이 되는 사연들일 것이다. 그런데도 붓을 잡으면 펼쳐지지 않는다. 나는 오늘도 원고의 내용을 무엇으로 할까를 잠시 고민하면서 담배를 만지작거렸다. 그러다가 지나가는 버스를 보면서 불현듯 나 자신이 정거장을 향해 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 글쓰기를 시작하는 것이다. 하지만, 주절주절 다 엮어낼 수 없고 군더더를 떼어버리고 글다운 글을 쓰기도 어렵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내가 작가의 길로 입문하는 것이 글공부하는 정거장에 와 있다는 의식도 뚜렷해진다. 확실한 정착지가 정해진 인생은 여행이다. 지금은 교통수단이 좋아서 단기 또는 장기, 같은 값이면 국내보다 해외로 떠나는 여행을 하려한다. 이것은 여행이 아니라 관광이다. 관광은 인생은 즐겁게 하는 목적이다. 그러나 한 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인생이다. 오늘도 나는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내 정거장을 향하여 묵직한 발걸음을 내딛는다.(끝) 05/30/07 ---------------------------------------- -뽑고나서- '간절한 체험의 유연한 구성 돋보여' 서용덕 님의 수필 <고향 막걸리>외 1편, 정초에 모처럼 해외에서 건너온 작품을 만나 반가웠다. 서용덕 님의 두편의 수필은 대체로 알찬 작품이었다. 일상의 간절한 체험을 유연한 구성과 살아 있는 언어로 엮어내어 분위기가 읽기에 매우 좋았다. 그럼에도 한편, 고국의 향수에 치우친 감정이 다소 짙게 배어난 점이 아쉽다. 하지만 이는 작가의 환경에서 비롯된 만큼 흉일 수만은 없고, 앞으로 서용덕 님의 오랫동안 갈고 닦은 역량으로 충분히 털어낼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수필은 다른 어느 장르 못지않게 문장이 잘 다듬어져야 하고, 따라서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작가의 마음이 글 속에 진솔하게 담겨져야 한다. 이 두편의 수필이 바로 그것을 보여 줘서 든든하다. 서용덕 님의 작가의 길에 큰 축복을 보낸다. <심사위원> 김진희. 탁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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