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건 시인 시집 작품해설

2007.12.07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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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사상과 감정과 주관적 이미지
운율적 언어로 표현한 시론詩論
정情을 뿌리로, 언어를 싹으로, 운율韻律꽃을 피운 시원詩園의 열매


김 우 영
(장편소설 ‘월드컵’의 작가. 한국소설가협회)



  1. 들어가며
씁쓸하게 마감한 하루를
늦도록 술잔에 빠뜨렸다가
무겁게 건져 들고 집으로 가는 길

모난 뿔 두 개
뒤틀린 가슴에 하나
풀죽은 어깨에 하나
비틀비틀 때 묻은 세상을 찍고

밤하늘에 조롱조롱 맺힌
별들의 소복한 빛 무더기 구석에
갓 태어난 달

완벽한 동그라미를 꿈꾸며
뾰족한 뿔 두 개로
드센 어둠을 낚고 있다
-늘손지 시인의 시 ‘동그라미를 꿈꾸며・1’ 全文

    “언어를 살려놓는 수단은 시인의 심성과, 그의 입술과 그의 손가락들 사이 에 존재한다. 시인이란 창조적인 힘과 사람들 사이를 연결하는 중개자이다. 그는 영혼의 세계에 대한 소식을 연구의 세계로 전달하는 전달자이다. 시인은 그가 가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따라 가는 언어의 아버지요 어머니이다. 그가 죽으면 언어는 뒤에 남아 그의 무덤 위에 몸을 던지고는 다른 어떤 시인이 와서 일으켜 세워 줄 때까지 슬피 흐느껴 운다.”
 
위의 문장은 저 유명한 ‘칼릴 지브란’이 남긴 어록이다. ‘늘손지 손혁건’ 시인의 전편을 읽으며 문득 위의 글이 연상되었다.

시인이 위 시에서 사용한 언어들이 정말 어디로든 따라다닐 것 같은 생각이 들었던 것은 그의 시에서 느끼는 시적詩的 응집력凝集力이 강해 흩어지지 않는 것에서 그 의미를 둘 수 있다 하겠다.
 
   2. 은유시론隱喩詩論, 사상과 감정의 주관적 이미지를 운율적 언어로 표현한 시문학詩文學
손혁건 시인의 메타포(metaphor)는 은유隱喩시론詩論이다. 개인적인 사상과 감정의 주관적 이미지를 운율적 언어로 표현한 손혁건 시문학詩文學으로 규정지어 진다.
탄탄한 언어기조 바탕위에 정情을 뿌리로 하여 언어를 싹으로 키운 운율韻律꽃 시원詩園의 열매가 있는 시정詩情이다.
 
이는 아마도 중국 공자가 말한 것처럼 시를 읽으면 품성이 맑게 되고 언어가 세련되며 물정에 통달되니 수양과 사교 및 생활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 이치와 일맥상통할 지어다.
 
가을 어느 날 아마도 요즘처럼 산야에는 안토시안 단풍이 곱게 물들어 신음을 하고 길가 은행잎이 노랗게 색칠되어 휘몰이를 할 고즈넉한 즈음 내가 주관했던 문학 모임에서 만난 인연으로 시작된 시인과의 관계가 꽤나 깊고도 두텁다.
 
첫 만남에서 여러모로 부족함이 많다며 잘 부탁드린다는 인사를 건네 오던 든든한 체격과 넉넉한 겸손의 마음을 지닌듯해 보였던 손혁건 시인의 어깨를 토닥이며
 
“시인 에머슨이 말 한 것처럼 예술가는 자신의 예술을 위하여 자신을 희생하여야 해요. 마치 벌들이 침을 쏘는데 생명을 바치는 것처럼 최선을 다해야하지요. 스스로 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시가 나를 만들어 가도록 시인 자신의 육신을 시 세계에 물 들여가야 되지요.”
라는 화답으로 시작된 둘의 인연이 벌써 수년이 흘러온 것이다.
 
또한 늘 아름답고 재미있는 삶을 살가운 손으로 아우르듯 지혜와 지고지순至高至純한 마음을 동그랗게 그리며 살아가라는 뜻으로 ‘늘손지’라는 필명을 지어 주었고 이로써 늘손지의 필명이 오늘날로 이어진 것이다.
 
그 후 우리는 시와 시론, 우정에 푹 빠져 각종 행사장을 돌며 개인적으로 형, 아우하며 지금껏 그 아름다운 인정人情을 뿌리로 하여 언어를 싹으로 키운 운율韻律꽃 시원詩園의 열매가 있는 시정詩情을 다듬어 가며 대전에서 함께 살고 있다.
 
평소에 이 세상 누구보다도 사랑하고 아끼는 아우인 손혁건 시인이 시집을 낸다고 나에게 찾아와 시집 말미에 편집할 평론을 써 달라고 하기에 반가운 마음으로 승낙을 하였다. 바쁜 관계로 평론 글쓰기를 차일피일 미루다가 기어이 직장 연수중에 매듭이 지어졌다.
 
이 글을 쓰는 곳은 내가 사는 대전 땅이 아닌 신라의 고도古都경주 보문관광단지 현대호텔 1038호에서 한 자루 붓을 들고 쓰게 되는 것도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특히 몇 년 전에도 우리에게 스무 살 청년으로 회자膾炙되는 한밭대학교 이시웅 대학원장님 수필집의 평론을 이곳 경주 보문단지에서 썼던 인연으로 이어진다.
 
참으로 소중한 사람의 글은 이처럼 예사롭지 않은 인연의 실타래에서 풀리고 매듭지어지는 것 같다. 이래서 옛 현자賢者들은 중중무진연기重重無盡緣起라고 하였나 보다. 지나가는 하잘 것 없는 인연 하나에도 전생과 이승의 억만 겁에서 출발하기에 놋그릇을 대하듯 보물처럼 여겨 그 아름다운 결실을 맺으라고 했다.
이런 중중무진연기重重無盡緣起속 좋은 만남을 통한 늘손지 손혁건 시인의 첫 시집 ‘동그라미를 꿈꾸며’에 실을 평론을 써주게 되어 고맙게 생각한다.
 
   3. 늘손지 손혁건 시인의 시문학세계詩文學世界에 가까이 가기
고양이 발로 어둑한 현관을 지나
안방으로 가는데
빠끔히 열린 문 틈새로
아들 방 벽면에 별들이 떠 있다
오각형 다섯 변邊에 삼각뿔을 매달고
매일 늦어지는 아빠를 기다리고 있었다.
노랗게

발밑에 걷어차인 이불은
아들 녀석의 일상을
온전히 덮어주지 못한
아빠의 심장처럼 널브러져 있고
별빛은 날카롭다.

각진 세상!
그래도,
웃는 모습으로 잠들어 있는
아들 녀석의 얼굴이 동그랗다
날카로운 별빛도 사실은,
둥근 데서 오는 것
미안하다
고맙다.
-시 ‘동그라미를 꿈꾸며・2’ 全文
 
어린 시절 시골에서 자랄 때 자전거 바퀴를 이용한 굴렁쇠 놀이를 하며 놀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시골집 골목길을 따라 마을 샘을 돌고 은행나무 밑을 돌아 다시 동구 밖 고목나무 길을 끝으로 돌고 나온다. 그렇게 끝인가 싶으면 다시 시작하여 돌고 도는 길 따라 나서는 둥그런 굴렁쇠.
 
우리네 인생도 어쩌면 이런 동그라미라는 생각이 든다. 가도 가도 끝을 알 수 없는 미로 같은 우리네 인생 길. 시인이 동그라미를 꿈꾸는 것처럼 끝없이 달려야 할 미완의 길.
시인은 왜 하필이면 시재詩材를 동그라미라는 메타포(metaphor)은유隱喩시론詩論으로 시작詩作을 하였을까? 다른 레토릭(Rhetoric)의 구사언어도 많을 터인데 말이다.
 
여기에 우리의 궁금증 따른다. 그러나 그 해답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다른 곳이 아닌 위에서 언급한 ‘동그라미를 꿈꾸며・2’에서 얻을 수 있다.
언필칭, 살기 힘들다는 각진 이 세상 아빠를 기다리다가 이불을 걷어차고 자는 아들에게서 투영되는 각진 세상! 그러나 웃는 모습으로 잠들어 있는 아들의 둥근 얼굴 모습에서 동그라미의 시원詩原을 찾고 있다.

이곳에서 시인의 시적 소재의 유영遊泳과 언어토착의 귀결점을 찾을 수 있다. ‘동그라미를 꿈꾸며・2’의 시연 말미에서 아들의 둥그런 얼굴과 동그란 별빛을 등가성원리개념等價性原理槪念으로 풀어내는 반전의 효과를 높이면서 이 시의 카타르시스(Catharsis)를 살려내고 있다.
 
그만큼 시인은 독특한 시적사상詩的思想과 감정의 주관적 이미지를 운율적 언어로 표현할 줄 아는 능숙한 언어조율사라고 볼 수 있다.
 
시월 맞는 첫 아침
여민 옷깃에 가을 가득하다

단정한 매무새로 다독거려
상쾌한 호흡으로 나서는 일터

녹차 한잔으로
간밤까지 맘 졸이던
구월의 잔재를 털어내면

바스락,
가을을 밟고선 시월 첫 아침

빨갛게 줄 그어놓은
계획들이 새롭다.
-시 ‘시월 첫 아침’ 全文
 
시인은 대전 용전동에서 개인 사업체를 운영하며 가정을 책임지고 시를 쓰며 사는 이 시대의 보통에 가장이며 한 남자이다. 가족의 부양과 삶의 전개 이것은 누구나 겪는 아침이지만 시인의 아침은 유달리 애잔하다.
 
어쩌면 쉽지 않은 각진 세상 9월의 잔재를 시나브로 가볍게 털고 얼어나 바스락거리는 10월의 첫 아침을 빨간 줄을 보며 맞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힘든 것이 아닌 경이롭고 자연스럽게 시월 첫 아침을 열고 있다.
 
이것은 시인의 추구하는 동그라미 미학美學과 삶의 철학에서 시사 하는바가 크리라 믿는다.      
특히 시의 매력인 예술성과 압축성, 주관성, 정서성 까지 고르게 갖춘 그의 언어적 구성요소에 리듬(rhythm)과 회화적 요소인 이미지(image), 의미적 요소와 사상의 관념요소, 종속요소를 잘 갖추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말했다. 시는 자연의 모방이라고 말이다. 또 셰익스피어도 말했다. 연극이 일생一生을 거울에 비치는 것처럼 시는 우리들 삶의 반영이요 반추라고……. 그래서 많은 시인들은 이렇게 말한다.
 
“비록 오늘 힘들어도 태양이 빛나는 한 인간세계에 희망처럼 빛나는 것이 시詩일 것이며 우리는 시를 생명으로 여기고 살아가노라!”

그,
삶은
위대한 고통이었다

속 깊은 땅에
굽은 허리로 누워
머리로부터 하늘의 양기를 받고
발끝에서 땅의 음기를 모아
허리에 두르고 둘렀다가

댕강,
댕강,
제 허리
아픈 줄 모르고 부러뜨려
정선 땅을 가로지른 거다    
부러진 허리에선
튼실한 살 돋고

붉은 젖줄 트여
절망은 쓸려가고 묻히고
희망은 연방 새로운 희망을 낳고

그 살과 젖줄에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정선 아라리요
-시 ‘아우라지 -2006 정선 도원 문학 축전에 다녀와서’ 全文
 
시인에게 있어 여행은 생각과 피안의 사고를 전환하는데 꼭 필요한 활력소요, 창작의 샘이다. 독일의 시인 괴테는
“자연은 농담하지 않는다. 자연은 늘 진실하고 늘 진지하며 늘 엄격하다. 자연은 어제나 옳고 언제나 잘못과 실수를 범하는 것은 사람이다. 자연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을 경멸하며 오직 정당하고 순수하며 진실한 사람에게만 자연은 자신의 비밀을 공개한다.” 라는 말을 했으며
 
서양의 방랑객 시인 헤르만 헷세는 이렇게 갈파했다
 
“이 세상에서 나만큼 구름을 더 사랑하는 사람이 있거든 나와 봐라!”
 
이 말은 헤르만 헷세가 집을 나서며 던진 세기적인 화두話頭이다. 이 세상에서 구름을 가장 많이 사랑했던 그는 아름다운 산을 찾아 이국의 산천을 마치 구름처럼 떠다니기도 했던 시인이다. 구름이 헷세를 부른다는 말을 구름의 입을 통하여 듣고 고향을 떠나 구름들이 모여 사는 이국으로 여행을 다니곤 했다.
 
위의 시 ‘아우라지’는 시인이 ‘2006 정선 도원 문학 축전에 다녀와서’라는 부제를 붙여 쓴 시이다. 요컨대 독일의 시인 괴테가 말한 자연의 순수성에 대한 고백과 헤르만 헷세의 구름 이야기가 바로 시인의 반추물이요 그림자인 것이다.
 
   4. 문학 이전에 인간이 먼저 되어야…
기회가 있을 때 마다 말하는 것 이지만 문학 이전에 인간이 먼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머리로 쓰는 문학보다 가슴 따스한 인간이 쓴 시가 감동적이며 휴머니즘(humanism)적이다. 문학작품은 학술적 의미에서의 공부이지만 창작과 활동의 의미에서는 인간적인 비지네스 내음이 깊기에 하는 말이다.
 
요컨대, 늘손지 손혁건 시인의 경우는 이렇다.
우선 인간이 되었다. 즉 휴머니즘(humanism) 샘물이 가득 넘치는 인간형 시인이다.
 
주변에 모든 사람들을 아우르며 원만하게 풀어나가는 동그라미 처신의 미학정신美學情神이 그에게 있다. 이처럼 인간이 먼저 된 사람은 앞으로의 미래문학이 보인다.
두 번째, 열심히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며 문학수업에 열중 하고 있는 만능노력형 동그라미 원학圓學을 지니고 있다.
세 번째, 삼천리팔도강산 전국은 물론 해외문화교류회 미디어팀장으로써 각종 문화행사 사회자로 인기가 높은 프로페셔널 쇼우셜 플레이어(professional social player)형 인간이다. 고루한 커뮤니케이션으로 무대에서 객석의 관객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대중이 모인 큰 행사장에서 무대에 올라가 대중을 지루하지 않게 즐겁게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시인은 하늘이 내리고 땅에서 꽃 피운다고 했다. 세계적 시대의 예언자 ‘칼릴 지브란’이 그의 저서에서 말한 것처럼 산소같이 맑은 언어로 우리의 가슴을 청정하게 녹이고 있다.
 
끝으로 늘손지 손혁건 시인의 다음 작품을 살펴보자.
 
나의 그림자 위엔
항상 파란 하늘이 있습니다.

이름을 불러 외치면
꽃 같은 파문으로
곱게 일렁이는 하늘

대답처럼 들려오는
‘사. 랑. 한. 다.’

그림자는
부끄러운 가슴으로
하늘을 봅니다.

여전히 웃는 얼굴로
‘사. 랑. 한. 다.’
-시 ‘하늘’ 全文
이 세상 어느 누구보다도 사랑하고 영원히 함께 가야할 나의 시인, 나의 형제 늘손지 손혁건 시인을 그 어떤 수식어로 다 표현하랴! 대저 두 개의 젓가락으로는 한 개의 붓을 이길 수 없거늘……
언지지장言短志長이란 말이 있다. 말은 짧고 뜻은 길다는 말이다. 늘손지 시인의 시 ‘하늘’에서의 금과옥조金科玉條같은 싯귀로 부족한 나의 말학末學의 대미大尾를 접는다.
 
    ‘그림자는/ 부끄러운 가슴으로/ 하늘을 봅니다/ 여전히 웃는 얼굴로/ 사. 랑. 한. 다//
 
이천칠년 십일월 구일
 
신라의 고도 경주 문화관광보문단지
현대호텔 1038호실에서
나은 길벗 김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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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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