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익현 시집 『千山 바람 같은 이야기』작품해설(200자 원고지 82매)

    천(千)개의 산을 넘으며 천(千)편의 시를 쓴
산수풍광(山水風光)의 여정(旅程),휴머니즘 미학(美學) 시원(詩園)

                       김 우 영 (작가. 한국해외문화교류회 사무국장)

1. 여는 시

산은 주막이다.
고스락에 올라 산 공기 마시면
신선(神仙)이 따로 없다.

산은 나그네다.
산을 오르고 내리는 일은
인생의 긴 그림자 이끌고 가는
먼 여행(旅行)이다.

산은 고향이다.
언제나 아늑하고 포근한
추억(追憶)이 너울댄다.

산은 연인(戀人)이다.
산에 들면 나무들 반기고
새들의 오케스트라
반갑게 포옹을 한다.

산은 시(詩)다.
산에 오르면 바람소리, 새소리
꽃으로 피어난다.
산은 나요, 나는 산이다.
그에게 가면 산정(山情)에 취하고
산신(山神)에 홀려, 황홀의 경지로 침잠한다.

산이 산을 열고 간다.
그 곳엔
언제나 푸른 희망, 붉은 이상이
활짝 열려있다.  
                               - 시 ‘산이 산을 본다’ 全文

2. 산이 그리운 영원한 산(山)시인 문원(文園)

문원은 삶 자체가 아예 산(山)이다. 눈을 뜨나, 감으나 애오라지 산이다. 언제인가 문원과 마주 앉아 막걸리를 마시며 어찌하여 산을 그리도 찾느냐고 물었다.

“산행은 산에 대한 사랑의 구체적인 표현입니다. 사랑을 모르고 어찌 인간이라 할 수 있어요. 그래서 나는 오로지 산 밖에 몰라요. 산이 나의 친구요, 연인이요, 동반자이지요! 아, 산이 보입니다. 산이 나를 부릅니다, 산이 오라 손짓해요. 저 산이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리지 않나요? 산,  산, 산 . . . . . .  ”

사람이 선을 행하는 일은 산을 오르는 것이라고 한다. 선한 마음으로 산 속에 살면 마음이 맑고 시원하며 대하는 것마다 모두 아름다운 생각이 든다.  산은 아름답다. 그 모습이 아름답고 그 선이 아름다우며 그 색깔이 아름답다. 그러기에 연세가 듬직한 분인데도 아직 동심에 젖고 눈물이 많은 순백(純白)의 산시인 문원은 선하며 아름다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문원은 대전의 대표적 일간지 중도일보에 라이프 레져(Life Lesure)와이드판에 소산산행문화연구소 김홍주 소장과 함께 호홉을 맞추며 ‘산 이야기’ 산시(山詩)를 1천회에 가깝게 연재하여 이미 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있다.

삼천리강산 산하(山河)를 돌며 몸으로 부대끼고 마음으로 느낀 내용을 리얼하게 산시(山詩)로 그려내고 있다. 문원은 비단 국내의 산 뿐이 아니다. 외국의 산을 통하여 천 여개의 산을 넘고 천 여편의 산시를 쓴 산시인으로 유명하다. 그 많은 산을 등정하고는 산의 위용과 자태에 대한 감상을 시로 옮겨놓고 있다.

문원이 얼마나 산을 좋아하는지는 이번에 선 보이는 제5시집「千山 바람같은 이야기」의 자서(自序)에 보면 잘 나타나 있다.

산을 향한 타오르는 熱情의 도가니
안온하고 포근한 산의 가슴에 안겨
마운틴 오르가슴에 젖어 버린다.

千山을 향한 文園의 熱望!
이제 그 9부 능선에 올라
후유 숨을 고른다.

20008년 5월에 창립한 한국해외문화교류회(대표 전인철 시인)는 대전광역시에 정기간행물로 문예지「해외문화」를 등록하였다. 530여 페이지에 달하는 묵직한 「해외문화」에 ‘문원과 함께 떠나는 세계명산 명시기행’에 세계의 산, 시를 그림과 함께 소개하여 눈길을 끌고 있다.
산에 관한 자료나 산시에 대하여는 대한민국 국보급으로 해박하고 다양한 상식을 지닌 문원에게는 이제 산시인(山詩人)이라는 별칭이 어울리는 특허청 출원감이다.

3. 산(山)에 미쳐 산시(山詩)를 쓰며,
          시를 몸으로 노래하는 국보급(國寶級) 문원(文園)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당할 수 없고, 노력하는 일을 즐기는 자를 당해낼 수 없다!』

위의 말은 내가 평소에 좋아하는 말이다. 이 말을 기회가 있을 때 주변에 말한다.
즉, 무슨 일이건 미치도록 즐겨해야지 그 분야에서 인정받을 수 있기에 노력의 차원을 뛰어넘어 전념하여 즐기다보면 그 분야에서 최고와 최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얘기이다.

  이 말은 바로 오늘날 최고의 산(山) 사나이, 산은 내 친구요, 연인이요, 동반자라며 애오라지 산만을 그리는 문원(文園) 신익현(申익鉉)시인을 두고 한 말 이렸다.

  대전 중부권에서 압축된 시(詩) 메타포((Metaphor)의 최고봉으로 평가되는 시인으로 잘 알려진 전인철 중구문학회의 회장은 문원을 보고 이렇게 추천시를 상재했다.

“관능의 입술로도 모자라 / 산 만을 담은 시집으로 치닫는 그대 / 먼 바다를 지고가는 핏 빛 바람처럼/ 그리움을 채혈(採血)하는 사람아/ 천 년(千年)이 가도 변치 않을/ 생(生)의 여정(旅程)에서 그대//(中略)
무엇이 살아 숨 쉬기에/ 굶주린 하이애아처럼/ 산(山)의 허를 내지르는가/ 오늘도 미지(未知)의 산을 향하여/ 끝없이 떠나는 사람아, 사람아!//“ (下略)
                                    - 제4시집 ‘문원의 창가에서’일부중에서

“참 샘 찾아 / 목축이 듯 / 시 한 수에 영혼 적셔주는/  여기 천 천년 길이 빛날/ 참 시인 있었네 / 각을 뜬 듯 / 우리들 가슴에 들어 와 박힌/ 문원 신 익 현 시인님!/ 천산에 길을 여셨네/ 우리들 가슴에 혼을 심고/ 아스라이 먼 산에/ 영혼의 고운 꿈 잔뜩 일궜네/ (中略) 언제나 한결 같은/ 천 년 시인//(下略)”
                            - 제5시집 ‘천산 길을 열다’의 일부중에서

산은 땅의 불멸에 기념비라고 했다. 이 지구상 기념비적 인물인 문원 신익현 시인. 대한민국 국토의 중심부 대전 중부권은 물론 주변을 둘러봐도 문원만큼 산을 좋아하고 산시를 쓰며 산시낭송을 하는 분을 본 적이 없다. 아니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문원은 산을 위해서 태어났고 산시를 위해 죽겠다는 산시인이기 때문이다.  

문원은 산시인 뿐 아니라 시낭송가로도 유명하다.

시낭송계는 대부분이 여자 시낭송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문원은 전국에서 손가락 안에 드는 걸출하며 멋진 남자 시낭송가이다. 서울에 ㄷ, 강릉에 ㅍ, 대전에 문원이 있을 정도이다.
문원의 시낭송 무대 매너 시튜에이션(Situation) 인기는 파격적이며 대단하다. 어느 주부는 문원의 시낭송 열정을 보고 깜짝 놀라 무대 앞으로 달려나가 울면서 싸인을 받았다는 소문이 있을 지경이다. 아마도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혼신의 몸과 목소리로 열정을 토해내는 액션연기이다. 고등학교와 대학에서 연극을 하였던 탓 일까? 온 몸으로 말하는 그의 연기는 특별한 감정이입(感情移入) 모노 드라마(Mono drama)이다.

대전시낭송가협회의 노금선 회장은 문원을 이렇게 표현했다.

“문원 신익현 선생님은 더도 덜도 필요없이 1백년에 한 번 날까 말까한 이 시대의 불세출에 스타 산시인 입니다. 참으로 그 열정과 끼가 대단한 국보급이라고 할 수 있어요.”

2008년 5월 대전 중구 산성동 침산리 자운영 축제장에 초대받아 무대에서 신(神) 들린 듯한 그의 시낭송 무대 시튜에이션을 보고 대전에서 CEO 동장으로 유명한 이상옥 동장은 이렇게 말했다.

“오 . . . . . .  !  아니, 저렇게 시낭송 잘 할 수 있어요. 이곳 자운영 축제장에 온 수 천 명의 관람객이 가던 길, 일손을 멈추고 보라보느라고 넋이 다 빠졌어요 . . . . . .  ? 저런 멋진 기교의 몸부림 시낭송은 처음 봐요. 허허허---”

4. 산수풍광(山水風光)의 여정(旅程),휴머니즘 미학(美學) 시원(詩園)

대부분 시인들이 시집을 낼 때는 자신의 일상을 담은 내용을 주제로 하여 시집으로 묶는다. 그 안에서 가정, 사회, 지인, 환경 등에 관하여 다양하게 시를 편재하여 시집을 상재하기에 이른다.

현대시는 알레고리(Aallegory)문장도입의 춘추천국시대라고 말 할 수 있다. 어떤 한 주제를 말하기 위하여 다른 주제를 차용 이중구조의 몽환적 기법을 통한 수사학이다. 주제의 유사성을 적절히 암시하면서 수사법과 은유와 유사한 표현 기교의 유희가 주류를 이룬다. 이처럼 현대시에서의 알레고리는 이야기 전체가 하나의 총체적인 은유로 관철되어 있다는 난해성이 있다. 이래서 어떤 이들은 현대시가 어렵다고 한다.

반면 이번에 문원의 제5시집 「千山 바람같은 이야기」에는 산이란 모티브(Motive)의 단일주제 시집이다. 자연의 순수와 문원 자신의 휴머니즘이 결합된 산수풍광(山水風光)의 여정(旅程),휴머니즘 미학(美學) 시원(詩園)이다. 시문장 전체가 쉬우면서 그 내면속에 따듯한 인간애와 흐믓한 눈물의 카타리시스(Catharsis)가 있다.

이러 문원 특유의 산수풍광 여정 휴머니즘 미학의 시원이 담긴 제5집 「千山 바람같은 이야기」에는 문원이 국내와 해외에 까지 천 여개의 산을 등정하고 천 여편의 시를 쓴 것을 기념하기 위한 출간이라니 더욱 그 의미가 깊다고 할 수 있다.

자, 그럼 지금부터 천 여개의 산을 넘으며 천 여편의 시를 쓰는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 영원한 산시인 문원 시인의 시원(詩園)을 천착(穿鑿)해보자. 신발끈 고쳐매고 배낭끈 질끈 잘 묶고 산으로 출발. 산아,  산아 기다려라 문원 등반대가 나간다. 야호 . . . . . . . !

너의 품에 안기면
열리는 열반(涅槃)의 門.

천년 전 솔바람도
시루봉을 넘어가고

보문산 흰구름 같은
고운 마음 솟아라.

산딸기 이슬 머금은
아들 바위 솔솔한 자리.

長壽약수터
맑은 물빛 환한 세상.

사슴도 至純한 눈으로
세상 고개 넘는다.
                                        - 시 ‘산’ 全文

옛 말에 ‘내 안으로부터 된 수련된 내공(內攻)이 수 천 겹의 적을 물리친다’ 고 했던가! 문원 자신이 살고 있는 국토의 중심부 대전의 자랑 보문산(寶文山. 예전에는 보물이 쌓여 있는 산이어서 보물산이라고 불렀다고 함)부터 먼저 올라보자.
문원은 이 시에서 ‘너의 품에 안기면 / 열리는 열반(涅槃)의 문(門)’ 이라고 표현했다. 불교에서 열반이라 함은 부처가 80세에 쿠시나가라의 두 그루 사라나무 아래에서 열반에 들어 한 말이다.

‘다른 것을 의지하지 말고 스스로를 의지하거라. 스스로 등불이 되어 노력하라 그리고 깨달아라!“
  
문원은 보문산에 올라 열반과 해탈(解脫)의 경지까지 넘어서려고 하는 것이다.  천 년 전 솔바람도 시루봉을 넘어가듯이 장수(長壽)약수터 맑은 물빛 환한 세상으로의 열림을 소망하고 있다.

다음에 문원의 탄생지역인 충절의 고장, 예향의 땅, 충청남도 보령시에 오롯이 솟아있는 백월산(白月山)에 들자.

연두색 숲을 헤집어 파고든다.
땀방울 방울
푸근한 가슴 활짝 열어젖히어
따사롭게 품어 안는다.
헐떡헐떡 가쁜 숨 토해낸다.
산과 나
황홀경의 바다에 빠져버린다.
시원스레 불어오는 바람
깊숙이 들이키며
絶頂의 외침 내 지른다.
                                    - 시 ‘백월산(白月山)’ 全文

산은 마음의 고요와 고상함이요, 큰 산은 높은 덕이 솟은 거라고 했다. '거기 산이 있어 내가 가고, 산이 불러 산에 든다‘ 고 했다. 연초록의 숲을 헤집고 들어가 땀방울로 포근한 가슴 활짝 젖히는 것은 등산인만이 갖는 포만감과 특유의 카타리시스(Catharsis)이다.
산에 자연과 인생 세상만사 철학의 이치가 숨어있다. 산을 보는 이에 따라 다르다고 한다. 높을 수도  낮을 수도, 세모, 네모, 또는 원형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 것은 인간이라는 아무 미세한 동물이 바라보는 시각의 창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산은 수 억겁년 동안 하나도 변하지 않고 묵묵히 그 자리에서 세상과 인간이 변하는 모습을 조용히 웃고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산은 무언(無言)의 스승이요, 의지의 기댐이 있는 곳이다. 인간이라 자처하는 자들이 실컷 세상놀이를 하다가 세파에 지치면 산에 들어와 하소연을 해도 다 받아준다. 산은 한 번도 인간을 싫어하거나 멀리한 적이 없다.
다만, 인간이 실컷 이용하고,  돌아설 뿐이다. 산은 그 자리 그 모습 인자(仁者)와 덕자(德者)의 모습으로 있을 뿐이다.
위의 짤막한 ‘백월산(白月山)’ 시 속에서 문원은 인간과 자연의 함수관계를 설정하여 깊은 뜻, 넓은 의지를 세우고 싶어하는 것이다.

충청북도 충주시 충주목 주막에 앉아 청명주(淸明酒)한 잔에 목을 축이고 충주호를 바라보며 월형산(臥龍山)에 가보자. 제천시의 해발 526m의 고지에 오르자.

천년 古刹 고산사
人情 넘치는 佛子님들
농사지은 수박 한 통 나누어
한 조각씩 입에 넣는다.

絶頂의 여름
따가운 땡볕
나무로 가린다.

맴맴 쓰르름 쓰르름
매미들의 오케스트라에
귀청이 즐거워진다.

별님과 함께 걷는 山行
마음은 두둥실
구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 버린다.
                                 - 시 ‘월형산(臥龍山)’ 全文

힘들게 오른 산 정상에서 산우(山禹) 심우(心友)끼리 주고받는 인정 넘치는 수박 한 통에 금새 세상사 시름 다 잊고 허허실실 해댄다. ‘맴맴 쓰르름 쓰르름’이라는 의성어(擬聲語)를 문장에 적절히 도입시켰다. 문원의 시에 음률적 아름다움을 살려내는 기묘한 언어배치는 그간의 시력(詩歷)을 가늠케 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문체(文體)또한 동심으로 변환시키는 환치기법(換置技法)을 구사하고 있다. 매미들의 오케스트라에 별님과 함께 걷는 산행(山行)/ 마음은 두둥실/ 구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 버린다/ 귀청이 즐거워진다 //
이처럼 시인은 동심어린 마음으로 산행의 즐거운 하산을 하며 시어(詩語)에 꿰어 나열하고 있다. 시인의 언어유희는 그만큼 언어연금술사 수준에 오른 경지라고 볼 수 있다.

전라북도 군산의 신시도를 가보자. 해발 287m에 달하는 아담한 섬의 준령이다.

잔잔한 검푸른 바다위에
오밀 조밀한 섬과 섬 사이로
아름다운 등대가 보인다.
찌는 폭염
막히는 숨
힘겹게 오르고 올라
전망대에 선다.
                                 - 시 '대각산' 全文

산은 모든 자연 풍경의 시초요 종말이라고 했다. 아름다운 대각산, 잔잔한 푸른 바다위에 오밀조밀 섬과 섬 사이로 등대가 보이는 섬에서 찌는 더위를 맞으며 산과 바다를 동시에 그리고 있다. 이를 보고 인자요수 지자요산(仁者樂水 知者樂山)이라 하지 않았던가! 위의 짤막한 시 '대각산'  속에서 문원은 언지지장(言短志長)을 말하고 있다.

자, 숨을 가다듬고 경기도 포천군과 가평군의 경계에 우뚝 하늘 향하여 선 민둥산을 가보자, 해발 1008.5m를 자랑할만큼 높은 산이다.

산바람이 날 반겨 불어오네요.
푹석한 낙엽 더미 내 발바닥을 간질이네요.
서늘한 물소리 내 귀청을 울리네요.

간드러진 새 소리에 내 딛는 발길 가볍고
흐드러진 연초록 나뭇잎은 뜨거운 햇빛을 가리고
혼비산우들과 주고받는 대화 속에 웃음꽃이 피어난다.
                                       - 시 ‘민둥산’ 全文

자연은 인류의 보금자리며 생명의 근원이다. 이런 보금자리에서 산바람이 불어오는 날. 산 속에 앉아 냇가로 흐르는 물소리에 가정과 세상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모처럼 산과 즐기는 자가 바로 우리의 문원이다. 간드러진 새 소리에 내 딛는 발길 가볍고/ 흐드러진 연초록 나뭇잎은 뜨거운 햇빛을 가리고/ 혼비산우들과 주고받는 대화 속에 웃음꽃이 피어난다// 고 시인은 흥겹게 노래하고 있다.
이처럼 산은 보탤 것도 뺄 것도 없는 그냥 그 모습 그대로이다. 물 한 모금 입 안에서 헹구어 뱉어낸 그 모습처럼 말이다. 변화무쌍하게 변모하는 세상과 샅바노름에 길들여진 인간에게 산은 무언의 조언을 하고 있는 것이다.

험준한 지리산 준령을 따라 남해가 바라보이는 경상남도 진해의 천자산에 올랐다. 해발 502m를 자랑하는 이 산은 제법 높은 산이다.

하늘도 분홍빛이다.
산허리 감아 도는 연분홍 물결
온통, 진달래 향기로 가득하다.

산마을엔 화사한 벚꽃 밭이다.
4월은 꽃의 달
개나리, 매화, 목련, 진달래…

꽃 목도리 목에 걸고
티 없는 산소를 들이 마신다.
막걸리 잔에 어리는 꽃잎의 노래 들린다.
                                          - 시 ‘천자산’ 全文

하늘도 분홍빛, 산허리 감아 도는 물결의 진달래도 온통 분홍빛 세상의 분홍빛 천자산. 어디 그 뿐인가? 산마을엔 화사한 벚꽃 밭이며, 개나리, 매화, 목련, 진달래로 만산홍엽(滿山紅葉)을 이룬 천자산에서 시인은 꽃 목도리 목에 걸고 티 없는 산소를 들이 마신다. 그리고는 막걸리 잔에 어리는 꽃잎의 노래 들린다.
이래서 시인은 하늘이 내린다고 했다. 순진무구한 무아의 지경에서 오로지산수(山水)와 화조(花鳥)만을 그리는 그 숨결에서 시인의 가슴은 분홍빛으로붉게 탄다.

그리하여 철학자 ‘러버크 경’이 이렇게 말하지 않았던가!

“태양이 꽃을 물들이는 것과 같이 예술은 인생을 물들인다!”
                                                        
내친 김에 전라남도의 명산 영취산으로 가볼까나! 여수시에 위치한 이 산은 해발 510m이다. 남해의 한려수도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영취산의 절경이 대단한 명산중에 명산.

진달래 가슴 졸여라
몽오리 진 채 짙은 분홍빛 모습
감추고 있다.

사랑하는 아우님들
곡차 잔 주고받을 때마다
오고가는 산정의 샘이 솟는다.

배암 한 마리 스르르
바위틈으로 사라진다.
                                              - 시 ‘영취산’ 전문

진달래 몽우리 진 채 짙은 분홍빛 모습에 시인은 절창을 하고 싶은 게다.
함께 간 사랑하는 아우님들과 주고받는 곡차를 마시니 이 세상 무엇이 부러웁단 말인가?

울컥 한 잔 술에 옛 시가 한 수 떠오르는구나.

한 잔의 술을 드니 / 천하가 내 발 밑에 있고/ 옥황상제가 부럽지 않으니/
예가 천국인가 하노라/ 내가 술을 좋아하고 / 술 또한 나를 따르니 / 내가 주선이가 하노라/ 주모, 오늘 술값은 외상이요!//

시인은 주고받는 곡차 속에서 오고가는 산정의 샘이 솟는다고 한다. 인정(人情) 산정(山情), 주정(酒情)이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든다나!

이젠 강원도 산협으로 가보자. 기암괴석과 갖가지 절경의 관동팔경이라 그런지 대체적으로 험한 준령들이다. 산의 매력은 산의 다양성과 그 무한함에 있는 것이다. 평창군 대화면에 자리한 해발 1,045m의 절구봉에 가보자.

하늘을 찌를 듯 치솟은 봉우리
팔십 도에 가까운 경사진 절벽
구슬땀 뻘뻘 흘리며 오른다.

인진쑥의 독한 내음 코를 후빈다.
개망초 흐드러지게 피어난
버려진 밭두덕

고스락에서의 조망
머얼리 구름 띠 두룬
가리왕산, 중왕산……
헤일 수 없이 많은 산들이 보인다.
                                           - 시 ‘절구봉’ 全文

강원도 산협 산으로만 둘러쌓여 하늘만 빼꼼히 내빈 산마을. 가파른 경사진 절벽 구슬땀 뻘뻘 흘리며 오른다. 이때 인진쑥의 독한 내음 코를 후빈다나? 야생화로 흐드러진 밭두덕에 앉아 머얼리 구름 띠 두룬 가리왕산, 중왕산…… 헤일 수 없이 많은 산들이 본다.
문원은 그 많은 산속에서 산을 그리며 살아가고 자신의 정경을 시 한 편으로 한 폭의 수채화처럼 그려내고 있다. 뛰어난 시적 레토릭(Rhetoric)이 구사되는 대목이다. 산이 산을 보고 다시 문원이 산을 보는 그런 산중인생의 신선(神仙)이 되는 것이다.

자, 이제 국내의 산을 넘어 해외로 나가볼까나! 문원은 그가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국해외문화교류회의 부대표이자 이사를 맡고 있다. 명성에 걸맞게 세계의 명산이란 명산은 다 등정을 하고 시 한 편씩을 탄생시킨다. 현해탄을 건너 일본 혼슈의 잊지못할 해발 3190m정상의 고지 북 알프스 산행 나들이에 함께 해보자.

산과 산이 마주향한
우주의 숨소리가 아련히 들리는
빙하계곡
산을 사랑하는
일출 열여섯 가족.
산행 식구들의 평소 적덕(積德)을 베푼
보람인 듯 쾌청한 날씨. (中略)

북 알프스 오악당(오인방)!
호까다 산장에 안착
마운틴 오르가슴
그 짜릿짜릿한 쾌감의 山行
“나는 아무래도 다시 산으로 가야겠다”.
라고 노래했듯이
우리 북 알프스 오인방, 해발 3190m정상
바위 너덜위에 올라 저 멀리 청자 빛
하늘 속에 아련히 보이는 후지산을 본다.

북 알프스의 精氣를 함뿍 들여 마시며
동편 조국 땅을 향해 “야호 삼창”을 내 지른다.
                               - 시 ‘잊지 못할 북 알프스여!’ 全文

문원은 이국의 산을 보며 무아지경에 빠진 듯 소리친다. 산과 산이 마주향한/ 우주의 숨 소리가 아련히 들리는/ 빙하계곡/ 산을 사랑하는/ 일출 열여섯 가족 / 산행 식구들의 평소 적덕(積德)을 베푼/ 보람인 듯 쾌청한 날씨/ 깍아지른 바위 절벽/ 오르고, 돌고, 다시 오라/ 아찔아찔, 불안감을 안고
돌고, 오르고, 내린다/ 아! 산이 거기에 있기에 오른다고 했던가! / 산을 사랑하고 산에 미쳐버린 / 북 알프스 오악당(오인방)!//

즉석에서 산시낭송을 한다. 그리고 중간에 들른 호까다 산장에서 다시 마운틴 오르가슴의 짜릿한 쾌감의 산행(山行)을 맛 보며 그의 절창의 산시 낭송.

그리고 하늘 속에 아련히 보이는 후지산을 바라보고 북 알프스의 정기(精氣)를 흠뻑 들여 마시며 동편 조국 땅을 향해 ‘야호 삼창’이란 종결시어로 이 시의 백미(白眉)를 접는다.
역시 산 사나이다운 산수풍광의 여정, 그리고 휴머니즘 미학 시원을 엿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다음은 산 남 알프스의 산정 이야기이다. 2005. 7. 23~27(4박 5일), 일본 미나미 알프스 종주 산행을 하며 쓴 시이다.

일본, 제2의 높은 산
해발 3193m
우리 아홉 명 산에 미친 山友들
장장 이틀 동안 20시간여의 산행을
마치고 나니 기진맥진이다.

살아 숨쉬는 원시림
산의 숨소리가 들려온다.
운무(雲霧)가 산허리를 감싸 안는다.
가파른 오름길, 땀방울 뚝뚝
헉헉 가쁜 숨 고르며 걷는다.

노오란 애기 금매화
방긋 웃으며 손짓한다.

여간해 보기 어렵다는 꿩 비슷하게 생긴
희귀새의 하나인 ‘뇌조’를 본다.
남 알프스 최고봉 북악의 견(肩)산장은
안개구름 속에 파묻혀 있다.
                                      - 시 ‘산, 남 알프스’ 全文


섬나라 일본에서 두 번째 높은 산 ‘남 알프스’.  해발 3,193m 산에 미친 아홉 산우(山友)들이 이틀 동안 20시간여의 산행을 마치고 기진맥진하여 쓴 산시이다.

그런 노고 뒤에는 늘 안온함이 있다. 사슴을 쫓는 사람은 산을 보지 못한다고 한다. 그러나 문원에게는 보여야 할 사슴은 커녕 남 알프스의 거대한 마운틴 스케일이 보일 뿐이다. 남 알프스의 살아 숨쉬는 원시림의 숨소리, 운무(雲霧)가 산허리를 감싸 안는 자태를 보며 기묘한 절경이 Fade in(화면이 밝아지면서 한 장면이 시작되는 일)되고 있다. 그리고 저만치 노오란 애기 금매화가 방긋 웃으며 문원을 손짓한다. 그리고는 여간해 보기 어렵다는 꿩 비슷하게 생긴 희귀새의 하나인 ‘뇌조’를 본다. 남 알프스 최고봉 북악의 견(肩)산장은 안개구름 속에 파묻혀 있다며 영탄조의 시로 대미(大尾)를 접는다.

이 외에도 문원은 외국의 많은 산을 등정하고 산시를 남긴다. 산마다 다른 기기묘묘한 형세, 산수, 풍광을 담은 절경을 시어(詩語)로 형상화하여 독자를 즐겁게 하는 ‘산행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서 산은 자기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무위자연(無爲自然)그대로의 멋과 맛이 있는 명산들. 끼룩끼룩 꺼~ 억 꺽 외치며 천(千)개의 산에 올라 각양각색(各樣各色) 천태만상(千態萬象)의 아름다운 산에서 천 년의 소리로 빚은 산시(山詩)는 가히 천년을 남을 국보급 산수풍광(山水風光)의 여정(旅程), 그리고 휴머니즘 미학(美學) 시원(詩園)이다.

5. 하산(下山)하기

  “산에는 아름다움이 있고 조망이 있으며 성취가 있어요. 그래서 나는 산을 찾아요. 산은 나의 친구요, 연인이요, 동반자이지요! 아, 산이 보입니다. 산이 나를 불러요. 산이 오라 손짓해요. 저 산이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리지 않나요? 산,  산, 산 . . . . . .  ”

산으로 태어나 산만을 고집하는 우리들의 영원한 산시인을 보며 미흡하기 짝이 없는 말학(末學)의 필설(筆舌)로 무엇을 헤아리오.

문원이 아끼는 산시 ‘산행별곡(山行別曲)‘ 으로 부족한 작품해설의 대미(大尾)를 접는다.

산바람이 솔잎 향훈을  
몰아오는 골짜기
하얀 비단 구름은
산허리 감아 돌고
도토리 열매 깔린
낙엽 쌓인 산길에
새 소리는 구슬 되어
풀잎에 내려앉는다.

오색물감 빚어 놓은
가을 산
솔방울 떨어지는
소리 들으며
알몸의 바위벽에 기대서노라면
온 세상 모두 다
내 것인 양, 마음속은
한없이 넉넉해만 진다.

                             2008. 6 .

                   대한민국 중원땅 문인산방에서
                   영원한 보헤미안 나은 길벗 절

- 오늘의 나은 어록
   그림, 음악, 조각의 아름다음은 사람의 작품이지만,
           대자연인 산의 아름다음은 우주의 조화와 신이 만든 것이다!

- 오늘의 맑은소리
    천 년의 고고한 봉황소리!
            끼륵끼륵----  삐약삐약---- 아싸르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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