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아난 기억

2007.05.29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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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기획 난에 읽을 만 한 책 ' 얘들아 단오가자' 란 제목으로 이순원 씨의 글이 실리고 대충의 줄거리를 소개한 것을 읽게 되었다. - 눈꽃이 지고, 그 가지 끝에 감꽃이 아름답게, 또 슬프게 피면 단오가 오지 얼음꽃이 지고, 얼음꽃 피었던 앵두나무 끝에 붉은 열매 가득하면 단오가 오지 종달새 높이 날던 푸른 보리밭이 어느새 황금물결로 일렁일 때 그 밭둑가에 지천으로 산딸기가 익고 뽕나무의 오디 열매가 검붉게 익을 때 우리가 기다리던 단오가 오지.....- 단오를 단답형으로 대답하지 않고 서술형으로 대답한 글쓴이의 감성이 단오를 정감있게 만들어서인지 문득 오래 전 단오에 얽힌 추억 한 토막이 생각났다. 책에 소개된 11살 소년이 오매불망 기다리던 단오를 나도 그렇게 기다렸던 때가 있었다. 국민학교 입학 전의 일이었다. 기다리던 명절이 다가와 엄마 손을 잡고 외가에 가던 길 어찌나 좋던지... 내일이면 단오 소풍가는 아이처럼 달뜨는 마음으로 해옥이와 냇가에 머리도 감을 겸 놀러갔었다. 냇물에 머리를 풀고 빗으로 싹싹 빗어 내리면 결 고운 머리가 찰랑거렸다. 그럴 때 마다 기분이 한없이 좋았다. 한참을 냇가에서 놀다 우리는 뽕나무에 올라갔다. 까맣게 익은 오디가 어찌나 달고 맛있는지 정신 없이 따 먹고 있는데 저 만치에 춘희랑 그 아이 오빠가 오고 있었다. 난 그 아이가 싫었다. 심술보따리인 그 아인 사납고 무서웠기 때문이다. 함께 오디를 따 먹고 놀다 풀밭에 앉아 쉴 때였다. "이쁘구나... 내가 머리 빗겨줄까? 너희들 차례대로 앉아봐 내가 머리도 빗겨주고 땋아줄께" 제일 먼저는 춘희가 그 다음 해옥이가 바위 위에 앉았다. 오빠는 춘희와 해옥이 머리를 빗기고 양 갈래로 이쁘게 땋아 주었다. 곧 내 차례가 되어 오빠가 머리를 손질하기 시작했다. 싹싹 빗어 내리며 이쁘게 땋아 줄 거라고 말하던 오빠가 느닷없이 물었다. 너 내 이름이 뭔지 알아? 내 이름은 용호야 잊지 마 알았지~ 그 때 춘희의 앙칼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왜 송이는 다르게 해? 내 머리는 양 옆에 가늘게 땋아서 다시 양 갈래로 내린 조금은 기술을 필요로 하는 그런 스타일로 땋았 던 것이다. 오빠가 특별히 나만 더 이쁘게 땋아 준 거란 생각에 기분이 참 좋았다. 순간 춘희가 내 머리를 붙잡고 막 헝클기 시작했다. "울 오빠가 땋아 준 거니까 내가 헝클어도 돼 흥~" 평상시에도 오빠 있는 춘희가 부러웠었는데 그 아인 오빠가 땋은거니까 맘대로 해도 된다며 함부로 내 머리를 헝클어 놓았다. 이쁜 머리를 망가뜨렸다는 것과 오빠가 없는 설움이 겹쳐 나는 그만 울어버렸다. 오빤 춘희를 나무라고 나를 달랬다. 다시 빗고 땋으면 되니 울지 말라고..... 하지만, 난 다시 땋지 않았다. 꼬맹이였지만 자존심이 허락지 않았었던 모양이다. 섬세하고 아름다운 서정적 문체에 되살아난 추억.... 어른이 된 지금 그 때의 일을 떠올리며 웃어본다. 용호 오빠는 지금쯤 어디에.... 춘희는 또 잘 살고 있는지 아직까지도 심술보따리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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