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끝 마을에서 백두산까지

2009.06.10 06:47

정찬열 조회 수:911 추천:101

  
국토종단을 시작한다. 한반도 남쪽 끝인 전남 해남군 땅끝 마을에서 시작하여 백두산에 이르는 길을 걸어가고자 한다. 3천리 강산을 걸어가면서 산천과 사람들을 만나볼 예정이다. 이 여정을 조국통일기원 국토종단이라고 이름 붙이면 좋을 성 싶다.

2005년 5월, LA평통위원 방북단원으로 북한을 방문한 적이 있다. 짧은 일정 때문에 민족의 성지라 일컫는 백두산을 올라가보지 못했다. 다음을 기약하고 돌아왔지만 아쉬움이 컸었다.

올해는 내가 미국에 이민 온 지 25년, 4반세기가 되는 해이다. 그리고 나이 60을 넘기는 해이기도 하다. 오래 전부터 생각해 오던 한반도 국토종단을 실천에 옮기기로 했다. 잡힐듯하던 통일이라는 꿈이 다시 멀리 달아나 버리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을 보면서, 통일되어야 할 그 땅을 남쪽 끝에서 북쪽 끝까지 걸어가기로 작정했다.

땅끝 마을에서 통일전망대까지를 1차 목표로, 거기에서 백두산까지를 2차 목표로 정했다. 가능한 부분부터 우선 시작하여 1차 목표를 달성한 다음 , 2차 목표를 위해 차근차근 노력해 나갈 계획이다.

이번에 걸어야 할 거리가 직선으로 약 800킬로미터이다. 길을 따라 구불구불 돌아가자면 2,000리가 훨씬 넘은 거리가 될 성싶다. 가까운 분들께 이 계획을 말했더니 말리는 사람이 많았다.

당연한 얘기다. 쉽지 않을 것이다. 한 달 가까이 걷는 일정이니 발바닥은 부르터 쓰려올 것이고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닥칠지도 모르겠다. 날씨는 또 어떨까. 바람이 불면 바람을 맞고 비가 오면 비에 젖으면서, 황사가 몰려오면 황토가루를 뒤집어쓰면서 걸어갈 작정이다. 한 발자국씩 걷다 보면 결국은 목적지에 도착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뚜벅뚜벅 걸어 올라갈 계획이다. 험난한 통일의 길을 몸소 체험하면서, 해외동포들의 통일 의지를 알리고 통일을 바라는 많은 사람들과 그 확신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경제적으로 힘들고 어려운 많은 분들에게 이번 여행을 통해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 드리고 싶다. 비록 어렵지만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아가면 마침내 목표에 도달하게 된다는 사실을 입증해 드리고 싶다. 그래서 혼자 걸어야 할 그 길이 힘들게 살아가는 많은 분들과 함께 걷는 길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전라도 땅끝에서 출발하여 충청도 경상도를 거쳐 강원도 종착점에 도착할 예정이다. 길 따라 올라가며 어려움 속에서도 당차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찾아볼 계획이다. 그들로부터 진솔한 삶의 얘기를 들어볼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길을 따라 가다 보면 산천이 바뀌면서 만나는 사람도 바뀌고, 보고 듣고 느껴지는 것도 달라질 것이다. 각 지방을 지나는 길에 얻게 될 이야기들을 담아 고향 소식을 그리는 이곳 동포들에게 고스란히 전해 드리고자 한다. 기다려 주시기 바란다.

처음에는 혼자서 걸어갈 계획이었다. 그런데 집사람이 직장에 휴가를 내어 따라 나서겠다고 하여 함께 떠나게 되었다. 팍팍할 뻔 했던 길이 훨씬 부드러워지게 되었다.

여행은 떠남이고 만남이다. 떠남도 만남도 아닌 돌아옴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자기 자신의 정직한 모습으로 돌아오는 것이며, 우리의 아픈 상처로 돌아오는 것일 뿐이라는 얘기다. 공감이 간다.

조국통일을 열망하며 국토종단을 위해 길을 나선다. 성원을 부탁드린다.

                                                                                  09년 3월 28일자 미주한국일보 칼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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