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한인의 날 ' 제정을 지켜보며

2005.12.19 11:13

정찬열 조회 수:534 추천:45

  오는 2006년부터 이곳 미국에서는 매년 1월 13일을 '미주한인의 날(Korean American Day)'로 기념하게 된다. 지난 13일 미 연방하원 전체회의 투표에 부쳐 찬성 405표 반대 0표로 전격 통과된 '미주한인의 날' 제정 결의안이 16일 연방상원에서도 무투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1월 13일은 102년 전인 1903년 102명의 한인 이민자를 태운 여객선 갤릭 호가 하와이 호놀룰루 항에 도착한 날이다. 결의안 제출자인 버지니아주 출신 공화당 조지 알렌 상원의원은 "미주 한인들이 미국에 기여한 노력에 감사하고 경의를 표하기 위해" 이 법안을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이 법안이 양원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어 통과됨에 따라, 이제부터 모든 미국인들이 이 날을 함께 기억하고 축하하게 되었다.
  이는 미국에서 특정 소수계 이민을 위한 기념일이 지정되는 최초의 사례다. 수많은 소수민족 이민자들로 구성된 미국 사회에서 한인 이민기념일이 최초로 제정된 것은 미국 속의 한인 이민자의 현주소를 말해주고 있다. 세계를 움직이는 미국, 그 미국을 움직이는 가장 영향력 있는 이민자 사회로 발돋움하고 있는 증거다.  
  정치계를 둘러보면 얼마 전 실시된 중간선거에서 보스턴 시 사상 최초의 아시안 시의원으로 샘 윤이 당선되었고, 펜실베니아 주 해리스버그 시의원에 패티 김, 시애틀 셔어라인 시의원에 신디 류, 라카나다 교육위원에 입양아 출신 조엘 피터슨이 각각 당선되는 낭보가 줄을 이었다. 이민 1세가 다져놓은 경제적 기반 위에 2세들이 정치분야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이번 결의안의 공동제출자인 켈리포니아 출신 공화당 에드로이스 의원은 "현재 미국에는 100만 이상의 한국계 미국인이 살고 있으며, 특히 캘리포니아는 이들 미주 한인의 기여로 더욱 풍요로워 졌다"고 역설했다. 최근 미주 중앙일보의 창간 특집기사를 보면 남가주 한인사회의 경제규모가 2004년 소득기준으로 총 257억 달러이다. 이는 2003년 대구직할시의 1년 총생산량보다 더 큰 규모다. 에드로이스 의원의 말이 공치사가 아님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문화 예술분야도 눈 여겨 볼만하다. 영화계의 대표주자로 최근 골든글로브 여우 조연상 후보에 오른 샌드라 오가 우선 손에 꼽힌다. 저녁밥을 먹고 나서 ABC-TV를 통해 샌드라 오가 출연하는 '그레이스 애나토미'를 시청하고, 스포츠 뉴스를 통해 박찬호와 최희섭 선수가 나오는 야구경기, 박지은과 박세리가 나오는 골프를 본다. 필자가 미국에 건너 왔던 20년 전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다.
  최근에 한류를 타고 이 지역 최고 비데오 대여점인 블록버스터에 한국영화 섹션이 설치되고 있고, 한국영화를 상영하는 극장도 늘고 있다. 이곳 중국타운엔 대장금을 주제로 한 한국 패키지 여행이 인기를 끌고 있다.  
  정치, 경제, 의료, 과학, 스포츠, 문화, 예술 등 사회 전 분야에 걸친 한인들의 활약이 크게 눈에 띄고,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이런 것들이 소수민족 최초의 기념일로 한인의 날을 제정하게 한 원동력이 아닌가 생각한다.
  미국에서 한인의 날이 만들어 진것은 이곳 이민자를 포함한 모든 한국인의 자랑이다. 미국사회가 한국인의 저력을 인정한, 국제화 시대에 한국의 힘이 세계로 뻗어 가는 것을 의미하는, 대단히 고무적인 사건이다.
  해외에서는 한국인이 미국의 주인이 되어가는데, 국내에서는 편협한 지역주의와 친미 반미로 편갈라 싸우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 최근 김대중 전 대통령이 모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 땅의 우리 젊은이들이 배타적 민족주의에 젖는 것은 안 된다. 포용적 민족주의로 세계에 진출해야 한다."고 언급한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주 한인의 날'의 제정은 높아진 한국인의 위상을 반영한 쾌거다. 새해에는 세계 도처에서 한국인이 우뚝 서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2005년 12월 21일자 광주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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