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정, 가는 정이라는데

2004.06.28 08:34

정찬열 조회 수:435 추천:24

지난 6월 11일 이곳 L.A를 관통하는 10번과 110번 프리웨이가 만나는 교차로에 '도산 안창호 메모리얼 인터체인지(Dosan Ahn Chang Ho Memorial Interchange)'라는 표지판이 세워졌다. 케빈 머레이 상원의원에 의해 지난 2002년 8월 도산인터체인지 법안이 상정된 이후 22개월만에 역사적인 현판식을 갖게된 것이다. 한국인 이름이 미국 고속도로 인터체인지로 명명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또 있다. 이곳 L.A 한인타운 인근에 '도산 안창호 우체국'이 탄생했다. 엊그제 6월 25일 L.A 6가와 하버드에 있는 한 우체국의 명칭 변경을 위한 법안에 조지 부시 대통령이 서명했다. 연방 하원의원인 다이엔 왓슨이 미주 한인이민 백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지난 4월 연방의회에 상정하여 만장일치로 채택된 결의안의 효력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이로서 연방소유 건물에 한인 이민역사를 상징하는 이름이 붙혀지게 되었다.
우리 민족의 선각자인 안창호 선생을 기념하는 고속도로 표지판이 미국에 설치되고, 그 분의 이름을 딴 우체국이 생기게 된 것은 각별한 의미를 가진다. 우리는 토마스 왓슨 의원이 "도산 안창호는 한인들은 물론 미국에서 아메리칸 드림을 일궈가고 있는 모든 이민자들을 대표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우체국 명칭변경을 위한 법안 통과는 큰 의미를 갖는다. 한인 이민자가 미국발전에 기여한 공로가 공식적으로 인정받게 됐다. 이를 계기로 한인사회가 더 발전하고 위상이 높아지기 바란다."고 한 말을 되새기게 된다.
년 초에 '한국의 날'이 제정되더니, 내노라하는 정치인들이 경쟁적으로 한인을 위한 법안을 상정하여 결실을 맺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미국 속의 한인사회의 위상을 확인하는 성싶어 흐뭇하다. 물론 이런 일들이 저절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이 일을 위해 애쓴 각계 각층에 있는 한인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 편으론 다른 문화를 포용하고, 미국을 위한 노력에 감사할 줄 아는, 미국사회의 관용을 보여주는 한 예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미국 속의 한인사회가 발전을 거듭하듯, 세계 150여개국 670만명에 달하는 한인 이민자들이 각 나라에서 한인의 위상을 드높히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있다. 이렇게 성장해 가는 해외동포는 세계화의 첨병이며 조국발전의 소중한 자산이다. 각계 각층에 포진하여 미국의 대 이스라엘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유태인사회나 중국의 경제발전의 동력이 되고있는 세계에 흩어져있는 화교들이 좋은 예다.
개방. 경쟁시대를 맞아 수출중심의 한국경제에 미치는 해외동포의 영향을 새삼스럽게 언급할 필요도 없다. 외화가득율 백%인 국내로의 송금액은 또 얼마인가. 국회에 보고된 자료에 의하면 IMF로 어려웠던 1997년 이후 2002년까지 해외동포들이 모국에 송금한 금액이 총 6조원에 달한다.
'오는 정 가는 정' 이라는 말이 있다. 해외동포를 위해 본국정부가 마땅한 노력을 다 하고있는지 알고싶다. 해외에 거주하는 내 동포가 조국을 믿고 사랑할 수 있도록 일하고있는가 묻고싶다는 얘기다.
지난 6월 2일 서울에서 세계한인회장단대회가 있었다. 세계 50개국 270여명의 한인회장단을 초대하여 식사를 마련한 자리에서 정세현 통일부 장관이 연설한 뒤 곧바로 자리를 떴다. 초청자는 떠나고, 객만 남아서 밥을 먹었다 한다. 해외동포에 대한 관심의 정도를 말해주는 현 정부의 상징적 사건이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중 해외거주 자국민에게 투표권을 주지 않는 유일한 국가다. 군사독제 시절에 세운 정책이 민간정부에 들어와서도 여전히 그대로다.
해외동포사회는 급속도로 성장하는데 이를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은 변하지 않고 있다. 한인들처럼 모국 지향적인 민족도 드물다. 발전하는 동포사회가 조국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동포들의 역량을 결집할 수 있는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정부의 적극적인 자세가 아쉽다.
<2004년 6월 30일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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