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향산 일기

2004.09.02 13:22

장효정 조회 수:553 추천:62

       묘향산 일기

                                  장 효 정


50년 묶인 세월 풀고 찾아온 묘향산
신록은 푸르르 갈기를 세우며 우릴 맞는데
보현사 앞 뜰 외로운 탑 홀로 지키며
반란처럼 붉게 핀 모란꽃
실향민들 눈시울 적시고

헝클어진 세월 빗질하며
내리는 봄비, 봄비는  
결빙의 세월을 씻어 널고 있었다

어디선가 재빛 산너울 타고
질긴 역사의 마디마디 염주알 굴리며
성큼 다가서는 서산대사의
헛기침 소리 쩌릉쩌릉 울리는데

머리를 길게 기른
땡초스님이 두드리든 목탁소리
화들짝 놀라 떼그르르
땅으로 굴러 떨어진다

비 그친 하늘 쓸어 올리며
잊지 말라고 애원하듯 방울새는 우는데
우린 통일의 소망 한다발 묶어
순하게 흐르는 계곡물에 흘려 두고
빈 손에 물소리만 담아 들고 올 뿐이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9 꽃이되어 나비되어 장효정 2004.10.11 1032
38 빙 하 장효정 2004.10.11 859
37 차를 끓이며 장효정 2004.10.11 829
36 우울한 날에 장효정 2004.10.11 808
35 이도강의 별 장효정 2004.10.11 794
34 공원 묘지 장효정 2004.10.11 762
33 풀 꽃 장효정 2004.10.11 759
32 어머니의 강 장효정 2004.09.02 599
31 빗 소리 장효정 2004.10.11 595
30 우리집 장효정 2004.09.02 582
» 묘향산 일기 장효정 2004.09.02 553
28 실 향 기 장효정 2004.10.11 552
27 그랜드 캐년 장효정 2004.09.02 549
26 백두산 천지 장효정 2004.09.02 531
25 산다는 것은 장효정 2004.09.02 527
24 촛불 장효정 2004.09.02 511
23 기도 장효정 2004.09.02 504
22 말씀 장효정 2004.10.11 480
21 장효정 2004.09.02 470
20 추상화 장효정 2004.10.11 453

회원:
1
새 글:
0
등록일:
2015.06.19

오늘:
0
어제:
0
전체:
13,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