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끓이며

2004.10.11 03:58

장효정 조회 수:829 추천:59

         차를 끓이며
                                       장 효 정


이른 아침
투명한 내 윈도우에
햇빛이 기웃대면
나는 다기와 함께
내 마음의 창도 깨끗이 닦아
차를 끓인다

녹슨 시간들을 헉헉 토해내며
요동치며 들끓는 따끈한 물
진록색 잎맥에 부으면
아질아질 피어오르는 다향

하얗게 부풀던 내 아픔
후후 불어내고
끈적끈적한 삶의 찌꺼기들
어지러운 간밤의 꿈도
뜨거운 물에 헹구어 건져낸 후

그리움 한 방울 떨구어
아릿한 가슴에
수액을 넣으면

내 안에 있는 마른 골짝마다
시원한 물줄기 흘러
막힌 가슴 뚫어내리고
내 혈관 속 미세한 신경세포까지
기쁘게 깨어나는 아침

일상에 찌든 내 마음의 때
파아랗게 씻기고 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9 꽃이되어 나비되어 장효정 2004.10.11 1032
38 빙 하 장효정 2004.10.11 859
» 차를 끓이며 장효정 2004.10.11 829
36 우울한 날에 장효정 2004.10.11 808
35 이도강의 별 장효정 2004.10.11 794
34 공원 묘지 장효정 2004.10.11 762
33 풀 꽃 장효정 2004.10.11 759
32 어머니의 강 장효정 2004.09.02 599
31 빗 소리 장효정 2004.10.11 595
30 우리집 장효정 2004.09.02 582
29 묘향산 일기 장효정 2004.09.02 553
28 실 향 기 장효정 2004.10.11 552
27 그랜드 캐년 장효정 2004.09.02 549
26 백두산 천지 장효정 2004.09.02 531
25 산다는 것은 장효정 2004.09.02 527
24 촛불 장효정 2004.09.02 511
23 기도 장효정 2004.09.02 504
22 말씀 장효정 2004.10.11 480
21 장효정 2004.09.02 470
20 추상화 장효정 2004.10.11 453

회원:
1
새 글:
0
등록일:
2015.06.19

오늘:
0
어제:
0
전체:
13,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