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님을 향해

2007.01.20 08:48

조정희 조회 수:1091 추천:147








    새 해님을 향해

    기다리지 않아도 님은 잘도 오시네요.
    그것도 너무 빠른 걸음으로 문을 두드리시니 저는 항상 준비없는
    자세로 있다가 허둥지둥 님을 맞습니다.
    님께서 찾아온 뒤에야 비로소 지나온 내 발자국을 돌아봅니다.
    왜 그리도 마음이 냉냉했는지 내가 가진 작은 불 조차도 함께
    나누지 못해 주변이 모두 추위에 떠는듯한 날들이었습니다.
    어둠에 젖어드는 깊은 겨울 밤, 꽁꽁 얼어붙은 세상
    올 해는 따사로운 온정의 손을 펴서 녹여줄 수있기를 기대해봅니다.

    새로운 모습을 하고 동녁에서 솟아오른 희망찬 빛으로 찾아온
    님을 향해 나의 지난 날들을 반성해봅니다.
    피아노를 치듯 감성에 젖기도 하고, 때로 흐르는 구름을 보고
    시상을 불러왔으나 그것은 나 자신의 만족을 위한거였습니다.
    운동을 하고, 책을 읽고, 화랑이나 정기 음악회를 찾는 문화적인
    생활의 일부도 사사롭게 수신(修身)하는 정도의 나만을 위한
    이기적인 일들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가는 세월도 막지 못해 몸도 정신도 자꾸 쇠해져가는데
    나 자신만 잘 지킨다고 진정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주위를 외면하고 혼자 높은 성을 쌓는 길은 추운 겨울밤에
    외롭게 떠는 별과 같습니다. 더이상 외로운 별은 되지 않겠어요.
    저의 발길 반가워하는 곳이 있다면,
    저의 웃음띈 얼굴 보고싶어 하는 이 있다면,
    재주없는 저의 손길이 도움이 되는 곳이 있다면,
    언제 어느 곳이고 달려가는 적극적인 모양으로 다시 태어나렵니다.
    저기 밝게 떠오르는 님, 햇님처럼 말입니다.

    채우고 채워도 빈 항틘?같은 사람의 욕망을 알면서도,
    어째서 그 마음을 다잡지 못 하는지 알 수 없어요.
    결코 완벽해질 수 없는 게 인간인데, 왜 매일 더 많은 것을 바라는지.
    새 해에는 그 모자란 점, 나의 한계를 감사하면서
    그 부족함때문에 신을 의지하고 기도하는 사람이 되려고 합니다.
    하나님의 품과 그의 음성을 그리워하는 마음 갖고 살겠습니다.
    꼭 이뤄지길 원하는 소망이 있을 때 기도하겠습니다.
    내가 가장 두려운 것은 내 마음이 차가워지는 때입니다.
    세상을 뒤로 마음의 문 닫지 말고 항상 사랑의 불길이 타오르도록
    늘 기도하겠습니다.

    완성될 수 없는 나인줄 알면서도 그 길을 향해 노력은 하겠습니다.
    그리고 되어가는 그 과정 즐기면서 그 날의 나 됨을 감사하렵니다.

    이렇게 새 해님을 향해 결심과 약속을 하다보니 생각나는 책이 있습니다.
    임어당의 '생활의 발견' 이 책에서 아주 흥미로운 공식을 소개합니다.
    R(Reality)-D(Dream)=짐승, R+D=이상주의, R+H(Humor)=현실주의,
    R+D+H=지혜, 라는 공식입니다.
    꿈이 있기에 인간은 짐승과 구별되고 이상도 갖게 됩니다. 거기에
    꿈을 가진 현실을 웃음으로 바라볼 수 있을 때 우리의 삶은
    지혜롭게 영위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문득 떠오르는군요.

    새 해, 새 날, 새 하늘을 향해 현실에 발을 딛고 꿈을 품으며
    유모어 섞인 웃음을 띄고 높이 날아보는 종달새가 되어보렵니다.

    글/조정희

    2007년 1월3일(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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