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전망대

2003.12.12 01:55

조정희 조회 수:1223 추천:164

강원도 고성에 있는 통일 전망대를 보기 위해서는 남쪽에서 가자면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양양과 속초를 지나 고성에 이르러 거의 삼팔선 접경까지 가야만 했다. 동해안을 끼고 가는 길은 곳곳이 절경이며 가끔씩 내륙으로 들어서는 길에는 강원도 촌락의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들판에는 호미를 들고 파 보면 금세 둥글둥글한 감자들이 나올 것만 같았다.
  강원도의 동쪽으로 죽 이어지는 해변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신비로운 경관이지만 거의 북쪽에 위치한 화진포는 내가 이번에 우리 나라의 동,서,남 해안을 통 털어 구경한 중에 가장 아름다운 장소라는 생각이 든다. 물이 맑고 크지 않은 바위들이 손으로 다듬은 조각품처럼 조화를 이루고있다. 그 사이로 틈틈이 보이는 소나무, 전나무들 이런 모습은 미국이 접하고 있는 바다와 산 속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아주 다른 정겹고 아기자기 한 풍광이다.
  그렇듯 위치 좋은 곳에 지금은 고인이 된 이승만 박사와 이기붕씨의 별장이 있는 것도 참 새겨볼 만하다. 그들의 별장을 둘러보는 것은 과거 대한민국의 초대 대통령의 애국정신과 젊었을 때의 조국에 대한 열정을 짧게나마 볼 수 있어 좋은 점도 있었으나, 부정부패로 사회를 이끌며 잘 못 나라를 다스린 위정자의 불행한 말로를 돌이키게 되어 마음이 씁쓸했다.
  우리가 통일 전망대를 오르던 날은 아침부터 약간의 비를 뿌리던 흐린 날씨였다. 버스를 세운 자리에서 전망대를 올려다보니 까마득히 높았다. 올라가야 할 층계가 많은 곳이니 애초부터 자신이 없으면 그냥 버스 안에서 기다리라고 가이드가 조언한다. 뭐, 저 정도야 별 것 아니겠지. 맘먹고 오르기 시작했다. 오르고 또 올라도 끝이 날 것 같지 않은 계단의 연속이다. 얼마나 높을까? 숨도 차 오르고 약간 현기증도 느껴지는 것 같다. 과연 힘들구나. 우리가 통일에 이르기까지가 이처럼 힘들고 어려울 거라고 내다보고 만든 계단일까. 아니겠지 높은 곳에 만들어놓아야 북쪽을 건너다 볼 수 있으니 이렇듯 높게 만들어 놓았겠지.
  꼭대기에 올라 숨을 고르고 전망대 전시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 안에는 망원대가 있어 북쪽을 가깝게 볼 수 있는 장치가 되었었다. 그런데 순간 북쪽 하늘에는 밝은 태양이 솟으며 맑아오기 시작했다. 남한, 여기는 이렇게 흐린데 북쪽의 금강산의 일만이천 봉 중의 일부와  해금강의 아름다운 모습도 여실히 드러냈다. 얼마나 행운인가. 북쪽의 햇빛이 밝혀주어 가지못하고 건너다만 보는 남쪽 사람들의 마음을 기쁘게 해주고 위로의 손짓을 보내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육로로 북한을 가기 위한 선로를 놓는 작업이 한창 진행중이다. 언제가 될 지 모르지만 내가 다시 한국을 방문할 때는 저 길로 달려갈 수 있겠지 하는 생각과 함께 절절하게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서, 너 살밖에 나지 않은 나를 데리고 엄마가 삼팔선을 넘던 눈물겹고도 아슬아슬한 얘기다. 먼저 남하해있던, 남편(아버지)을 찾아 어린 딸을 데리고 자유를 찾아 넘어오던 필사의 고개가 바로 눈앞에 보이는 저 강원도 골짜기일텐데, 하고 보니 전혀 반세기가 지난 세월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지만 확실히 50년이 넘도록 우린 분단된 조국인체 통일만을 바라고 있다. 언제쯤일까?  갈라진 조국이 하나가 될 수 있는 때는. 남한의 경치가 이렇게 아름다울 때는 북한의 경치는 더 말할 나위도 없겠지.
  불안한 심경 없이 마음놓고 찾아가 금수강산을 맘껏 노래하고  발 딛고 싶다. 미국에 거주하는 한국 교민인 내가 남한 고국을 오고 싶을 때 찾아오는 것처럼 북쪽의 내가 태어난 곳도 자유롭게 찾아가고 싶다. 어떤 누구의 제재도 받지 않고 가벼운 관광객의 발걸음으로 갈 수 있는 날이 곧 올 것인가.
  화진포 해안의 파도가 하얀 포말을 만들며 다가와 거품으로 부서지고 만다. 저 바닷물은 북쪽과 남쪽이 없이 하나로 통하고 이어지는데, 유독 육지만은 오도가도 못하는 DMZ 휴전선을 그어놓고 서로 감시와 경계만 하고 있으니 정말 안타깝다. 우리 나라만의 불행이다.
  우리 모두 저 바닷물이 되어지면 하나로 섞일 수밖에 없을 텐데.... 물이 되는 길은?  물처럼 섞이고 어울리는 방법은 없을까? 물과 같이 되는 지혜를 주소서. 통일 전망대에서의 나의 기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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