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목숨

2007.02.17 07:22

조정희 조회 수:1391 추천:180

bgColor=white border=1>


src=http://pds30.cafe.daum.net/download.php?grpid=a51D&fldid=AtA4&dataid=66&fileid=4&regdt=20060115163653&disk=28&grpcode=dkfmaekdnsEkd&dncnt=Y&.swf
type=application/x-shockwave-flash autostart="true"
AllowScriptAccess="never" wmode="transparent">



    두 목숨

    12월 30일 토요일 아침이다.
    배달된 중앙일보 첫면에 커다랗게 실린 사담 후세인의 얼굴은
    신문을 보는 이의 가슴을 섬뜻하게 한다.
    초최하게 늙은 모습에 지저분하다 못해 더러운 느낌까지 주는 턱수염은
    차치하고라도 원망과 거센 항의로 가득찬 그의 눈빛은 공포심마저 일으킨다.

    수많은 생명을 하찮게 여기고 죽여버린 그의 잘못된 정치관 내지 종교심에
    치가 떨린 것은 사실이다. 그런 독재자의 비참한 말로를 보는 심경이
    그래, 속 시원히 잘 죽였다고 개운치 만은 않은 것은 우리 한국의 형편이
    우려되서인지 모르겠다.
    온 세상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공산정권으로 폐쇠된 북한을 반쪽으로
    붙이고 살아야만 하는 우리 한반도의 운명을 생각하면 참으로 갑갑하다.

    어쩜, 다음 넥타이 공장 접을 차례는 배불데기에 뽀글머리 김 아무개 아닐까.
    "야, 오늘 그 자식 넥타이 공장 접는다러라."
    이 말은 요즘 한국서 공연되고 있는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이하, 우행시) 에서 사형수들이 대화하는 가운데 한 죄수가 교수형에
    처형된다는 말을 이렇게 표현한 것이다.

    2006년이 끝나가는 세밑에 토요일 아침,
    조간신문에서 본 사담후세인의 얼굴,
    그 오후에 컴퓨터로 다운로드 받아 훼밀리 룸에서 티브이를 통해 본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너무나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고
    지나간 시간들을 뒤돌아보게 하고 있다.

    영화 '우행시'는 공지영 원작의 소설을 기반으로 만들었다는데, 소설을
    아직 읽어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긴 이야기를 두 시간의 영상으로 줄이다
    보니 캐랙터들의 행동에 설득력이 부족하고 스토리의 흐름이 연결이 잘
    안 되는 부분이 있기는 하나 삶에 있어서 용서와 사랑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를 잘 나타냈으며, 진정한 생명의 가치에 대한 진실성을
    충분이 드러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행해진 후세인의 사형은 마땅한 것이며, 교수형을 받은
    그의 상황에 어떤 반대 의사나 동정이 전혀 없다. 그에 반해, '우행시'
    영화는 꾸며진 허구의 이야기인데도 영화 속의 사형수, 윤수에게 내려진
    사형은 공정하게 내려진 판결같지 않아 제발 누군가 탄원서를 내서
    다시 한 번 삶의 기회가 주어졌으면 하는 바램이 간절했다.
    기대와는 달리 살고싶어 안타까이 부르짖는 주인공은 교수형에 처해
    목숨을 잃는다. 가슴이 쓰리고 알알해오는 아픔을 느꼈다.

    어린 시절부터 부모에게 버림받아 고아로 전전하다가 단 한점 혈육
    동생마저 추운 결울날 거리에서 죽음으로 잃고 저 한 생명
    이어가기가 얼마나 힘겨웠을까. 자기 낳은 부모도 외면한 불우한
    환경에서 주인공이 살인범으로 전락하기는 너무 쉬웠을 것이다.
    눈에 보이는 사람들마다 죽이고 싶게 증오스러웠을테고 자기 자신도
    죽음 밖에는 기다릴 게 없는 아주 밑바닥의 상황이다.

    윤수와는 달리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부족할 것 없는 물질을
    누리면서 고등교육을 받아 대학 강사로까지 도달한 여주인공 유정이
    있다. 그녀는 18세때 사촌오빠로부터 강간을 당하고부터 식구에게
    반항하며 살고픈 욕망이 없어진다. 그래서 자살을 세 번이나 시도
    하나 번번히 미수에 그친다. 살고싶지 않다는 점을 빼고는 전혀
    공통점이 없는 사형수 윤수와 독설과 사고만을 치고 다니는 유정은
    누구도 치유시킬 수 없는 두 사람의 상처를 서로 끌어안는다.

    수감원들을 감화시키는 모니카 수녀는 유정의 고모로 나오는데,
    고모의 권유에 따라 최고 사형범, 윤수를 만나서 서로의 아픔을
    감싸주게 된다. 물론 처음에는 쳐다보지도 않고 쓸데없는 짓이라고
    거들떠 보지도 않았지만 목요일마다 계속되는 면회에 어느새
    윤수는 목요일이 제일 행복한 날이라는 것을 깨달으며
    세상에 목요일만 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한다.

    '유정씨처럼 부자도 죽고싶은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면서 생전 웃지 않던 얼굴에 미소를 띄운다.
    두 사람의 만남이 점점 계속되면서 전에 없이 살고싶다는 생각을
    갖게된다. 죄없는 어린 소녀를 죽인 살인에 대해 윤수는 진심으로
    자신의 죄를 늬우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어먀만 하는 윤수의
    운명은 정말 사형제 폐지 운동을 벌리고 싶을만큼 절박한 느낌을
    준다.
    인간의 생명이란 그 누구도 어쩔수 없는 즉 '살아있으라'는
    절대성을 깨닫게하는 그런 영화다.

    2006년도 마지막 날, 오늘 내가 그냥저냥 보낸 이 시간이
    어제 죽은 사람에겐 안타깝게 살고싶었던 순간이란 것을
    생각하니 몸에 강한 떨림이 왔다.
    시간=목숨

    글/조정희

    이천육년, 십이월삼십일일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8 다시 읽는 명작 조정희 2013.09.02 450
27 아니, 벌써 2월. 조정희 2010.02.20 1509
26 사슴에 가슴이 있다면 조정희 2009.08.31 1902
25 소설가, 김훈씨와 함께 조정희 2008.02.01 1899
24 그녀가 찾는 동네 조정희 2008.01.25 2134
23 그 이름 조정희 2008.01.25 2243
22 어떤 목소리(꽁트) 조정희 2008.01.22 2316
21 미친 여자 G嬉(꽁트) 조정희 2008.01.21 1946
20 시인의 봄날 조정희 2007.02.17 1485
» 두 목숨 조정희 2007.02.17 1391
18 인연 조정희 2007.01.27 1417
17 까치가 온다면 조정희 2007.01.20 1425
16 새해님을 향해 조정희 2007.01.20 1091
15 공연 리뷰 '레미제라블' 조정희 2005.01.17 1522
14 떨쳐버릴 수 없는 친구 조정희 2004.09.25 1245
13 베니스 해안에서 조정희 2004.06.28 1259
12 새벽을 이렇게 조정희 2004.06.14 1386
11 핸디 맨 조정희 2004.06.14 1582
10 시인과 소설가의 차이 조정희 2004.05.26 1269
9 30년만의 겨울 조정희 2004.02.04 1316

회원:
0
새 글:
0
등록일:
2015.06.19

오늘:
0
어제:
0
전체:
16,8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