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봄날

2007.02.17 07:31

조정희 조회 수:1485 추천:194


background=http://pds19.cafe.daum.net/download.php?grpid=ZZFo&fldid=LDI1&dataid=415&fileid=2®dt=20070113133056&disk=12&grpcode=wind50&dncnt=N&.jpg
>



    시인의 봄날



    멀리 뵈는 저 아래 동네에
    많고 많은 날들이
    끝도 없는 이야기로 웅성웅성

    구비진 언덕에 누워 바라보니
    세인들의 허기진 아우성 들리고
    구멍 숭숭 뚫린 가슴에
    바람이 들을까 옷깃 여미는데

    시인의 아내는
    풀빛 옷자락 나붓대면서
    노오란 햇살 고운 몸매로
    알록달록 꽃 필 자리 찾는다.

    '잘들 있거라 난 잠시 외출한다'
    마지막 인사가 적힌 묘비를 닦으며
    시인의 아내는 하얀 국화 속에
    붉은 장미 꽂으며 말한다.

    당신은 좋겠다.
    매일 밤 하늘의 별들하고
    내일을 얘기하겠지.

    제일 먼저 찾아온 봄마중으로
    대지를 향해 부드러운 입맞춤
    할 수 있는 당신은 좋겠다.

    故, 유장균 시인의 묘지에 다녀와서
    2007년 1월31일
    詩/조정희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8 다시 읽는 명작 조정희 2013.09.02 450
27 아니, 벌써 2월. 조정희 2010.02.20 1509
26 사슴에 가슴이 있다면 조정희 2009.08.31 1902
25 소설가, 김훈씨와 함께 조정희 2008.02.01 1899
24 그녀가 찾는 동네 조정희 2008.01.25 2134
23 그 이름 조정희 2008.01.25 2243
22 어떤 목소리(꽁트) 조정희 2008.01.22 2316
21 미친 여자 G嬉(꽁트) 조정희 2008.01.21 1946
» 시인의 봄날 조정희 2007.02.17 1485
19 두 목숨 조정희 2007.02.17 1391
18 인연 조정희 2007.01.27 1417
17 까치가 온다면 조정희 2007.01.20 1425
16 새해님을 향해 조정희 2007.01.20 1091
15 공연 리뷰 '레미제라블' 조정희 2005.01.17 1522
14 떨쳐버릴 수 없는 친구 조정희 2004.09.25 1245
13 베니스 해안에서 조정희 2004.06.28 1259
12 새벽을 이렇게 조정희 2004.06.14 1386
11 핸디 맨 조정희 2004.06.14 1582
10 시인과 소설가의 차이 조정희 2004.05.26 1269
9 30년만의 겨울 조정희 2004.02.04 1316

회원:
0
새 글:
0
등록일:
2015.06.19

오늘:
0
어제:
0
전체:
16,8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