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꿔진 시험문제

2009.05.19 03:00

최상준 조회 수:772 추천:219


바꿔진 시험문제

자카란타 꽃향기 님 찾아 골목을 헤매고 화중왕 모란꽃이 내 나간다 길 비켜라 외치며 용상에 오르는 5월 중순에 한 학년을 마무리하는 학원가에는 학기말 정리에 부산하다.
특히 학생 들에게는 여름 장기방학을 맞이하는 부푼 마음과 학기말 시험을 치러야할 압박감 때문에 마음이 들뜬 시기였다.

내가 교직에 있을때의 1995년 봄학기 학기말 시험때 일어났던 한 에피소드를 이야기 하고자한다.
매일 아침 9시에 학과가 시작되었는데,  그날 가르칠 학과 내용을 타픽 별로 머리에 정리를 하고 가끔은 학생들과 상담을  하기 위해 아침마다 30분씩 일찍 출근 하곤 했다.
하루는 평상시대로 8시 30분에 출근을 하니까 두 학생이 벌써 등교하여 프린터실에서 무엇인가를 카피해서 나오고 있었다.  나를 보자마자 어쩐지 어색한 행동으로 그 카피한 종이들을 나에게 안보일려는 태도를 취하는듯 했다.  
그리고는 “굿모닝 써” 라며 나를 똑바로 처다보지도 않고 인사를 하였다.
내가 “오늘 시험이라서 일찍 왔구만” 이라고 대꾸한뒤 “굿럭” 하고 내 사무실로 들어왔다. 그들도 금방 교실로 들어갔다
사무실에 와서 자리에 앉는데  뭔가 머리에 직감으로 오는게 있었다.
학과 사무실에 뭘 확인하기 위해 가는 도중 내 교실 안을 들여다 보니 그 두 학생들이 머리를 맞대고 서로 상의를 해가면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었다.  시험준비를 하겠지 하면서도, 아까 그 카피한것들은 무엇일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어제 시험지를 준비하여 내 사무실의 책상 설합에 넣고 잠갔어야 했는데 책상위에 그냥놓고  사무실 문만 잠그고 퇴근을 하였는데 거기에 무슨 문제가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사무실 문을 열수있는 사람은 여럿 있었다. 건물 청소 하는 사람, 학과 사무실 세크러터리, 실험실 조교 등.
사무실 세크러터리 와 실습실 조교에게는 내가 집에 있으면서 내 사무실에 있는 실습 재료 또는 특수한 물건에 대해 갑작이 알아야 할 사항이 생기면 그들로 부터 그 정보를 받기 위해서 내가 직접 맡겨 놓은 열쇠들이다.
이들이 함부로 아무한테나 내 사무실 문을 열어주지 않겠지마는, 문제의 두 학생들은 풀타임으로 직장을 갖인 사람들이었다. 산전수전 다 겪은 직장인들이 상기의 내 사무실 열쇠를 갖인 사람들중 한 사람쯤 사귀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였을것이다.
이사람들을 통해서 시험문제가 이 학생들의 손에 들어 갔는가 하고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나는 시험문제를 변경 하기로 결심하고 즉시 새로운 문제를 만들었다.
클레스가 시작되자 마자 새로 만든 시험문제를 학생들에게 배부 해주고나서 그 두 학생들의 동태를 주시하였다. 그들이 시험문제를 다 읽어 보았을 즈음에는 그들의 얼굴이 일그러젔다.  교실내에서 앞뒤 책상에 앉은 그 들은 서로 한번 처다보고 또 위로 천정을 한번 처다보고, 고개를 설래설래 흔든다.  도저히 안 믿긴다는 태도다.
두 시간 반에 걸친  시험시간 내내, 안으로만 뱉어내는 투덜거림이다.
시험이 끝나고 나서 그 두 사람은 교실 밖 복도 저 끝에서 오래 오래 이야기 하는것을 보았다.
시험치는 동안과 시험 끝난후의  그들의 행동과 동태로 봐서 컨닝을 계획 했던것을 나는 물증은 없으나 확고한 심증은 갖게 되었다.

오래전에 미 의회의 저명한 상원의원 한명이 한 아이비리그 대학시절 컨닝을 했다는 에피소드를 언론을 통해 들은 적이 있다.
이번 경험을 통해 내가 새롭게 인식하게 된것은 동서고금을 통해 학교 교육이 있는곳에는 사회계층을 막론하고 시험 컨닝이 있어 왔다는 사실이다.

우리 전자학과 에서는 연례행사로 전자학과 졸업생들을 초청해서 그들이 학교 교육기간 동안 배웠던 교과과정에 대한 의견과 졸업후 전자분야에서 일하면서 터득한 경험과 상식들을 우리학과 교과 과정을 발전 시킬수있는 조언을 청취할 기회로 삼아 일년에 한번씩 런치언을 개최하고 있었다.

그 컨닝 에피소드 후 많은 세월이 흐른 어느 한해의 런치언에 그 두 졸업생들도 참석하게 되었다.  학과 발전을 위한 교수진과 졸업생들간에 진지한 토론과 의견 교환이 있은후 여담으로 졸업생들이 재학기간 동안 겪었던  추억들과 경험들을 이야기 할 차례에 그 둘중의 한 졸업생이 일어나서 나를 지목하여 질문을 했다.
1995 년도 봄 학기 전자학 251 코-스 를 가르칠적에 학기말 시험날   아침에 시험 문제를 갑자기 바꾼 일이 있었느냐고 물었다.  
내가 웃으면서 그렇게 한적이 있었다고 대답을 하면서,  그게 무슨 문제가 있었느냐고 되물었다.   그들 두사람은 정색을 하며 우리가 실토를 해도 교수님께서 우리에게 새로이 벌은 안주시겠지요 다짐을 받고는 자신들 스스로 박장대소를 하면서 그때 자기들이 행한 자초지종을 이야기 하였다.
교수님이 시험문제를 사무실 책상위에 놓아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누구라고는 공개는 못하지만 교수님 사무실에 접근 할수있는  어떤 한사람으로 부터 그 전날 밤 늦게 두장으로 된 시험문제를 손에 넣게 되였고 다음날 아침 일찍이 학교에 나와서 카피를 2부로 만들어서 일부씩 나누어 갖이고 교실에 와서 열심히 문제를 푸는 연습을 하고 시험에 임했는데  시험지를 받고 보니 문제가 완전히 딴것으로 바뀐것으로 확인되자 앞이 캄캄 하더라는 것이다.
이번 시험에는 100점 받을것을 철석같이 믿고 있었는데 이런 청천벽력 같은 일이 생겼으니 …
새로 바뀐 시험문제에 대한 내용도 배운것 같기는 한데 당황한 분위기와 긴장감 때문에 제대로 자기들의 실력도  다 발휘하지 못하고 그 시험은 망첬노라고 옛날 일을 이젠 하나의 추억담으로 환기 하면서 파안대소 하고 있었다.
그 많은 참석자들도 모두 따라 한바탕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지금도 문득 그 생각이 떠오르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저절로 난다.

나는 조금 우울할때는 앞에 기술한 에피소드를 상기 하면서 그들이 시험지를 받기전에 만면에 웃음꽃이 활짝 핀 그 자신에 찬 태도와 바뀐 시험지를 받고난 후 그 난처한 표정, 눈을  천정으로 들었다 놓았다,  고개를 도래도래 도리질 하는 모습, 둘이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이 무슨 날벼락 이냐는듯  엷게 토해 내는 한숨과 불평 등의 그 황당한 표정을 생각 하며 웃음을 자아내곤 한다.

최  상  준         시카고 에서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2 한 교수님의 성전환 최상준 2009.05.12 980
81 물레야 돌아라 최상준 2010.03.05 923
80 켄터키 옛집 최상준 2011.06.11 920
79 머루랑 다래랑 최상준 2011.05.26 918
78 아주까리 잎 비 맞는 밤 최상준 2010.08.19 872
77 봄 바람에 분홍 치마 최상준 2011.01.16 865
76 찔래꽃 최상준 2009.05.03 861
75 종알 종알 시 알갱이 최상준 2009.05.19 827
74 그랜드 캐넌 최상준 2010.03.11 824
73 한웅큼 그리움 최상준 2009.08.26 807
72 칼 국수집 최상준 2011.02.10 800
» 바꿔진 시험문제 최상준 2009.05.19 772
70 머나먼 고향 땅 최상준 2009.12.08 768
69 철딱 서니 없는 개나리 꽃 최상준 2010.02.11 766
68 똑딱 똑딱 초 소리 최상준 2009.12.08 749
67 대우 자동차 간판 하나 최상준 2010.12.28 740
66 일몰의 서러움 최상준 2012.02.11 728
65 석양빛 녹아 내린 저녁 노을 최상준 2010.06.21 717
64 풍향계 최상준 2008.11.20 710
63 허수아비 최상준 2010.01.12 709

회원:
1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0
어제:
0
전체:
20,0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