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숙의 문학서재






오늘:
5
어제:
24
전체:
43,629

이달의 작가

테리와 다이아나

2009.05.04 04:42

최영숙 조회 수:1323 추천:285

테리와 다이아나


제가 이 친구들을 만난 지 벌써 십오 년이 다 되어갑니다.
두 사람은 인터내셔널 바이블 스터디 모임의 선생님들이었고 저는 학생이었지요.

그 성경 공부 반은 말 그대로 국제적이어서 중국인, 베트남인, 이디오피아인, 이란인.....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성경공부를 했습니다.

다이아나는 Joni Erickson Tada 의 친구입니다.
Joni 는 전신마비의 장애를 이겨내고 지금은
Joni and Friends 라는 선교단체를 이끌고 있는 잘 알려진 여성입니다.



다이아나와 죠니는 고등학교 동창이었습니다.
어느 날, 죠니가 다이빙을 하다가 머리를 다치면서 전신마비가 되었지요.



다이아나는 그녀를 돌보기 위해 대학을 휴학했습니다.
그리고 우울증과 자기 연민에 빠진 죠니에게 성경말씀을 통해 새 힘을 불어 넣어주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다이아나와 함께 이곳 메릴랜드에서 열린 죠니의 디너 집회에 갔던 적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죠니는 가족들을 먼저 소개한 뒤, 친구인 다이아나를 소개했습니다.

다이아나는 가족들이 앉는 테이블에 앉기를 거절하고 저와 함께 청중석에 앉아 있었지요.
제가 나중에 물었습니다.


저 친구는 저렇게 유명한 사람이 되어 스포트 라이트르 받고 있는데 당신은 지금 뒷자리에 이렇게 앉아 있는 심정이 어떤 거냐고요. 참 짓궂은 질문이었지요.

제 마음이 많이 불편했거든요.
끝내 대학으로 돌아가지 못한 다이아나와 죠니가 선자리가 너무 달라서였습니다.

다이아나가 웃었습니다.
그리고 제 어깨를 감싸면서 그녀가 말했습니다.
자기도 첨에는 섭섭한 일들이 있었노라고.
하지만 지금 죠니를 보라고. 저렇게 큰일을 하고, 아름다운 여인으로 살아가고 있지 않느냐고.

제 눈에도 죠니는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고난을 통과한 사람만이 갖고 있는 깊은 평안이 그녀의 얼굴에 있었습니다.
그 날, 우리는 조용히 그 장소를 떠나왔습니다.
다이아나는 그런 친구입니다.

몇 년 전, 제가 몸이 아파서 일도 못나가고 있을 때, 두 사람은 청소도구를 가져와서 화장실 욕조까지 말끔히 청소를 해주고 갔습니다. 신앙을 실천하는 일이 몸에 밴 사람들이었으니까요.


두 사람은 지금 한 집에 삽니다.
테리가 큰집을 유지하는 비용을 줄여 선교비에 충당하느라고 다이아나 집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다이아나의 작은 집은 도시 외곽에 있지요.
올해로 십년 째, 두 사람은 이디오피아 선교 단체인 GTN 을 끌어가고 있습니다.



그곳으로 같이 가기로 인터뷰 용지에 싸인까지 해 놓고, 제가 멕시코로 떠나 버리는 바람에 만나지 못하다가, 우리는, 지난 5월 1일에 이디오피아 선교 보고회에서 다시 만났습니다.

우리는 이디오피아 음식인 인제라를 같이 먹으면서 웃었습니다.
다이아나는 지금 아스마로 고생을 하고 있습니다.
그녀가, 고산지대인 이디오피아로 가는 길에 언제나 이 아스마가 훼방을 놓습니다.

이제 우리 셋은 메릴랜드에서 다시 만났습니다.
우리 셋이 또 어디로 어떻게 흩어질 지, 아니면 같이 뭉쳐질 지 아무도 모릅니다.
세 사람 중에 건강한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돈이 많은 사람도 없습니다.

그저 같은 심장을 갖고, 같은 심정을 갖고, 같은 곳을 바라볼 뿐입니다.
그리고 언제 만나도 어제 만난 것처럼 끌어안고 웃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