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고향의 老母께서 직접 보내신 '立春大吉' 입춘첩(立春帖)입니다. 오늘은 24절기의 첫째 봄이 시작된다는 입춘(立春)이지요.
양지바른 곳에는 벌써 봄이 나무가지에 돋았습니다. 마당에도, 산기슭에도, 나무마다 새싹이 고개를 내밀고 있습니다. 나무가지가 겨우내 헐벗은 채 웅크리고 버틴 것은 온몸으로 봄을 바깥으로 밀어내기 위한 안간힘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남산골 한옥마을에는 올해도 어김없이 매화가 가장 먼저 봄을 몰고 왔습니다.
2월 4일은 기나긴 동지(冬至)의 어둠을 뚫고 대지(大地)는 서서히 따스한 양기(陽氣)로 돌아서는 봄의 문턱인 입춘인
것입니다. 입춘은 사물이 왕성하게 생동하는 기운이 감도는 때이며 모든 것의 출발이고 또 한해의 시작입니다. 이러한 입춘(立春)을 맞이하는 때 집집마다 한해의 좋은 기운이 감돌아 경사(慶事)가 넘치는 정해년(丁亥年)이 되기를 빕니다.
옛 선조들이 그러했듯이 대문마다 입춘첩(立春帖)을 붙여서 한 해의 복된 기운을 맞이해
보십시오. 입춘대길(立春大吉)의 의미는 한해의 시작인 입춘에 좋은 일이 많기를 기원하는 소망(所望)이며,
건양다경(建陽多慶)은 봄의 따스한 기운이 감도니 경사로운 일이 많으리라는 기원문입니다.
저도
봄이 오는 길목에서 움츠렸던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희망의 어깨를 펴고 아파트 현관문에 '立春大吉'이라는 입춘첩을 붙여 봐야겠습니다. 그러면 더욱 가까이 따스한 봄기운을 느낄 수 있을 테니까요.
桐千年老恒藏曲 梅一世
寒不賣香
오동나무는 천년의 세월을 늙어가며 항상
거문고의 소리를 간직하고
매화는 한 평생을 춥게 살아가더라도 결코
그 향기를 팔아 안락함을 구하지 않습니다.
매화는 다섯 장의 순결한 백색 꽃잎을 가진
아름다운 꽃입니다.
그러나 꽃이 피면 오래도록 매달려 있지 못해
아쉬운 감이 있습니다.
미인박명이라 했던가요?
매화 또한 덧없이 피었다가 지고 마는 것이
미인의 모습 같다고 하여
옛 시가에서는 미인에 곧잘 비유되곤 합니다.
절개의 상징인 매화와 댓잎을 비녀에
새긴 것이 매화잠(梅花簪)입니다.
머리에 꽂아 일부종사의 미덕을
언제나 마음속으로 다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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