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명편

2009.02.09 11:39

정용진 조회 수:3337 추천:80




㉠   ㉡   ㉢   ㉤   ㉥   ㉦   ㉧   ㉨   ㉩   ㉭



강백년(姜栢年)
효음(曉吟)
小雨絲絲濕一庭(소우사사습일정)  
寒鷄獨傍短墻鳴(한계독방단장명)  
幽人睡起身無事(유인수기신무사)  
徒倚南窓望翠屛(도의남창망취병)   가는 비가 보슬보슬 온 뜰을 적시는데

추위에 떠는 닭만 낮은 담장 가에서 운다.

묻혀 사는 사람, 잠 깨어 일어나 아무 일 없어

다만 남창에 기대어 푸른 산병풍을 바라본다.

강세황(姜世晃)
서산(西山)-
世外忽驚超穢累(세외홀경초예루)  
眼中無處着塵氛(안중무처착진분)  
敢將詩畵形容得(감장시화형용득)  
癡坐橋頭送夕曛(치좌교두송석훈)
세상 밖에 서니 세상번민 벗어 놀랍고

안중에는 속기 있는 곳이 하나도 없구나.


감히 시와 그림으로 묘사하려 하여


바보인 듯 다리머리에 앉아 석양을 보낸다.

강익(姜翼)
추야(秋夜)
碧落秋晴響遠江(벽락추청향원강)  
柴扉撑掩息村狵(시비탱엄식촌狵)  
竹風不動小園靜(죽풍불동소원정)  
明月在天人倚窓(명월재천인의창)

맑게 갠 가을하늘, 멀리 강물소리

사립문 닫혀있고, 시골 삽살개 쉬는구나

댓숲 바람 불지 않고, 동산은 고요한데

하늘엔 밝은 달, 사람은 창에 기대어 있다

강정일당(姜靜一堂)
원운(原韻)
春來花正盛(춘래화정성)
歲去人漸老(세거인점로)
歎息將何處(탄식장하처)
只要一善道(지요일선도)  봄이 와 꽃이 화려해도

한탄하노니, 장차 어디로 가는가

세월 가면 사람은 점점 늙어간다

하나의 선한 길 걷기를 바랄 뿐이라네

강지재당(姜只在堂)
춘몽(春夢)
水晶簾外日將闌(수정렴외일장란)  
垂柳深沈覆碧欄(수류심침복벽난)  
枝上黃鶯啼不妨(지상황앵제불방)  
尋君夢已到長安(심군몽이도장안)
수정 발 밖은 날이 저무는데

늘어진 수양버들 푸른 난간 덮었도다

가지 위의 꾀꼬리 울음 그대는 방해마오

그대 찾아 꿈 속에서는 서울에 이르렀소

강희맹(姜希孟)
전가(田家)
流水涓涓泥沒蹄(유수연연니몰제)
煖烟桑枯懿鳩啼(난연상고발구제)
阿翁解事阿童健(아옹해사아동건)
喿竹通泉過岩酉(고죽통천과암유)
흐르는 물 졸졸, 진흙에 빠지고

따뜻한 날 뽕나무 잔 가지에 비둘기 앉아 우네

늙은이는 일을 알고 아이는 씩씩하여

홈통에 물을 보내 언덕을 넘어 가네.

고상안(高尙顔)
박주려강

(泊舟驪江)
萬頃蒼波萬斛船(만경창파만곡선)
微瀾細起月娟娟(미란세기월연연)
不知煙寺藏何處(불지연사장하처)
風送鍾聲到枕邊(풍송종성도침변)
넓고 푸른 바다에 만 곡의 배 뜨있고

달빛은 곱기만 하고 잔물결 인다

절은 어느 곳인지 알지 못하는데

바람불어 베개머리에 종소리 들려온다

고조기(高兆基)
영청현(永淸縣)
路橫層岫僻(노횡층수벽)

城倚半天孤(성의반천고)
碧洞長虛寂(벽동장허적)
行雲忽有無(행운홀유무)
古松能自賴(고송능자뢰)
春鳥巧相呼(춘조교상호)
物像馴吟賞(물상순음상)
留連倒酒壺(유연도주호)
길은 층층으로 솟은 산봉으로 나고

성은 우뚝 공중에 외롭게 기대었구나

푸른 골 안은 항상 텅 비어 적막한데

떠가는 구름은 문득 보였다 안보였다 한다

오래된 늙은 솔은 바람소리 절로 내고

봄 새는 교묘하게 마주 부른다

몇 날을 묵어면서 술병을 기울인다
온 갖 물상 시흥을 돋우기 알맞아

곽재우(廓再祐)
  

재가야차석천운(

在伽倻次石川韻)
莫不苦長夜(막불고장야)
誰令日未曛(수령일미훈)
欲看天地鏡(욕간천지경)면
須自絶塵紛(수자절진분)
긴 밤을 괴로워하지 않을 수 없으니

누가 해가 저물지 않게 할 수 있으리오

천지의 거울을 보려고 하

반드시 스스로 속세의 먼지를 끊어야 하네.

구봉령(具鳳齡
누암(樓巖)
秋月半虛壁(추월반허벽)
與君相枕眠(여군상침면)
明宵兩地夢(명소량지몽)
同繞一江煙(동요일강연)  빈 벽 절반에, 가을달 비추고

그대와 서로 베개 베고 잠들었지

달 밝은 밤, 두 곳에서 꿈꾸는데

온 강을 안개가 자욱이 둘러싼다


권근(權近)
숙감로사

(宿甘露寺)
煙蒙古寺曉來淸(연몽고사효래청)
湛湛庭前柏樹靑(담담정전백수청)
松韻悄然寰宇靜(송운초연환우정)
涼風時拂柳絲輕(량풍시불유사경)
연기 자욱한 옛절 새벽에 맑아지고


이슬 내린 뜰 앞에 잣나무가 푸르다.


소나무 운치는 초연하고 세상 고요한데

서늘한 바람 때로 가벼이 버들가지 흔든다.

권람(權擥)
차평창동헌운

(次平昌東軒韻)
王佐之才不是疏(왕좌지재불시소)
孔明猶自臥芧廬(공명유자와서려)
丈未出處何容易(장미출처하용역)
掩柩方知事乃除(엄구방지사내제)  왕을 보좌할 재주는 쓸데 없지 않거니

제갈공명도 스스로 초가집에 누웠었도다

장부의 출처를 어이 그리도 함부로 하리오

관 뚜껑을 덮고서야 비로소 일의 끝을 아노라

권벽(權擘)
칠석우서

(七夕偶書)
浮世紛紛樂與悲(부세분분락여비)
人生聚牀相隨(인생취산동상수)
莫言天上渾無事(막언천상혼무사)
會合俄時又別離(회합아시우별리)  끼쁘다, 슬프다로 허망한 세상살이 분분하고

인생살이 모이고 흩어짐이 일마다 서로 따르는구나

하늘나라에는 이별이 전혀 없다 말하지 말게나

만남은 잠시일 뿐 또다시 서로 이별하려하는구나


권상하(權尙夏)
여강즉사

(驪江卽事)
官橋楊柳綠毿毿(관교양류록삼삼)
雨後靑山半帶嵐(우후청산반대람)
浴羽沙禽浮兩兩(욕우사금부량량)
曬罾漁子坐三三(쇄증어자좌삼삼)
畫笳近聽臨江郡(화가근청림강군)
淸磬遙傳隔水菴(청경요전격수암)
薄暮兒童沽酒去(박모아동고주거)
扁舟一葉繫村南(편주일엽계촌남)
다리에 푸른 버들 칭칭 늘어지고

비 갠 청산에는 안개 반쯤 띠어있다.

멱을 감는 물새는 쌍쌍이 떠 있고

그물 말리는 어부는 몇몇씩 앉아 있다. 피리소리 강변 마을 가까이 들려오고

물건너 암자에서 맑은 풍경소리 전해 온다.

어둑한 저녘, 아이는 술 사러 가고

한 조각 조각배가 마을 남쪽 매어 있다.

권우(權遇)
제서강정

(題西江亭)
愛此江亭好(애차강정호)
登臨久不回(등림구불회)
商帆投岸落(상범투안락)
漁艇逐潮來(어정축조래)
極浦寒煙積(극포한연적)
遙山返照開(요산반조개)
機心消已盡(기심소이진)
魚鳥莫相猜(어조막상시)
이곳 강가 정자의 좋음을 사랑하여

올라서 바라보며 오래도록 돌아가지 않는다

장삿배는 언덕에 떨어지고

고기잡이배는 조수를 쫓아오는구나

먼 물가로 찬 연기는 쌓이고

먼 산에 저녁노을이 훤히 트이는구나

계산하는 마음 이미 다 사라졌으니

새와 물고들아 서로 의심하지 말아라


기대승(奇大升)
요월정운

(邀月亭韻)
夫君才氣合乘車(부군재기합승차)
遁跡江湖放浪餘(둔적강호방랑여)  
載酒引船風色嬾(재주인선풍색란)
藝花扶杖月華虛(예화부장월화허)
經心舊學惟心也(경심구학유심야)
脫手新詩更賁如(탈수신시경분여)
雨露九天應下漏(우로구천응하루)
直長威望壓周廬(직장위망압주려) .
그대의 재주와 기운은 수레를 탈만한데

강호에 숨어 방랑한 나머지 자취를 감추었네

술을 싣고 배를 타니 풍색은 조용하고

꽃 심고 지팡이 짚으니 달빛도 밝은데

옛 학문에 마음을 다스리니 오직 한 마음

새로운 시에 손을 대니 다시 흥겨워지네.

하늘의 비와 이슬은 당연히 내려오려니

직장의 위엄과 명망이 주려를 압도하리라

길재(吉再)
述志(술지)
臨溪茅屋獨閑居 임계모옥독한거  
月白風淸興有餘   월백풍청흥유여
外客不來山鳥語 외객불래산조어
移床竹塢臥看書   이상죽오와간서
시냇가 띠집에 홀로 한가롭게 사니,
달 희고 바람 맑아 흥취는 남음이 있음이라.
바깥 손님 오지 않고 산새들만 지저귀니,
평상을 대밭으로 옮겨 누워 책을 봄이라.

김굉필(金宏弼)
노방송(路傍松)
一老蒼髥任路塵(일로창염임노진)
勞勞迎送往來賓(노노영송왕래빈)
歲寒與汝同心事(세한여여동심사)
經過人中見幾人(경과인중견기인)  한 늙은이 푸른 수염 날리며, 길 먼지에 몸 맡기고

수고하며 오고가는 길손 보내고 맞는다.

날씨 차가워지는데 그대와 마음 같이 하는 이

지나는 사람들 중에 몇몇이나 보았느냐.


김구용(金九容)
야초(野草)
纖纖野草自開花(섬섬야초자개화)
檣影如龍水面斜(장영여룡수면사)
日暮每依烟渚宿(일모매의연저숙)
竹林深處有人家(죽림심처유인가)  작고 여린 들풀은 절로 꽃을 피우고

물에 비친 돛 그림자인양 물에 빗겨있다.


날 저물면 언제나 안개 낀 물가에 기대서니

대숲 깊은 곳에 사람 사는 집들이 보인다.


김극기(金克己)

황산강(黃山江)
起餐傳舍曉度江(기찬전사효도강)
江水渺漫天蒼茫(강수묘만천창망)
黑風四起立白浪(흑풍사기립백랑)  
舟與黃山爭低昴(주여황산쟁저묘)  
津人似我履平地(진인사아리평지)
一棹漁歌聲短長(일도어가성단장)
十生九死到前岸(십생구사도전안)
槐柳陰中村徑荒(괴류음중촌경황) 여관에서 일어나 밥 먹고 새벽에 강 건너니

강물은 아득히 멀고 하늘은 검푸르구나.

검은 바람은 사방에서 불어 흰 물결 일으키니

배는 황산과 다투어 낮았다 높아았다 한다.

나루터 사람도 나처럼 평지를 밟는데

외로운 고기잡이 배 노래는 짧았다 길었다 한다.

아홉 번 죽었다 열 번 살아나 앞 언덕에 이르니

느티나무와 버드나무 그늘 속에 시골 길이 거칠다.


김득신(金得臣
야음(夜吟)
露滴寒空月正西(로적한공월정서)
欲成佳句意都迷(욕성가구의도미)
秋宵難作還家夢(추소난작환가몽)
窓外鵂鶹樹樹啼(창외휴류수수제)
찬 하늘 이슬 지고, 달은 서편 이윽한데

좋은 시구를 지으려도, 마음은 온통 어지럽다

가을 밤 고향집으로 가는 꿈도 꾸기 어려운데

창밖에선 올빼미가 나무마다 울고 있구나

김만중(金萬重)
모춘(暮春)
暮春暄氣敷(모춘훤기부)

草樹繞我廬(초수요아려)

捲簾望時景(권렴망시경)

觸目皆可娛(촉목개가오)

白雲散遙岑(백운산요잠)

初日滿平蕪(초일만평무)

竹抽嫩綠排(죽추눈록배)

桃謝殘紅鋪(도사잔홍포)

圓荷出綠波(원하출녹파)

嘉木蔭淸渠(가목음청거)

惠風從東來(혜풍종동래)

谷鶯聲相呼(곡앵성상호)

安得故人詩(안득고인시)

永日時卷舒(영일시권서)
늦은 봄날 따뜻한 기운 천지에 퍼지고
풀과 나무들 내 초가집을 둘러싸네
발을 걷고 지금의 경치를 바라보니
보이는 것 모두가 즐길 만하네
흰 구름은 아득한 산봉우리에 흩어지고
처음으로 햇볓이 들판에 가득하네
대나무는 연약한 새잎 사이를 뚫고 나오고
복숭아꽃은 남은 꽃잎 사이로 지네
둥근 연꽃은 푸른 물결 위로 솟고
아름다운 나무들 맑은 도랑에 그늘지우네
봄바람이 동쪽에서 불어와
골짜기에선 꾀꼬리 서로 불러대네
어찌 고인의 시를 얻어
영원히 때때로 펴보지 않으리오


김병연(金炳淵)
過安樂見
安樂城中欲暮天  안락성중욕모천

關西孺子聳詩肩  관서유자용시견

村風厭客遲炊飯  촌풍염객지취반

店俗慣人但索錢  점속관인단색전

虛腹曳雷頻有響  허복예뢰빈유향

破窓透冷更無穿  파창투냉갱무천

朝來一吸江山氣  조래일흡강산기

試向人間벽穀仙  시향인간벽곡선
안락성 안에 날이 저무는데

관서지방 못난 것들이 시 짓는다고 우쭐대네.

마을 인심이 나그네를 싫어해 밥 짓기는 미루면서

주막 풍속도 야박해 돈부터 달라네.

빈 배에선 자주 천둥 소리가 들리는데

뚫릴 대로 뚫린 창문으로 냉기만 스며드네.

아침이 되어서야 강산의 정기를 한번 마셨으니

인간 세상에서 벽곡의 신선이 되려 시험하는가.

김부식(金富軾)
관란사루

(觀瀾寺樓)
六月人間暑氣融(육월인간서기융)
江樓終日足淸風(강루종일족청풍)
山容水色無今古(산용수색무금고)
俗態人情有異同(속태인정유이동)
舴艋獨行明鏡裏(책맹독행명경리)
鷺鶿雙去畵圖中(로자쌍거화도중)
堪嗟世事如銜勒(감차세사여함륵)
不放衰遲一禿翁(불방쇠지일독옹)  세속의 유월은 더위가 가득한데

강루에는 종일토록 청풍불어 좋아라

산모양 물빛은 고금이 한결같으나

세상의 풍속과 사람의 인정은 다름이 있다

거룻배는 맑은 거울 속을 홀로 가는데

가마우지 한 쌍 그림 속으로 날아간다

아아, 세상사 마치 재갈과 굴레같아

약하고 둔한 한 늙은이 놓아주지 않는다


김부용당(金芙蓉堂)
정필(停筆)
天邊淸風爽(천변청풍상)
良宵月影團(양소월영단)
雁應愁路遠(안응수로원)
鷗亦恐盟寒(구역공맹한)
江草因醫識(강초인의식)
山芳替畵看(산방체화간)
暗思心內事(암사심내사)
停筆仰雲端(정필앙운단)
하늘 가 맑은 바람 시원하고

좋은 밤 달 그림자 둥글도다

기러기는 정녕 먼 길을 걱정하고

갈매기도 첫 추위를 두려워하는구나

강 가의 풀은 의학으로 알았고

산의 방초는 그림을 대신하여 보았도다

마음 속 일을 곰곰이 생각하며

붓을 놓고 구름 끝 쳐다보노라

김삼의당(金三宜堂)
동야(冬夜)
銀漏丁東夜苦長(은루정동야고장)
玉爐火煖繞殘香(옥로화난요잔향)
依依曙色生窓戶(의의서색생창호)
鷄則悲鳴月出光(계칙비명월출광)  밤은 길어 괴로운데 물시계 치는 소리

남은 향기 감도는 따뜻한 화로어렴풋한 새벽 빛이 창문에서 밝아오는데

닭 우는 소리 아니고 달 떠오르는 빛이로다


김성일(金誠一)
우음(偶吟)
出處亦何常(출처역하상)
卷舒雲無心(권서운무심)
抱病歸故山(포병귀고산)
倦飛憐野禽(권비련야금)
南窓夏景長(남창하경장)  
北塢松桂深(배오송계심)
塵機坐消歇(진기좌소헐)
何者爲升沈(하자위승심)
雖無耦耕人(수무우경인)
至樂吾獨尋(지낙오독심)
時從鹿豕遊(시종녹시유)
相對開幽襟(상대개유금) 이 세상 출저가 또한 항상 같을까

피었다 말리는 무심한 흰 구름이여. 병들어 고향 산에 돌아오니

날다 지친 들새가 가련하구나.

남쪽 창가 여름 경치 유장하고

북쪽 언덕 소나무 숲 유심도 하다.

앉은 채로 세상 생각 삭이노라니

무엇이 내 인생에 부침이 되리오.

함께 밭 갈 사람이야 없지만

지극한 그 즐거움을 나 홀로 찾는다.

때로 노루 따라 사슴 따라 놀며

그들에게 내 속마음을 열어 보인다.


김수온(金守溫)
제산수화

(題山水畵)
描山描水總如水(묘산묘수총여수)
萬草千花各自春(만초천화각자춘)
畢竟一場皆幻境(필경일장개환경)
誰知君我亦非眞(수지군아역비진)
신처럼 산을 그리고 물을 그리네

온갖 화초가 다 활짝피어 있네

피경 이 모두가 한 바탕 꿈

너와 나도 참 아닌 것을 누가 알리오

김시습(金時習)
유객(有客)
有客淸平寺 유객청평사
春山任意遊 춘산임의유
鳥濟孤塔瀞 조제고탑정
花落小溪流 화락소계류
佳採智時秀 가채지시수
香菌過雨柔 향균과우유
行吟入仙洞 행음입선동
消我百年憂 소아백년우
청평사의 나그네,
봄 산에 마음대로 놂이라.
외로운 탑은 고요한데 산새만 지저귀고,
작은 시냇물에 꽃잎이 떨어져 흐르네.
아름다운 나물은 때를 아는 듯 돋아나고
향기로운 버섯은 비를 맞아 부드럽노라.
길 가며 읊조리며 신선의 계곡에 들어서니,
나의 백년 근심이 녹아지도다.

김안국(金安國)
반월(半月)
神珠缺碎鬪龍魚(신주결쇄투용어) :
剮殺銀蟾半蝕蛆(과살은섬반식저) :
顚倒望舒仍失馭(전도망서잉실어) :
軸亡輪折不成輿(축망륜절불성여) 신묘한 구슬 깨고 부수면서 어룡과 다투고

은 두꺼비 살 발라내니 반은 벌레 먹었네


거꾸로 넘어져 조망이 느려져 말 몰지 못하고

축 없고 바퀴 부서져 수레역할도 못하는구나.


김양경(金良鏡)
서불좌후장상

(書黻座後障上)
園花紅錦繡(원화홍금수)
宮柳碧絲綸(궁류벽사륜)
喉舌千般巧(후설천반교)
春鶯却勝人(춘앵각승인)  동산 꽃은 붉은 비단 수놓은 듯하고

대궐 버들은 푸른 실 늘어진 듯 하여라

목과 혀로는 천만 가지 교묘한 소리

봄 꾀꼬리가 도리어 사람보다 낫도다


김육(金堉)
영각만봉백로절

(羚角灣逢白露節)
白露驚寒節(백로경한절)
舟中得氣先(주중득기선)
遙憐天際月(요련천제월)
光細未團圓(광세미단원) 백로를 맞아 차가운 계절에 놀라고

배 안에 있는지라 찬 기운 먼저 느낀다

가련쿠나 하늘가에 떠 있는 저 달

아직 보름달이 아니라 빛 희미하도다


김인후(金麟厚)
차덕무운

(次德茂韻)
雨後輕雲捲白衣(우후경운권백의)
靑山野水鷺先知(청산야수로선지)
西簷斜日長吟處(서첨사일장음처)
疏竹微風獨立時(소죽미풍독립시)  비 그친 뒤 가벼운 구름 흰 옷 걷으니

푸른 산 들판 물을 해오라기 먼저 안다.

서쪽 처마에 지는 해를 길게 읊은 곳은

성긴 대나무에 살랑바람에 홀로 선 때이어라.

김일손(金馹孫)
차수헌(次睡軒)
落日長亭畔(락일장정반)
離盃持勸君(이배지권군)
危樓天欲襯(위루천욕친)
官渡路橫分(관도노횡분)
去客沒孤島(거객몰고도)
浮生同片雲(부생동편운)
江風不解別(강풍불해별)
吹棹動波文(취도동파문)  정자 있는 둔덕에, 지는 해 드리우고

이별의 잔을 잡고 그대에게 권하노라

높은 누대는 하늘에 치솟고

벼슬길은 멀고도 험하구나

유배가는 길손은 외딴 섬으로 멀어지고

덧없는 인생은 조각구름

무심한 강바람은 이별의 사연도 모르고

바람불어 물결치며 배 떠나보낸다

김정(金淨)
영해송(詠海松)
海風吹送悲聲遠(해풍취송비성원)
山月高來瘦影疏(산월고래수영소)
賂有直根泉下到(뇌유직근천하도)
雪霜標格未全除(설상표격미전제)
바닷바람은 슬픈 소리를 멀리 불어내고

산달은 높이 돋아 수척한 그림자 성글구나.

샘 아래까지 뻗은 곧은 뿌리 있어

눈서리 몰아쳐도 아직 완전히 없애지 못했구나.

김정희(金正喜)
사국(謝菊)
暴富一朝大歡喜(폭부일조대환희)
發花箇箇黃金毬(발화개개황금구)
最孤澹處穠華相(최고담처농화상)
不改春心抗素秋(불개춘심항소추)  하루아침에 벼락부자 너무나 기쁜데

핀 꽃들 하나하나가 황금 구슬이구나.

가장 외롭고 담백한 곳에 화려한 억굴

봄 마음 고치지 않고 가을 추위를 버틴다.

김종서(金宗瑞)
남포(南浦)
送客江頭別恨多(송객강두별한다)
管絃凄斷不成歌(관현처단불성가)
天敎風伯阻征旆(천교풍백조정패)
一夕大同生晩波(일석대동생만파)  
강가에서 손을 보내니 이별의 한 깊어라

곡조가 처량하여 노래 다 부르지도 못 하네

하늘이시여, 바람불어 출정하는 깃발을 막아주소서

저녁 녘대동강엔 물결이 이네

김종직(金宗直)
화산기(華山畿)
塚上靑靑連理枝(총상청청연리지)

行人爭唱華山畿(행인쟁창화산기)

野棠花發當寒食(야달화발당한식)

幾度春魂化蝶飛(기도춘혼화접비)
무덤 위에 푸르게 난 연리지여

행인들은 모두 화산기 노래를 부르는 구나

들에 해당화 필 때 한식 오니

몇번이나 그들의 혼은 호접이 되어 날아갔느냐

김집(金集)
춘효(春曉)
虛室人初覺(허실인초각)
春天夜已闌(춘천야이란)
孤雲依水宿(고운의수숙)
殘月映松閒(잔월영송한)
心靜都忘世(심정도망세)
夢恬不出山(몽념불출산)
緬思故園竹(면사고원죽) :
長得幾何竿(장득기하간)  빈 방에서 잠을 깨니

봄날 밤이 이미 무르익었다.

외로운 구름은 물 위에서 자고

새벽달은 소나무 사이에 빛난다.

세상 일 잊으니 마음 고요하고

산을 나가지 않아 꿈도 편안하다. 고향 정원에 있는 대나무는

줄기가 지금 얼마나 자랐을까.


김창협(金昌協)
강행(江行)
蒹葭片片露華盈(겸가편편로화영)
蓬屋秋風一夜生(봉옥추풍일야생)
臥遡淸江三千里(와소청강삼천리)
月明柔櫓夢中聲(월명유노몽중성)  갈대 줄기줄기 이슬꽃 가득하고

초가집에 밤새껏 부는 가을바람

맑은 강 삼천리 길을 누워서 오르니

꿈결에 듣는 밝은 달빛, 노젓는 소리


김택영(金澤榮)
패강별곡2

(浿江別曲2)
只怕郎心似去波(지파낭심사거파)
大同江水水空多(대동강수수공다)
長送歡舟唱棹歌(장송환주창도가)
啼盡紅蓮花兩頰(제진홍련화양협)
祗今無淚可添波(지금무루가첨파)  임의 마음이 떠나가는 물결인 것이 두려워요

대동강 강물은 공연히 많아

멀리 보내고 기쁘게 배 태워, 뱃노래 부르네

울음 그친 붉은 연꽃 같은 두 뺌엔

지금 눈물 말랐는데, 어찌 푸른 강물에 보탤 수 있겠소


김흔(金訢)
낙매후우강전1

(落梅後又岡前1)
春事還隨畵角殘(춘사환수화각잔)
攀條不覺屢盤桓(반조불각루반환)
北枝容有餘芳在(북지용유여방재)
爲報吟人洗眼看(위보음인세안간)  봄날의 일들은 다시 화각소리에 쇠잔해지고

가지를 잡고 서서 몇 번을 서성이는 것도 깨닫지 못한다

북쪽 가지에 남은 향기 남아 있어

시 읊는 사람 위해 눈 씻으면 바라본다


나세찬(羅世纘)
사벽정(四碧亭)
槐松茅水列山根(괴송모수렬산근)
太吠鷄鳴自一村(태폐계명자일촌)
邀弟邀兄兼邀客(요제요형겸요객)
攜琴携牘又携蹲(휴금휴독우휴준)
笑吟幾戒農桑務(소음기계농상무)
學問寧忘孝悌敦(학문녕망효제돈)
獨撫繁纓回白首(독무번영회백수)
只綠時未報君恩(지록시미보군은)  회나무, 솔나무, 띠풀, 그리고 물이 산 밑에 벌려있고

한 마을에서 개 짖고 닭우는 소리 들려온다

동생 맞고, 형 맞고 그리고 손님도 맞아

거문고 가지고, 책 가지고 그리고 술동이도 준비한다.

웃으며 시 읊으며 몇 번이나 농사와 양잠일 경계했으며

학문함에도 어찌 충성과 효도의 돈독함을 잊겠는가

혼자 며슬길 버리고 늙어서 돌아왔으니

다만 시대가 성은에 보답하지 못할 때이기 때문이라네


남용익(南龍翼)
산중야작

(山中夜酌)
太守樂其樂(태수락기악)
旁人知不知(방인지불지)
山公乏仙分(산공핍선분)
唯醉習家池(유취습가지)  태수는 그 음악을 즐기나

곁 사람은 그가 알지 못함을 안다.

산사람은 신선의 천분 모자라

다만 취하여 집안 못을 익히노라.


남 이(南 怡)
북정시작

(北征時作)
白頭山石磨刀盡(백두산석마도진)

豆萬江水飮馬無(두만강수음마무)

男兒二十未平國(남아이십미평국)

後世誰稱大丈夫(후세수칭대장부)
백두산 돌은 칼을 갈아 없애고,

두만강 물은 말이 마셔 없구나.

남아 20세에 나라를 평정 못하면,

후세에 누가 대장부라 하겠는가.

남재(南在)
영산희우정

(靈山喜雨亭)
種桑栽竹自成村(종상재죽자성촌)
老樹疏陰掩縣門(노수소음엄현문)
來往十年頭白盡(래왕십년두백진)
山靈應有北山文(산령응유북산문)
뽕나무, 대나무 심으니 절로 마을이 되고

늙은 나무 성긴 그늘이 고을 문을 가린다

지나간 십년 동안에 머리가 다 희어지고

신의 신령님이 응당 북산이문을 보내리라

남효온(南孝溫)
강서한식

(江西寒食)
天陰籬外夕煙生(천음리외석연생)
寒食東風野水明(한식동풍야수명)
無限滿船商客語(무한만선상객어)
柳花時節故鄕情(유화시절고향정)  흐린날 울타리 밖 저녁 연기 피어오르고

한식날 봄바람 불고 들판에 흐르는 물은 맑다.

무한히 계속되는 배에 가득한 상인들 이야기

버들꽃 피는 시절에 그리운 고향의 마음이어라.


노공필(盧公弼)
풍월누(風月樓)
薔薇花發紡殘春(장미화발방잔춘)
風月樓高絶點塵(풍월누고절점진)
爛醉欲歸歸不得(난취욕귀귀불득)
滿池明月更留人(만지명월갱류인)
장미꽃 피고피어 남은 봄을 이어가고

풍월루는 높아서 티끌 한점 없구나

너무 취해 집에 가려도 가지 못하는데

못에 가득 밝은 달이 또 나를 말리네

노사신(盧思愼)
차무산운증학전상인

(次巫山韻贈學專上人)
呂枕五十年(여침오십년)
一覺空彷佛(일각공방불)
欲知夢幻境(욕지몽환경)
試問瞿曇佛(시문구담불)
巫山世緣盡(무산세연진)
思歸衣欲拂(사귀의욕불)
昨夜夢山林(작야몽산림)
眼前無俗物(안전무속물)
白雲生杖履(백운생장리)
豈復戀朱紱(기복연주불)  허망한 부귀영화 오십년

깨닫고 보니 허망하구나

환몽의 경험이 어떤 것인지

구담 부처에게 물어보고파

인간 세상 인연을 끊어버리고

옷소매 뿌리치고 돌아가고 싶어라

어제 밤 꿈에 큰 산림을 보았지

눈에는 세상일 보이지 않았소

흰 구름 이는 곳을 지팡이 짚고 다닌 나

어찌 다시 벼슬을 바라겠는가


노인(魯認)
화천관(和泉館)
百年今白髮(백년금백발)
一歲又秋天(일세우추천)
夢裏君王近(몽리군왕근)
含香奉御筵(함향봉어연)  인생 백년인데 이제 백발 되도

한해 한해 지나가니 이제 또 가을이구나

꿈속에서 가까이 임금을 뵈니

향기머금은 듯 임금의 자리 받들어모신다


덕개(德介)
송행(送行)
琵琵聲裡寄離情(비비성리기리정)

怨入東風曲不成(원입동풍곡불성)

一夜高堂香夢冷(일야고강향몽냉)

越羅裙上淚痕明(월나군상루흔명)
비파소리에 이별하는 정을 담아 보낼 때

그 원한 동풍에 섞여 곡조가 틀리노라

하룻밤의 향기로운 꿈이 식어갈 때

비단치마 위에 눈물 흔적만 남는구나

두보(杜甫)
산행(山行)
遠上寒山石徑斜 원상한산석경사
白雲生處有人家 백운생처유인가
停車坐愛風林晩 정거좌애풍림만
霜葉紅於二月花 상엽홍어이월화
멀리 한산에 오르려니, 돌길은 비스듬한데,
흰구름 이는 곳에 인가가 있네.
수레 멈추고 가만히 늦은 단풍을 즐기니,
서리 맞은 잎이 꽃보다 붉구나.

맹호연(孟浩然)
춘효(春曉)
春眠不覺曉 춘면불각효
處處聞啼鳥 처처문제조
夜來風雨聲 야래풍우성
花落知多少 화락지다소

봄 잠에서 날 새는 줄을 몰랐더니
곳곳에서 새들 지저귀는 소리 들리네,
간밤에 비바람 치던 소리에
꽃잎은 얼마나 떨어졌을까?

민사평(閔思平)
기초정신예

(寄草亭辛裔)
病妹老寡甥側離(병매로과생측리)
愛弟西征母左東(애제서정모좌동)
送別弟甥懷抱惡(송별제생회포악)
料應公我略相同(료응공아약상동)  : 늙은 과부, 병든 누이의 곁을 떠나는 조카

: 아우 서쪽으로 정벌가고 어미는 동쪽으로 갔다

: 동생을 송별하는 조카는 마음 괴롭고 착잡하니

: 생각하면, 그대와 나의 마음도 거의 비슷하리라


민사평(閔思平)
이정승만장

(李政丞挽章)
百年終始似公難(백년종시사공난)
看取凌煙畵壁間(간취능연화벽간)
羽蓋不來雲杳添(우개불래운묘첨)
漆燈無盡夜漫漫(칠등무진야만만)
平生事業唯淸白(평생사업유청백)
夢裏功名幾險艱(몽리공명기험간)
地下有知應喜見(지하유지응희견)
德陵松栢暗西巒(덕능송백암서만)  인생 백년 시종이 공처럼 어렵지요

공신들의 초상을 가져다 보옵니다

일산은 오지 않고 구름은 어둑하고

등불이 끝없으니 밤은 깊기만하다

평생 하신 일은 오직 청렴과 결백이오

꿈 속의 공명은 얼마나 어려웠던가

지하에 아는 사람 있다면 기쁘게 볼것인데

덕릉 가의 송백은 서산 봉우리에 어둑하구나

민정중(閔鼎重)
고송(孤松)
獨立倚孤松(독립의고송)
北風何蕭瑟(북풍하소슬)
霜露且相侵(상로차상침)
爲爾憂念切(위이우념절)
貞心良自苦(정심량자고)
久有凌寒節(구유릉한절)
勖哉保歲暮(욱재보세모)
幽期庶永結(유기서영결)  홀로 서서 소나무에 기대어서니

북픙은 어찌 그렇게도 소슬한가.

서리와 이슬이 서로 부딪히니

너를 위한 근심스런 생각 간절하다.

곧은 마음은 정말로 절로 괴롭고

추위를 이기는 절개 오랫동안 있었다.

힘쓰게나, 세모에 몸을 지키어

그윽한 기약 영원히 맺어지기 바라노라.

박상(朴祥)
봉효직상

(逢孝直喪)
無等山前曾握手(무등산전증악수)
牛車草草故鄕歸(우거초초고향귀)
他年地下相逢處(타년지하상봉처)
莫說人間謾是非(막설인간만시비)  무등산 앞에서 손을 잡았었는데

달구지로 초라하게 고향으로 간다.

훗날 저 세상에서 만나는 곳에선

세상 덧없는 시비곡절 논하지 말자.


박세당(朴世堂)
산거(山居)
南隣花接北隣花(남린화접북린화)
東圃瓜連西圃瓜(동포과련서포과)
峯影送人溪路轉(봉영송인계로전)
白雲深處有仙家(백운심처유선가)
남쪽 이웃의 꽃은 북쪽 이웃과 접하고

동쪽 밭의 외는 북쪽 밭의 외와 닿아있다

개울길 굽어지고 산 그림자 사람을 보내고

흰 구름 깊은 곳에 신선의 집 있을 것이다

박순(朴淳)
청풍한벽루

(淸風寒碧樓)
客心孤逈自生愁(객심고형자생수)
坐聽江聲不下樓(좌청강성불하루)
明日又登官路去(명일우등관로거)
白雲紅樹爲誰秋(백운홍수위수추) 나그네 마음 쓸쓸하여 수심이 절로 이는데

앉아서 강물소리를 듣노라니 누대를 내려오지 못한다

내일이면 또 관로에 올라 떠나리니

흰 구름 이는 단풍나무, 누구를 위한 가을인가


박원형(朴元亨)
신라회고

(新羅懷古)
東都城郭變村家(동도성곽변촌가)
玉笛閑吹春思多(옥적한취춘사다)
五塚壘壘荒草合(오총루루황초합)
一千年事摠朝華(일천년사총조화) 경주의 성곽이 시골집으로 바뀌었고

들려오는 옥피리 소리에 봄 생각 짙어진다.

층층이 늘어선 오릉에 엉긴 황폐한 풀

일천 년 역사가 하루아침 영화였구나.


박은(朴誾)
계축이주

(癸丑移舟)
山凝雨餘態(산응우여태)
江湧風前浪(강용풍전랑)
遠樹自短短(원수자단단)
宿羽迷兩兩(숙우미량량)
地接楊根郡(지접양근군)
舟移月溪上(주이월계상)
雲陰欲解駁(운음욕해박)
東眺日光盪(동조일광탕) 비온 뒤 산 자태 안개에 자욱하고

바람 앞에 물결은 강물에 솟구친다

멀리 보이는 나무들 작기도 한데

깃든 새들 쌍쌍이 날아 아물거린다

땅은 양근군에 인접했지만

월계 위를 배 저어 가노라

음산한 구름 흩어지려는데

동녘을 바라보니 햇빛 훤히 씻긴다


박인로(朴仁老
제덕연정

(題德淵亭)
午睡頻驚戴勝吟(오수빈경대승음)
如何偏促野人心(여하편촉야인심)
啼彼洛陽華屋角(제피낙양화옥각)
會人知有勸耕禽(회인지유권경금)  낮잠에 자주 놀라라, 뻐꾸기 울음

어찌하여 시골 사람 애를 태우나

낙양의 화려한 집 모퉁이에서 울어

사람들이 밭갈이 권하는 새 있음을 알게 하라

박제가(朴齊家)
효좌서회

(曉坐書懷)
掘地得黃金(굴지득황금)
萬斤空餓死(만근공아사)
入海採明珠(입해채명주)
百斛換狗矢(백곡환구시)
狗矢尙可糞(구시상가분)
明珠其奈何(명주기내하)
陸貨不通燕(육화불통연)
海賈不輸倭(해가불수왜)
譬如野中井(비여야중정)
不汲將自渴(불급장자갈)
安貧不在寶(안빈부재보)
生理恐日拙(생리공일졸)
太儉民不樂(태검민불락)
太窶民多竊(태구민다절)  땅을 파 황금 얻어

만 근이나 되어도 부질없이 굶어 죽고

바다에 들어가 명주 캐어

백 섬이나 되어도 개똥과 바꾸는구나

개똥은 오히려 거름이나 되지만

명주는 그 어찌하리요

육지의 재화는 중국 연경과 통하지 않고

바다 장사꾼은 일본의 물건을 실어오지 못한다

비유하자면 들의 연못과 같아

긷지 않아서 저절로 말라 버리려 한다

안빈 낙도는 재화에 있지 않다 하니

살림하는 이치가 날로 졸렬해질까 두렵다

지나친 검소함을 백성들 좋아하지 않으니

지나친 가난하여 백성들의 도적질이 많아진다.


박지원(朴趾源)
전가(田家)
翁老守雀坐南陂(옹로수작좌남피)
粟拖狗尾黃雀垂(속타구미황작수)
長男中男皆出田(장남중남개출전)
家田盡日晝掩扉(가전진일주엄비)
鳶蹴鷄兒攫不得(연축계아확부득)
群鷄亂啼匏花籬(군계난제포화리)
小婦戴棬疑渡溪(소부대권의도계)
赤子黃犬相追隨(적자황견상추수)  늙은이 참새 지켜 남쪽 비탈에 앉았는데

개꼬리 수수 이삭에는 참새가 매달렸구나

장남과 차남이 모두 밭에 나가 있어

시골집 하루 종일 사립문이 닫혀 있구나.

솔개가 병아리 채 가려다 못 낚아채니

박꽃 핀 울타리에 닭들 울음이 시끄럽구나

젊은 아낙 광주리 이고, 개울 건너는데

벌거숭이와 누렁이가 졸랑졸랑 따라가는구나.


박팽년(朴彭年)
정부연(政府宴)
廟當深處動哀絲(묘당심처동애사)

萬事如今摠不知(만사여금총부지)

柳緣東風吹細細(유연동풍취세세)

花明春日正遲遲(화명춘일정지지)

先王大業抽金櫃(선왕대업추금궤)

聖主鴻恩倒玉扈(성주홍은도옥호)

不樂何爲長不樂(불낙하위장불낙)

呂歌醉飽太平時(갱가취포태평시)
묘 당 깊은 곳에 거문고 울릴 때

모든 일을 자세히 알 수 없구나

실버들 동풍에 가늘게 흔들리고

꽃핀 봄날은 길기도 하구나

선왕의 큰 업을 칭찬할 때

성주의 큰 은혜 술잔에 가득하여라

즐거운 이날의 계속되는 놀이 속에

태평한 세월이 오래 깃 들겠구나

배용길(裴龍吉)
차홍표형운

(次洪表兄韻)
松林安小臺(송림안소대)
只恨傳無杯(지한전무배)
巖角閒烹蕨(암각한팽궐)
花間淨埽苔(화간정소태)
雲光將黑去(운광장흑거)
山色送靑來(산색송청래)
借問登臨興(차문등림흥)
登臨何壯哉(등림하장재)  소나무 숲 편안한 작은 누대

다만 술잔 없다 전해짐이 한스러워라

바위 귀퉁이에, 한가히 고사리 삶고

꽃 사이로 이끼를 깨끗이 쓸어내노라

구름 사이로 새는 빛 어둠 가지고 가니

산빛은 푸른 빛을 보내어 오는구나

묻기를, 산에 오른 기분 어떠냐고

올라보니 그 기분 너무나 장쾌하여라

백광훈(白光勳)
기문순거

(寄文舜擧)
無紙亦無筆(무지역무필)
寫懷山竹枝(사회산죽지)
君來不敢望(군래불감망)
此日勝常時(차일승상시)  종이도 없고 붓도 없으니

대나무 가지로 마음을 적는다.

그대 오길 감히 바라지 못해도

오늘 기분이 평시보다 좋구나.


백분화(白賁華)
봉답(奉答)
落花巖畔訪空生(낙화암반방공생)
流水聲中萬事輕(유수성중만사경)
願沐餘冷除熱惱(원목여냉제열뇌)
禪河誰許借船行(선하수허차선행)
꽃 지는 바위 둔덕으로 공생을 찾았더니

흐르는 물소리에 만사가 가벼워라

차가운 물에 번뇌의 열기를 씾어내려 하니

선의 강물에 누가 배 빌려 가도록 허락할까

백원항(白元恒)
주상제태부심양왕(主上除太傅瀋陽王)
玉詔傳從碧縷門(옥조전종벽루문)
新除太傅作東藩(신제태부작동번)
千年遇主山河誓(천년우주산하서)
三葉勤王雨露恩(삼엽근왕우로은)
兔郡桑麻添國界(토군상마첨국계)
鶴城花月入宮園(학성화월입궁원)
日迎賀客身無暇(일영하객신무가)
又被呼來謁至尊(우피호래알지존)
옥조가 벽루문에서 내리시와

새로 태부로 제수하사 동방의 번방을 삼으셨다

천년만에 임금 만난 일 산하에 맹세하고

삼 대째 근왕하여 비와 이슬 같은 은혜 받도다

토군의 뽕나무와 삼나무가 나라강토 보태주고

학성의 꽃과 달이 궁원으로 들어오는구나

날마다 하객을 맞아 조금도 여가가 없는데

또 부름 받으샤서 황제께 알현하시는도다

변계량(卞季良)
설청(雪晴)
風急雪花飄若絮(풍급설화표야서)
山晴雲葉白於綿(산청운엽백어면)
箇中莫怪無新句(개중막괴무신구)
佳興從來未易傳(가흥종내미역전)  불어오는 강풍에 눈꽃은 솜처럼 날리고

산이 개니 구름 잎사귀 솜보다 더 희구나

여기서 좋은 시 없음을 이상히 여기지 말라

예부터 좋은 흥취 쉽게 전하지 못한다하네

변중량(卞仲良)
유자음(遊子吟)
遊子久未返(유자구미반)
弊盡慈母衣(폐진자모의)
故山苦遼邈(고산고료막)
何時賦言歸(하시부언귀)
人生不滿百(인생불만백)
惜此西日暉(석차서일휘)  객지에 다니는 자식 돌아가지 못하니

어머니 주신 옷도 다 해어져 버렸구나.

어느 때에나 고향 돌아갈 노래 지어보나.

인생은 백 년도 되지 못하니

오늘 서편으로 지는 햇빛을 아까워한다.

보우(普愚)

공계(空溪)
百萬人蹤絶(백만인종절)
三祗客路窮(삼지객로궁) .
落花浮碧淥(낙화부벽록)
白日徹選(백일철서동)  백만의 사람들 자취 끊어지고

무궁한 세월에 나그네 길 다하다

떨어진 꽃잎 푸른 물에 뜨고

한낮의 해는 동서로 통하는구나.

사명대사

(四溟大師)
수이공구어

(酬李公求語)
千魔萬難看如幻(천마만난간여환)
直似灘頭撤轉船(직사탄두철전선) .
呑透金剛竝栗剳(탄투금강병률답)
方知父母未生前(방지부모미생전)
수많은 마귀와 어려움을 허깨비로 보면

여울머리에서 배를 돌리는 것과 같도다

금강과 밤송이를 모두 삼켜버려야만

부모가 낳아주기 전의 나를 알 수 있다.

사임당 신씨
읍별자모

(泣別慈母)
鶴髮慈親在臨瀛(학발자친재임영)
身向獨去長安情(신향독거장안정)
回首北坪時一望(회수북평시일망)
白雲飛下暮山靑(백운비하모산청)  

늙으신 어머님은 임영(강릉)에 계시는데
이 몸 혼자 서울로 떠나는 마음
머리를 북촌으로 돌려 때때로 바라보니,
흰 구름 떠가는 아래 저녁 산만 푸르구나.

서거정(徐居正)
사호도(四皓圖)
於世於名兩已逃(어세어명양이도)
閑碁一局子頻敲(한기일국자빈고)
此中妙手無人會(차중묘수무인회) :
最有安劉一着高(최유안유일착고) 속세와 공명을 이미 벗어나

한가로운 장기판에서 장기알 자주 두드린다

이 바둑판 묘수를 아는이 아무도 없었으니

마지막 둔 최고의 한 수는, 유방을 지킨 한 수였도다


서경덕(徐敬德)
독서유감

(讀書有感)
讀書當日志經綸 독서당일지경륜
歲暮還甘顔氏貧 세모환감안씨빈
富貴有爭難下手 부귀유쟁난하수
林泉無禁可安身 임천무금가안신
採算釣水堪充腹 채산조수감충복
咏月吟風足暢神 영월음풍족창신
學到不疑知快闊 학도불의지쾌활
免敎虛作百年人 면교허작백년인
독서하던 당년에 경륜에 뜻을 두었더니
만년에 안빈낙도 오히려 달갑구나
부귀엔 시샘 많아 손대기 어려웠고
임천엔 금함 없어 심신이 편안하였네
채산조수하여 배를 채우고
음풍영월로 마음을 풀었네
학문이란 의혹 없어야 상쾌하나니
평생의 허랑함을 면케 할 수 있네.

서영수각

(徐令壽閣)
입춘차두

(立春次杜)
惆愴戀行客(추창련행객)
蕭條夢未安(소조몽미안)
片雲行樹梢(편운행수초)
孤月掛雲端(고월괘운단)
忽憶梁園雪(홀억양원설) 니
還愁棣萼寒(환수체악한)
佳辰廻子夜(가신회자야)
且待會團團(차대회단단)  서글피 떠난 사람 그리워하니

쓸쓸히 꿈속에도 편아하지 않도다

조각구름 나무 끝에 떠돌고

외로운 달으니 구름 끝에 걸려있다

문득 야원의 눈으 생각하

도리어 아가위 꽃받침 추울까 걱정한다

좋은 날 밤에라도 돌아온다면

단란하게 만나기를 기다립니다


석굉연(釋宏演)
추야숙장산사

(秋夜宿蔣山寺)
大江之南鍾山寺(대강지남종산사)
巍巍樓閣開旃檀(외외루각개전단)
雲外聽經白鷴下(운외청경백한하)
洞中護法蒼龍蟠(동중호법창룡반)
塔影夜搖崖月淨(탑영야요애월정)
鍾聲曉襍松濤寒(종성효잡송도한)
舊說天人多集此(구설천인다집차)
尙疑環佩來珊珊(상의환패래산산)
대강의 남쪽 종산의 절간에

높고 높은 누각이 전단향을 풍긴다.

구름 밖 독경소리에 흰 학 내려오고

골 안에 법을 지키는 푸른 용이 서렸다.

탑 그림자는 밤에 깨끗이 벼랑 달에 흔들리고

새벽 종소리는 싸늘한 솔바람 소리에 섞인다.

예부터 말하기를, 천인들 이곳에 많이 모이니

지금도 아직 환패가 잘랑잘랑 울리는 듯하다.

석원감(釋圓鑑)
유릉가산

(遊楞伽山)

舊聞海上有名山(구문해상유명산)
幸得遊尋斷宿攀(행득유심단숙반)
萬壑煙嵐行坐裏(만학연람행좌리)
千重島嶼顧瞻間(천중도서고첨간)
義湘庵峻天連棟(의상암준천련동) :
慈氏堂深石作關(자씨당심석작관) :
避世高棲無此地(피세고서무차지) :
堪誇倦鳥解知還(감과권조해지환) :  바다 위에 명산이 있다는 말 들었는데

찾아와 다행히 숙원을 풀었도자

앉거나 거니는 가운데 온 골짜기의 안개

앞을 보나 뒤를 보나 겹겹한 섬들이로다

높은 의상암은 지붕이 하늘에 맞닿고

미륵보살 자씨당은 돌로 문을 만들었다

세상 피해 사는 높은 누각은 이만한 곳 없고

지친 새 돌아올 줄 안 것을 자랑할 만하도다


석천인(釋天因)
유사선암유작

(遊四仙嵓有作)
仙遊邈已遠(선유막이원)
嘉境轉幽寂(가경전유적)
晴川碧如藍(청천벽여람)
石蘚暖於席(석선난어석)
逍遙能幾時(소요능기시)
俛仰忽陳迹(면앙홀진적)
淹留非不佳(엄류비불가)
但恐日易夕(단공일역석)  신선이 놀던 일 이미 멀고도 아득한데

아름다운 경개는 날이 갈수록 유적하여라.

맑은 냇물 쪽빛 같이 푸르고

바위에 낀 이끼 자리보다 따뜻하여라.

이렇게 소요하는 것 얼마나 지속되나

숙이고 쳐다보는 사이에 묵은 자취되리라.

머물러 노는 곳, 모두가 아름다운데

다만 날이 쉽게 저물까 두려워하노라.


설문우(薛文遇)
여흥청심루차운(驪興淸心樓次韻)
萬景森羅指點端(만경삼라지점단)
登臨不覺屢回顔(등림불각루회안)
長江西去赴蒼海(장강서거부창해)
複嶺北來圍淺山(복령북래위천산)
透網魚跳寒雨裏(투망어도한우리) :
忘機鷺立瞑煙間(망기로립명연간)
一生脫却功名累(일생탈각공명루)
靑蒻漁翁也自閑(청약어옹야자한) : 온갖 경치 손가락질 끝에 보이고

올라와보니 나도 모르게 자꾸 고개 돌려진다

긴 강은 서로 흘러 푸른 바다에 들고

겹친 고개 북에서 와 얕은 산을 둘렀구나

찬 비 속에 고기들은 그물 뚫으며 뛰놀고

시름 잃은 해오리 아득한 연기 속에 서있다

한 평생 공명의 누를 다 벗어버리고

부들삿갓 저 어부야 저절로 한가롭다


설손(偰遜)
소몽(宵夢)
龍蛇猶格鬪(룡사유격투)
豺虎尙縱橫(시호상종횡)
不見風塵息(불견풍진식)
胡爲江漢行(호위강한행)
有身眞大累(유신진대루)
無地托餘生(무지탁여생)
寂寞中宵夢(적막중소몽)
凄涼去國情(처량거국정)  용과 뱀은 격투를 하고

시랑이와 여우는 아직도 날뛰는구나

풍진이 그치는 것을 보지 못하는데

어찌 한가히 강호로 갈것인가

몸 있음이 참으로 큰 짐이니

여생을 붙일 땅조차 없구나

적막한 한밤의 꿈 속에서

처량하게 나라를 떠나는 마음이여


설장수(偰長壽)
서감(書感)\
生理貧恒絆(생리빈항반)
歸期亂每妨(귀기란매방)
涸魚誰肯濟(학어수긍제) :
巢燕自徒忙(소연자도망)
道路風塵暗(도로풍진암)
箕裘事業荒(기구사업황) :
倚樓溟海闊(의루명해활)
萬里逈蒼蒼(만리형창창)  생활에는 가난이 항상 따르고

돌아갈 기약은 매양 난리가 방해한다

물마른 곳 고기 누가 기꺼이 건져줄까

집짓는 제비는 다만 스스로 바쁘구나

길에는 바람먼지 어둡고

기구 세업은 거칠어졌도다

누대에 올라 바다를 바라보나니

만리 휑하니 푸르기만 하구나


성간(成侃)
우서(偶書)
言辭出口屢觸諱(언사출구루촉휘)
世事折肱曾飽更(세사절굉증포경)
黃昏風雨鬧北牖(황혼풍우료북유)
夢作聖居山水聲(몽작성거산수성)  말이 입에서 나오면 여러 번 기휘 저촉되니

세상일은 팔을 부러뜨려야 경험 생기는구나

황혼녘 비바람 소리 북창이 시끄러운데

꿈속에서 성거산의 물 소리로 알았다네


성문준(成文濬)
야좌감흥

(夜坐感興)
星月皎如晝(성월교여주)
納涼開夜窓(납량개야창)
雲山深隱隱(운산심은은)
石瀬遠淙淙(석뢰원종종)
世累休關念(세루휴관념)
閑愁不入腔(한수불입강)
中宵歌感慨(중소가감개)
永憶鹿門龐(영억록문방)
달과 별이 대낮 같이 밝은데

밤에 창을 열어 서늘한 바람 받아들인다.

구름 낀 산은 은은하고

바위의 여울물 멀리 졸졸 흐른다.

세상 걱정은 생각지도 말고

한가로운 근심은 마음에 들이자 말아라.

한밤에 노래가 감개로워

녹문방을 영원히 기억하리라.

성삼문(成三門)
수형시(受刑詩)
擊鼓催人命(격고최인명)

西風日落斜(서풍일낙사)

黃泉無客店(황천무객점)

今夜宿誰家(금야숙수가)
요란한 북소리 나의 목숨 재촉하는데

해는 기울어지고 서풍이 부는구나

저승에는 여인숙도 없다는데

오늘밤은 뉘 집에서 묵어 가리오.

성석린(成石璘)
만조재신

(挽趙宰臣)
溫溫吾益友(온온오익우)
情話幾回同(정화기회동)
未必仁人壽(미필인인수)
空留長者風(공류장자풍)
塵棲經卷上(진서경권상)
火盡藥爐中(화진약로중)
惆悵平生事(추창평생사)
松楸夜月籠(송추야월롱) : 온화한 나의 이로운 벗

정담을 몇 번이나 나누었던가

반드시 어진 사람이 오래사는 것도 아니도다

속절없이 어른의 풍모만 남았구나

책시렁 위에는 티끌만 쌓이고

약 화로에는 불이 꺼졌구나

슬프다, 그대 평생의 일

소나무와 오동나무에는 밤달빛이 둘러싸는구나


성여신(成汝信)
관절서(觀節序))
壟麥波千頃(롱맥파천경)
吳蠶入再眠(오잠입재면)
倚窓觀節序(의창관절서)
田野頌豐年(전야송풍년) : 언덕에 보리밭 천이랑이 물결치고

오나라 누에들이 다시 잠에 들었구나

창가에 기대어 절후를 살펴보니

들판의 밭에는 풍년을 기리리라


성운(成運)
유남강(遊南江)
十里淸江岸(십리청강안)
蒼松近百株(창송근백주)
草深能沒馬(초심능몰마)
波動欲浮壺(파동욕부호)
小鼎魚烹玉(소정어팽옥)
低盤䒘剖珠(저반예부주)
晩來喧鼓笛(만래훤고적)
驚起兩三鳧(경기량삼부)  십 리 긴 맑은 강가 언덕에

푸른 소나무 백그루가 다가온다.

풀은 깊어 말이 보이지 않고

물결은 움직여 병이 물에 띄려 한다.

작은 솥에 물고기 삶으니 옥같아

쑥같 깐 소반 바치고 고기를 자른다.

저녁에 소란하게 피리를 부니

놀라 일어나는 두 세 마리 오리들

성현(成俔)
심화고사

(尋花古寺)
春深古寺燕飛飛(춘심고사연비비)
深院重門客到稀(심원중문객도희)
我昨尋花花落盡(아작심화화락진)
尋花還爲惜花歸(심화환위석화귀)  봄 깊은 옛 절에 나비는 날아들고

깊숙한 사원 겹 문에는 찾는 이 드물어라

어제 꽃 찾아 보아도 꽃은 다 지고

꽃 찾아 갔으나 꽃을 아끼며 돌아왔도다


소세양(蘇世讓)
제화안첩

(題畵雁帖)
蕭蕭孤影暮江潯(소소고영모강심)
紅蓼花殘兩岸陰(홍료화잔양안음)
謾向西風呼舊侶(만향서풍호구려)
不知雲樹萬重深(부지운수만중심)  해 저문 물가에 외로운 기러기 그림자

강 언덕 어둑한데 아직도 남아 있는 붉은 여뀌꽃

부질없이 바람 따라 옛 친구 불러보나

구름 낀 나무숲 너무 깊어 알지 못하네

손조서(孫肇瑞)
촉직사(促織詞)
促織聲何急(촉직성하급)
聞聲未見機(문성미견기)
似嫌難設杼(사혐난설저)
如訴未縫衣(여소미봉의)
牽出宮娥怨(견출궁아원)
添成戍客悲(첨성수객비)
夜深淸響切(야심청향절)
應恨歲將歸(응한세장귀)  귀뚜라미 소리 어찌 그리 다급한가

소리는 들리는데 베틀은 보이지 않는다

베틀 놓기 어려워 싫어하는가

아직 옷을 짓지 못했다 꾸중하는 것같도다

끌어내니 궁녀들 원망하여

변방 나그네의 슬픔을 더하는구나

깊은 밤  맑은 소리 절절한데

해마다 다시 돌아감을 한스러워하리라


송순(宋純)
야중즉사

(夜中卽事)
渚宿舟人半夜喧(저숙주인반야훤)
遙知急雨沒江濆(요지급우몰강분)
波聲遠駕南陵外(파성원가남릉외)
兼送山窓喚客魂(겸송산창환객혼)  물가에 묵는 어부, 한 밤이 시끄러워

멀리 소낙비에 물가 잠겼음을 알겠노라

물결소리, 멀리 남쪽 언덕 밖엔 수레

산 창으로 보내어 나그네 넋을 불러온다


송시열(宋時烈)
赴京(부경
綠水喧如怒(녹수훤여노)

靑山默似嚬(청산묵사빈)

靜觀山水意(정관산수의)

嫌我向風塵(혐아향풍진)
시냇물은 성난 듯 콸콸 쏟아지는데

청산은 말이 없이 침묵을 지키네

산과 물의 갸륵한 뜻 곰곰이 생각하니

풍진에 몸 더럽힘이 안타까와 하노라

송익필(宋翼弼)
망월(望月))
未圓常恨就圓遲(미원상한취원지)
圓後如何易就虧(원후여하이취휴)
三十夜中圓一夜(삼십야중원일야)
百年心思摠如斯(백년심사총여사)  둥글어지지 않을 때면, 항상 늦음을 한탄하고

둥글어진 후는, 어찌 그리도 쉬 이지러지는가

한 달 삼십일 밤, 둥근 날은 하루 저녁인 것을

인생 백년의 심사, 모두 이와 같다오

송준길(宋浚吉)
증우인(贈友人)
四月花林鸎亂飛(사월화림앵란비) :
故人來告故園歸(고인래고고원귀)
蓑衣贈別寧徒爾(사의증별녕도이)
知子東陂有釣磯(지자동피유조기)
사월 꽃숲에 꾀꼬리 어지러이 나는데

친구가 찾아와 고향으로 간다 말하네

도롱이옷 주어 이별하니 편히 가시게나

자네 동쪽 언덕 낚시터에 있음을 알고있노라

송한필(宋翰弼)
우음(偶吟)
花開昨夜雨 화개작야우
花落今朝風 화락금조풍
可憐一春事 가련일춘사
往來風雨中 왕래풍우중
어제밤 비에 피었던 꽃
오늘 아침바람에 떨어지네
가련하다 한 봄의 일이
비바람에 오고 가는구나

신광수(申光洙)
억경춘(憶京春)
紅杏初飛北岳村(홍행초비북악촌)
辛夷欲發孟家園(신이욕발맹가원)
驪江寒食東歸客(여강한식동귀객)
啼鳥聲中獨閉門(제조성중독폐문)  북악골에 살구꽃 날리니

맹가네 동산에는 개나리가 피었겠다.

한식날 여강으로 돌아온 나그네

우는 새소리 속에 홀로 문들 닫는다.


신광한(申光漢)
광진선상

(廣津船上)
孤舟一出廣陵津(고주일출광릉진)
十五年來未死身(십오년래미사신)
我自有情如識面(아자유정여식면)
靑山能記舊時人(청산능기구시인)
외로운 배로 한 번 광나루를 나와

십오 년이 지나도 죽지 못한 몸이어라.

나는 절로 정이 있어 알아볼 듯하여도

청산은 능히 옛 사람 기억할 수 있을까.

신숙주(申叔舟)
기중서제군

(寄中書諸君)
豆滿春江繞塞山(두만춘강요새산)
客來歸夢五雲間(객래귀몽오운간)
中書醉後應無事(중서취후응무사)
明月梨花不怕寒(명월리화불파한)  두만의 봄강이 변방산을 둘렀는데

나그네 돌아가는 꿈 오색 구름 사이에 있다

중서에선 취한 뒤에 아무 일 없으리니

밝은 달빛 아래 배꽃은 추위를 겁내지 않는다

신위(申緯)
묵죽도(墨竹圖)
枝葉上晴光(지엽상청광)
枝輕葉復揚(지경엽부양) :
一天風日好(일천풍일호) :
聲影靜瀟湘(성영정소상)  가지와 잎 위로 맑은 햇빛

가지 흔들리고 잎은 다시 날린다.

하늘에 바람 일고 날씨는 맑아

소리와 그늘이 소상강에 고요하다.


신익성(申翊聖)
일석(日夕)
醉眠山日夕(취면산일석)
池塘生晩陰(지당생만음)
倦鳥歸飛急(권조귀비급)
沈沈煙雨林(침침연우림)  해 지는 산, 취하여 잠드니

연못에 저녁 그늘 드리운다

지친 새, 급히 날아 돌아오고

비 내린 숲에는 안개가 자욱하다

신종호(申從濩)
상춘(傷春)
茶甌飮罷睡初醒(다구음파수초성)
隔屋聞吹紫玉笙(격옥문취자옥생)
燕子不來鶯又去(연자불래앵우거)
滿庭紅雨落無聲(만정홍우락무성)  차를 마시자 졸림이 가시

건너 집서 옥피리 소리 들려온다

제비는 오지 않았는데 꾀꼬리 떠나니

뜨락 가득 붉은 비가 소리 없이 진다


신채호(申采浩)
영오(詠誤)-
我誤聞時君誤言(아오문시군오언)
欲將正誤誤誰眞(욕장정오오수진)
人生落地元來誤(인생락지원래오)
善誤終當作聖人(선오종당작성인)
내가 잘못 들었 때는, 그대가 잘못 말했으니

잘못을 바로 잡으려는데, 그 잘못을 누가 참되다 하나

사람 세상에 태어난 것이 원래 잘못인데

잘못된 것 잘 고치면, 끝내는 성인이 되는 것을

신흠(申欽)
우후좌초정

(雨後坐草亭)
峽裏逢連雨(협리봉련우)
初晴麗景新(초청려경신)
江平鷗出戱(강평구출희)
山靜鹿來馴(산정록래순)
草合誰開徑(초합수개경) :
苔深欲上茵(태심욕상인)
僮兒翻解事(동아번해사) :
把釣下溪濱(파조하계빈) 산골짜기 장마비 맞났다가

하늘 개니 고운 경치 새롭구나.

강은 잔잔한데 갈매기 놀고

산 고요한데 사슴 와서 길든다.

풀은 가득한데 누가 길을 열어

이끼는 짙어 자리로 올라올 듯하다.

종 아이는 도리어 사리를 알아

낚시 들고 시냇가로 내려가는구나.


심수택(沈守澤)
결고국강산

(訣故國江山)
文明日月此江山(문명일월차강산)
忽入腥塵暗曖間(홀입성진암애간)
未覩一晴歸地下(미도일청귀지하)
千秋化碧血痕斑(천추화벽혈흔반)  광명한 문명 세계, 이 나라 강산에

홀연히 비린 티끌 어둠속에 날아드니

갠 하늘 못보고 땅속으로 쓸려드니

천년을 불고 푸른 피로 얼룩지리라

심언광(沈彦光)
내금화락

(來禽花落)
朱白扶春上老柯(주백부춘상노가) :
爲誰粧點野人家(위수장점야인가)
三更風雨驚僝僽(삼경풍우경잔추) :
落盡來禽滿樹花(락진래금만수화)  
붉고 흰 꽃은 봄 붙잡아 늙은 가지에 오르고

눌 위해 단장하는가, 시골 사람들 집 위를

한밤중 비바람에 놀랠까 두려웠는데

나무에 가득한 사과꽃들이 모두 다 떨어졌구나

심희수(沈喜壽)
도촌취영

(陶村醉詠)
不盡玄琴趣(불진현금취)
無窮白首歡(무궁백수환) :
扁舟獨歸去(편주독귀거)
江樹晩生寒(강수만생한)  거문고의 흥취 다하지 못하고

끝없이 흰 머리 탄식하노라

거룻배는 홀로 떠나가고

강가의 나무는 이 저녁 추위에 떤다.


안민학(安敏學)
석년화(惜年華)
春盡花衰綠葉齊(춘진화쇠록엽제)
年光如夢使人迷(년광여몽사인미)
流鸎隔樹空相語(유앵격수공상어)
滄海茫茫日又低(창해망망일우저)  봄이 다 가고 꽃은 지는데 푸른 잎은 싱싱한데

세월은 꿈같아 사람을 사람의 늙게 하는구나.

나무 사이를 날아다니는 앵무새 공연히 지저귀니

푸른 바다는 망망한데 해는 또 지는구나.

안정복(安鼎福)
산거호(山居好)
山人每說山居好(산인매설산거호)
始信山居好無窮(시신산거호무궁)
今日山居何事好(금일산거하사호)
世間名利耳專聾(세간명리이전롱)  산에 사는 사람 산이 좋자 하네

산 생활이 한없이 좋음을 이제야 알았다

오늘의 산 생활은 무슨 일이 좋은가

세상의 명예와 이욕 들리지 않는 것이라네

안중근(安重根)
금수강산

(錦繡江山)
山不高而秀麗(산불고이수려)

地不廣而平坦(지불광이평탄)

水不深而淸淸(수불심이청청)

林不大而茂盛(임불대이무성)
산은 높지 않으나 수려하고,

땅은 넓지 않으나 평탄하다.

물은 깊지 않으나 맑고,

숲은 크지 않으나 무성하구나.

양경우(梁慶遇)
전가(田家)
枳殼花邊掩短扉(지각화변엄단비)
餉田村婦到來遲(향전촌부도래지)
蒲茵曬穀茅檐靜(포인쇄곡모첨정)
兩兩鷄孫出壞籬(양량계손출괴리)
탱자꽃 옆에 사립문 닫혀있고

새참 나르는 시골 아낙 늦게만 느껴진다

멍석에는 곡식 말리고 처마는 고요한데

병아리들 쌍쌍이 무너진 울타리 새로 나온다

양녕대군(讓寧大君)
문녕월흉보

(聞寧越凶報)
龍御歸何처(용어귀하처)

愁雲起越中(수운기월중)

空山十月夜(공산시월야)

痛哭訴蒼穹(통곡소창궁)
임이여 임은 어디로 가셨나요

구름도 시름인양 영월에서 떠오르는데

쓸쓸한 가을밤을 지새워 가면서

하늘을 우러러 목놓아 통곡하네

양사언(楊士彦)
추사(秋思)
高煙生曠野(고연생광야)
殘日下平蕪(잔일하평무)
爲問南來雁(위문남래안)
家書寄我無(가서기아무) 넓은 들판에 높이 연기 피어오르고

지는 해 수평선 아래로 지는구나

남으로 날아온 기러기에게 묻노니

혹 나에게 부쳐온 집 편지는 없느냐


양성지(梁誠之)
차영소어

(次咏小魚)
雨餘江上綠生鱗(우여강상록생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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