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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혼자 놀듯 즐기면 깨칩니다”[‘나는 숲속의 게으름뱅이’낸 정용주씨]

글자크기     작성일 : 2007-08-20  

볕이 좋으면 사다리를 타고 지붕에 올라가 커피 마시기. 마른 장작으로 달군 돌판에 삼겹살을 구워 산당귀잎에 싸먹기. 밤나무에 큰 그네를 매달고 그 위에 누워 하늘 쳐다보다 잠들기. 한 움큼 뽑아 온 달래를 삶은 국수와 함께 간장에 비벼먹기. 봄엔 복숭아꽃 아래서 이불 빨래하기. 치악산 금대계곡 어딘가에 있는 흙집에서 혼자 살고 있는 정용주씨(45)의 산속 생활은 이렇다. 혼자 살다보니 가끔씩 찾아오는 지인이나 등산객 정도만 그의 생활을 알 터. 그래서 ‘나는 숲속의 게으름뱅이’(김영사)라는 에세이집을 냈다. “나랑 마주치지 않은 사람에게 산 속에서 살면서 겪었던 것들을 이야기하듯 썼다”고 말한다.
그가 산 속으로 들어온 것은 4년 전인 2003년이다. 그땐 도시 속 삶에 많이 지쳐 있었다. “도시에서는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잖아요. 열심히 산다고 해서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직장생활도 하고 사업도 해봤지만 허망한 느낌은 커져갔다. “내가 나 자신에게 시간을 주고 싶었어요. 나를 좀 편안하게 하자, 그게 나 자신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죠.”
지금 사는 곳은 대학생 때 놀러왔던 곳. 산 속으로 들어갈 생각을 하고 나서 그때 본 흙집이 그대로 있는지 궁금해 다시 찾게 됐다는 것이다. 살기로 결정하고 가져온 짐은 라면 박스 20개 정도의 책과 음악CD 600여장, 그리고 쌀 한 포대와 기본양념 몇 가지 정도였다. “‘내가 무엇이 돼야겠다, 무엇을 해야겠다’고 규정하는 것에서 계획과 강박이 생깁니다. 그렇게 사는 것이 싫어서 산 속에 들어왔으니, ‘하고 싶은대로 마음대로 살아보자’고 생각했죠. 아무런 계획이 없었어요.”
도시에서 자라고 교육 받은 사람으로서 적응기간은 물론 필요했다. “초보자의 불안함이 있었죠. 처음 산 속 집에 도착했을 때가 여름이었는데요. 짐을 풀고 나니 할 일이 없는 거예요. 녹음은 우거지고 물소리는 들리는데…. 막상 할 게 없으니까 황당하더라고요.” 무기력하고 외로울 수도 있을 것 같은 삶을 생기있게 만든 것은 ‘몸의 리듬에 맞춘 생활, 필요에 의한 노동’이었다. “사람의 몸엔 리듬이 있어서 계획을 세우지 않아도 생활할 수 있어요. 졸리면 자고, 깨면 일어나죠. 배 고프면 밥 먹고요.” 노동도 생계에 필요한 만큼만 한다. 그가 생계수단으로 삼은 것은 벌 키우기. 꿀은 음식을 만들 때 쓰기도 하고 남는 건 팔아서 필요한 경비로 쓴다. 식량은 대부분 자급자족이 된다. 쌀은 지인들이 놀러올 때 가져다 주니 따로 사지 않는다. 취나물, 민들레, 머위잎, 돌나물, 애기뽕잎 등을 뜯어다 반찬을 삼는다. “가끔 상추가 먹고 싶을 때가 있어서 텃밭에 상추를 조금 기르죠. 최소한 먹을 것만 길러요. 감자 한 상자를 도시에 나가 팔면 6000원 받거든요. 재배해서 판다는 게 큰 의미가 없어요. 그런 거 안하게 되죠. ”
어슬렁어슬렁 살다보니 새로운 감각이 열렸다고 한다. “할 일이 없으니까 밭고랑에 뿌려 놓은 씨가 싹트고 자라는 것 등 세심한 것에 눈을 두게 됩니다. 두릅이 나고, 가랑잎이 바람에 흔들리고, 알밤이 툭툭 떨어지고. 이런 것을 보는 게 즐거움이죠. 보려고 보는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거예요.” 그래서인지 곧 시집도 낸다. 혼자서 놀듯 살아가는 정씨는 산속 생활 5년차인 이제 “백수가 돼서도 살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한다. “되도록 오래 지금처럼 살고 싶다”고 했지만 이 말 또한 덧붙였다. “분명한 이유가 있어야만 산에 사는 것은 아니에요. 한가하게 살고 싶은 생각은 누구나 조금씩 갖고 있죠. 저는 결단을 했을 뿐이에요. 내가 좋아서 할 뿐이죠. 산 생활은 굉장히 이기적인 사람만 할 수 있는 걸지도 몰라요. 자기자신만 생각하니 산에 들어 오지요. 주변 관계에 신경 쓰는 사람은 도시를 못떠나니까요.”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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