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오동(梧桐)

2003.09.04 22:18

정용진 조회 수:755 추천:212

외진 골목
돌 우물 가득
차가운 달이 고인다.

풍우잔설(風雨殘雪)에
온 몸이 주름진
오동 한그루.

전신에
바람을
두루마리로 감고

끝끝이 매어달린 하늘
마지막 잎새마저 떨구며
마음을 비우고
가슴을 비운다.

한(恨)이 쌓이면
소리가 되는가
소리가 잦으면
가락이 되는가

오동의
텅빈 가슴 속에는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의 혼이 살아
춤을 춘다.

그 슬픈 가락이
달빛 같이 푸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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