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타인스 데이

2016.02.14 01:58

정용진 조회 수:32

발렌타인스 데이

정용진 (시인)

 

 서구 사회에서의 2월은 사랑의 달이다. 해마다 214  발렌타인 순교의 날이 되면 그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며, 이를 계기로 사랑하는 연인에게 마음의 선물을 보낸다

원래 발렌타인스데이의 기원은 서기 269 로마황제 클라우디우스 2세가 전쟁터로 나가는 병사들의 결혼을 금했는데 당시 발렌티누스 성인이 이를 무시하고 서로 사랑하는 연인들을 몰래 혼인시키다가 발각돼 2 14 순교한데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미국에서 발렌타인스 데이  선물을 주고 받는 풍속은 1700년대부터 시작됐으며 카드의 경우 1840년대 동북부 메사추세츠주에 사는 에스터 하우랜드씨가 처음으로 발렌타인스 데이 기념카드를 제작 판매하면서 미국 전역에 발렌타인스 데이 카드를 보내는 문화가 정착됐다고 전해지고 있다. 

인간은 하나같이 누구의 사랑을 받고 싶어 하고 또다시 누구에게 사랑을 주고 싶어 하는 기브 앤드 테이크의 관계로 창조되었다. 이것이 너와 나와의 관계요, 이웃과 이웃, 이웃과 사회, 국가와 국가의 세계로 연결된다.  관계 속에서 사랑의 싹이 자라고 행복의 꽃이 피고 성공의 열매가 맺힌다. 사랑은 생명을 지닌 모두의 간절한 염원이며 살아있는 동안의 기도의 제목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이 인간의 꽃이요, 삶의 향기며 싱그러운 열매라고 부르는 것도 여기에 기인하는 것이다김춘수시인의 <이란 시를 감상해보자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 처럼

나의 빛깔과 향기에  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라고 인간의 청순한 바램을 노래 하였다산이 고요히 둘러서 있고, 시내가 조용히 흐르고, 솔바람 소리를 들으며  계절이 옷을 갈아입는 산촌에서 원정園丁 되어 장미꽃을 심고 가꾸노라면, 결혼하는 자녀의  행복을 원하며, 아내의 출산을 축하해 주기위하여, 입원한 친구의 쾌차를 빌며, 졸업하는 자녀의 영광을 기원하며, 거룩한 삶을  끝내고 모토로 돌아가는 선친을 향하여 모두들 갖가지 장미꽃을 원하며 문을 두드린다. 

특히 애인에게와 아내의 생일 선물로 들고  때엔 콧노래를 부르며 기뻐하는 모습을 바라   손에 찔린 가시의 아픔을 아득히 잊고 나도 기쁨에 싸인다

 문호 톨스토이는 개조차 리듬을 갖고 짖게 하는 것이 사랑이라고 하였다. 서구인들은, 사랑도 고요하고 부챗살 펴듯 조용조용 그리고 떨리는 가슴으로 문을 노크하는 동양인들의 모습과는 달리 신나해 하고 뜨겁고 정열적이다. 그런데 툭하면 헤어지기도 잘하니  깊이는 한국인들에 비하지 못할듯하다

 사랑의 감미로운 아름다움만 취하고 오래 참는 인내가 부족한  같아 안타깝기조차 하다. 이들은 발렌타인스 데이가 되면 사랑하고 싶은 사람에게,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하였던 사람에게 붉은 장미 꽃다발을 선물한다. 적어도 이날만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함께하는 아름다운 하모니를 형성 한다. 남의 사랑하는 마음을 놓고 이러쿵저러쿵 따지는 것은 금물로 되어있다. 사랑의 독단과 독점이 인정되는 셈이다. 스템이  것을 받을수록 기뻐서 날뛴다

 꽃을 키우면서 느끼는 것은, 사랑은 주는 것이란 마음의 절실함을 배우는 점이다

 어떤 사람은 결혼 10주년 파티를 위하여 3 6 50송이의 장미꽃을 6개월   주문하여 다짐에 다짐을 거듭 하기도 한다

  때가 되면 아이들 담임 선생에게 1다즌의 장미꽃을 선물하는데, 나는 이제껏 남편으로부터 초콜렛만 받아 왔는데 하면서 감격한다. 그리고 옆의 선생은 나는 언제 제임스나 조셉의 담임을 맞느냐고 부러워 하기도 한다

 정월 초하루에 열리는 로즈 퍼레이드를 필두로 발렌타인의 날이 되면 전국적으로 꽃이 딸려 남미는 물론 네델란드, 이스라엘  구라파에서까지 대량 수입되어 사랑하는 사람들 품에 안긴다

 

 

정용진

      

새벽 안개

면사포로 드리우고

그리움 망울져

영롱한 이슬

방울 방울

 

사랑이

가슴에 차오르면

비로서

아름아름 입을 여는

장미꽃 송이 송이들

 

사납게 찌르던

가시의 아픔도

추억의 향기로 번지는

꽃그늘 언덕에서

뜨거운  불로

타오르는 밀어여

 

산에 진달래와 철쭉이 불을 당기  붉게 피어 오르면 두견새의 애절한 전설을 생각하면서 멀리 서서 바라보며 망설이던 우리들의 연정에 비하면, 서구인들의 사랑의 열풍은 뜨겁고 강열해 보인다

 고금 동서를 막론하고 사랑과 같이 아름답고 고귀한 것은 없는 듯하다. 주고 싶은 마음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우리 한국의 연인들도 올해부터는  비싼 것을  사가지고 왔느냐고 되묻지 말고 사랑에 넘치는 마음으로 장미 꽃다발을 가슴에 안는 감격을 맞이하기 바란다. 인생에 있어서 수고는 삶의 뿌리요, 정성은 삶의 줄기며, 사랑은 삶의 아름답고 향기롭게 피어나는 꽃이다. 건강한 몸과,  흘리는 수고와, 남을 아끼는 착한 마음이 있는 곳에는 지상의 낙원이 건설될  있을 것이다

 과거엔 영국의 국화이던 장미가 1988년부터 미국의 국화로 지정 되었다. 이를   이들이 얼마나 장미꽃을 사랑하는가를 짐작할  있다. 이민 개척으로 뒷전에 밀렸던 우리들의 사랑을 다시 불러 모아 거칠어진 아내의 손을 어루만지면서 붉은 장미 꽃다발을 안겨 주는 발렌타인의 날이 한인 타운에도 찾아오기를 기원한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 보다 행복하니라 청마 유치환의 노래가 조용히 들려오는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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