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레

2004.08.17 09:07

정용진 조회 수:699 추천:155

물레는
운명의 실타래를 낳는
여인이다.

등잔 심지에
목화씨 기름이
자옥히 타오르는 토담집

조상 대대로 물려와
손때 묻은 물레 앞에
피골이 상접한
시어머니가 앉아
물레를 돌린다.

옆에서는
갓 시집온 며느리가
씨아를 돌려
소녀의 꿈을
면화구름으로 피워 올리고

두 여인이 낳는
운명의 손길에는

한과
설움과
슬픔이 감긴 실타래로
인생의 무명필이 탄생된다.

윙 윙윙
삐익 삐익
이 밤도
삶을 엮는 소리가
귓가에 쟁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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