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아비

2007.01.05 21:34

정용진 조회 수:884 추천:247

세상 온갖 남루를
한 몸에 걸치고
황금들에
구부정하게 서있는
허수아비.

달빛이 부서지는
황량한 들녁에서
텅 빈 고향을 지키는
낙향(落鄕) 선비의
청렴한 자태여.

알곡이 걷히고 나면
새떼들도 떠난 빈들에서
해진 도자락을 휘날리며
홀로
찬 눈을 맞는다.

오늘도 나는
내 영혼의 빈잔이
가득히 채워지기를
기다리며 서있는
목마른 허수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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