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진학하는 자녀들에게

2017.07.05 22:56

정용진 조회 수:14

대학에 진학하는 자녀들에게

                                                                     정용진 시인

 

자녀들아!

너희들의 대학 진학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미국은 신과, 자유와 돈의 나라가 그 특징이다. 그리고 기회의 균등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 잘 보장된 나라이기도 하고 자신의 노력만 있으면 얼마든지 기술 습득의 기회가 주어져있는 국가이다.

너희 부모들은 6.25 전쟁 이후 어려운 때에 힘겹게 조국을 떠나 산과 물이 설은 외국 땅에 이민의 닻을 내리고, 너희들을 낳고 기르고 교육시킨 것을 누구보다도 너희들 자신이 더 잘 알 것이다.

너희들은 외국인의 자녀들로서 얼굴색이 저들과 다르고 눈빛이 틀리며 풍속과 환경이 다른 속에서 한국어를 하는 부모들의 힘겨운 처지 속에서도 좌절하지 아니하고 모든 어려움을 스스로 잘 극복하여, 이제 어엿한 대학생으로서 첫발을 디디게 되었으니 진실로 그 감회가 깊고 대견스럽기 그지없다.

너희들은 미국 영토 내에서 태어났으니 속지주의(출생지주의) 에 의하여 미국 시민의 자격이 분명하다. 부모가 한국인이라 속인주의(혈통지주의)로 정의를 하면 한국인 이기도하다. 뿌리는 생명의 근원이다. “뿌리 가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아니하고 물이 깊은 샘은 가뭄에 마르지 아니하나니.”라고 우리의 조상들은 가르치셨다.

너희들의 선 자리, 너희들이 나가야 할 미래지향적 사명, 과연 하나님께서 나에게 무엇을 맡기셨을까 하는 소명의식을 가슴깊이 간직하기 바란다. 인종. 언어. 지역. 사상을 떠나서 세계가 하나로 지향하고 있는 이때에, 미국인이냐 한국인이냐를 따지려는 것이 아니다. 너희들이 태어난 이 땅과 너희들의 부모가 태어난 한국을 늘 기억하라는 것이다.

자녀들아!

대학은 진리의 여신이 사는 숲이다. 그 맑고 깨끗한 초록빛 숲, 장미의 싱그러운 향기 속에는 사랑과 낭만, 진리와 지혜, 뛰노는 심장의 오늘과 예비 된 꿈의 내일이 공존하고 있다. 백조가 노닐고 별빛이 내려 잠드는 말간 호수가 자리하고 있지만, 선택을 향한 갈등과 미래를 꿈꾸는 번뇌가 늘 따라다니는 어두움의 단면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청운의 꿈으로 가득히 넘쳐나는 대학 캠퍼스에서 하루에 천리를 달려도 피곤을 모르는 독수리 같은 야성을 기르기 원한다. 야성은 앞에 달려가는 동물을 붙잡기 위하여 혼신의 힘으로 내닫는 맹호의 저력과, 사자의 용맹과 같은 것이다. 이러한 정신세계 속에서 참여의식과 투쟁정신을 배우기 바란다. 참여의식이 부족한 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회에 뒷전으로 밀려나서 불평불만으로 주저앉는 나약성을 보이기 쉽고, 용맹이 결여된 인간은 땀 흘리는 수고를 수치로 여기고 별 것 아닌 자신의 과거에 도취되어 사사건건 시비로 일관하는 무능한 불평불만의 인간이 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다음은 지성의 힘을 축적하기 바란다. 지성은 절차탁마(切磋琢磨)하는 학문 탐구의 자세와 각고분투 하는 근면의 정신이 수반되지 아니하고서는 성취 할 수 없는 삶의 필수 불가결하면서도 다루기 힘든 고개이다.

이는 창조적 에너지의 원동력이며 인류 사회를 밝은 곳으로 인도하는 지팡이가 된다. 지적 힘이 없으면 사회는 무기력하고 빈곤과 무질서 속에 방황하게 된다. 마치 나침반을 잃고 항해하는 선박과 같은 것이다. 야성과 지성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덕성이다.

덕성은 인격의 주체요, 나를 나 되게 세워주는 버팀목이다. 부단한 자기 수련과 극기자제의 피나는 노력이 부족한 자신을 덕망 있는 인물로 탈바꿈시킨다.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계가 평안할 날이 없이 불안한 것은, 동물의 차원을 넘지 못한 야성과, 자기만족을 채우려는 이기적 지성의 범람, 인류 공존의 고귀한 덕성을 상실한 때문이다. 덕성은 나를 양보하고 남을 내세우는 겸양의 정신이요, 네가 먼저, 나는 뒤를 강조하는 겸손의 미덕이다. 나만 못하고 약한 자를 위하여 봉사 할 줄 아는 착한 마음이란 뜻이다.

참된 야성이 사회를 움직이는 활력소라면, 바른 지성은 그 사회를 리드해 가는 능력이며, 진정한 덕성이란 사회가 원활하게 돌아가게 해주는 윤활유와 같은 것이다. 이중 어느 하나가 쳐져도 사회는 불균형이 오게 된다. 영원한 미래의 열쇠가 예비 된 대학 속에서 학문의 세계에 몰두하기를 바란다. 거짓 지식을 파는 소피스트(Sophist)적 지성이 되지 말고 참된 지식을 가르치고 연구하는 소크라테스적 지성이 되기를 바라며, 나만의 영광을 위하여 탐구하는 위기지학(爲己之學)이 아니라 남과 사회를 위하여 갈고 닦는 위인지학(爲人之學)의 참된 진리를 터득해야 한다.

세상에 나오면 병들고 썩은 단면을 보기 쉽다. 학창시절에 정정당당함과 공명정대함을 몸에 익혀야 한다. 사회에서 대학을 향하여 상아탑이라 부르는 것도, 그 속에는 젊음의 투지, 냉철한 현실과 빛나는 이상을 바라볼 수 있는 혜안이 번득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내일을 설계하고 개척할 믿음의 동지를 만나고 인생의 장래를 함께 약속할 이성을 만나기를 당부한다. 인간을 외모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겉 사람과 속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외모를 넘는 내면의 깊이가 있는 착한 이성을 만나 걸어가면서 생각하고 생각하면서 걸어갈 생의 반려자를 선택해야 한다. 본능적이고 야성적인 인간이 양심과 노력으로 갈고 닦아 야성과 지성 그리고 덕성을 겸비한 인격에 도달하는 것이다.

생명의 진액이 뚝뚝 떨어지고, 열매를 향한 꽃이 향기가 가득한 약동의 뜨락에서 깊이 사색하고, 바로 행동하며,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을 신의에 좇아 성실히 행할 줄 아는 선량한 시민의 자질을 겸비하여 사회에 진출하기를 바란다. 너희들의 부모들은 고달픈 이민자들로서 너희들에게 흡족하게 해주지는 못하였으나, 양심의 차원보다 높은 것이 도덕의 차원이요, 도덕의 차원을 넘어서는 것이 종교의 차원이라는 진리 속에서 너희들을 신앙의 바탕 위에 세워 대학에 들여보냄을 마음 든든하게 생각한다.

미국과 조국 그리고 세계, 통일될 조국에 일조하고 보다 넓고, 보다 깊고, 보다 높이뛰기를 바란다. 하나님의 크신 가호가 너희들 앞길에 항상 함께 하시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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