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哲學) 수필 모음

2017.07.14 04:13

정용진 조회 수:35

철학(哲學) 수필 모음

                                                         秀峯 鄭用眞 詩人

 

철학(哲學)은 인간의 올바른 삶의 방법을 가르쳐주는 학문이다. 그래서 역사 속의 성현과 지성들의 가르침들이 그 근본을 이룬다. 그들의 절절한 발자취를 통하여 우리 후예들이 옷깃을 바로 여미고 지상에서의 오직 한번 주어진 삶을 올바르게 살아가게 진실하고 진지하게 일러주기 때문이다.

나는 시를 쓰는 시인으로서 시란 직관(直觀)의 눈으로 바라다본 사물(事物)의 세계를 사유(思惟)의 체로 걸러서 탄생시킨 생명의 언어인 동시에 영혼의 메아리라고 믿는 사람이다.’

여기에 올린 5편의 철학수필은 여러분들의 마음속에 고귀한 깨달음의 양식이 되리라 믿는다. 애독을 바란다.

 

1) 산의 철학(哲學)

2014217()/한국일보        정용진 시인

 

 산에는 장중과 정적과 고독이 있다. 태고로 부터 끝없는 시간과 공간의 세계 속에서 부동하는 자세와 청정한 모습으로 하늘에 귀를 기울이는 듯한 겸손의 모습이 흘러 넘치기 때문에 선인들은 예로부터 산정사태고(山靜似太古) 음미하고 청풍명월이 깃을 펴는 영원의 고향 속에서 참선의 도와 인내를 배웠다. 

 인간들은 예부터 자신의 나약과 부족을 절대자 앞에 의지하려는 마음을 앞세우고 기암과 고목, 폭포와 절벽이 어우러져 산경을 이룩하고 춘풍추우 폭풍한설 속에서도 고고한 자태와 지존의 의지를 굽히지 아니하는 산을 찾아서  속에서 간구하고 기도하며 명상하는 습성을 키워 왔다

 억만년의 세월 속에서  여기 쉬어 가겠노라고 웅자로 버티는 도도한 산의 자태, 무수한 생명들이 산을 찾아왔다가는  깊은 속마음에 심취되어 마침내 그도 산이 되고 만다. 산의 모습을 멀리서 바라볼 때엔 교만한  같고 잠들어 있는  같으나, 일단  품에 안겨 보면 봄의 빛과, 여름의 힘과, 가을의 향기와, 겨울의 소리에 이내 반하여 종래는 침묵하게 된다. 무궁한 세월을 같은 모습으로 버티고 서있는 거대한 뚝심과 무뚝뚝한  같은 외모와는 달리 새들의 울음과, 나비의 몸짓과, 맹수들의 포효, 그리고 천년을 소리 내어 울어 가는 물소리를 들어주는 인내와 무한한 도량이 있다. 하늘을 찌르듯 솟아오른 곧은 의지, 모든 것을 수용할 듯 우람한 능선, 차가운 솔바람 소리도 종래에는 깊은 잠으로 머무는 그윽한 계곡이 있다. 한순간 속에서도 열두 가지 생각에 잠기는 범부라도 산길을 오르다 보면 세심(洗心) 염이 생기고 정혼(淨魂) 마음이 솟으며 수신(修身) 도가 떠오르는 듯하다.  자체로서는 변하는 바가 없으나 사계를 도는 자연의 질서가 철을 달리하며 행장을 풀려 하기에  모습이 주야, 춘하추동으로 달리 느껴진다. 같은 산을 가지고도 봄에는 금강산, 여름에는 봉래산, 가을에는 풍악산, 겨울에는 개골산이라고 다르게 이름을 지어 부르는 우리 선조들의  멋과 풍미도 여기에 있다산이 첩첩한 곳에 물은 굽이굽이 흐르는  겹겹  굽이굽이(山重重 水曲曲) 철리와 산자수명의 우아미야말로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빼놓을  없는 정경들이다. 세속을 떠나 산사를 찾아서 하루를 쉬고 둘러선 산을 바라보며 심호흡을 하노라면 잔월효성(殘月曉星)과의 고요한 대화가 열린다

 인간에게 있어서 산은 아버지의 위엄과, 어머니의 자비와, 절대자의 신성불가침의 경지를 일깨워 주는 영원한 스승이다. 산은  자체가 청순하기  때문에 공해가 없고,  마음이 가난하기  때문에 허욕이 없고,  모습이 단아하기  때문에 가식이 없다. 산이 좋아서 산을 찾는 인간들의 발길이 오히려 산과 인간들에게 공해가 되는 연유도 여기에 있다.

 산은 () 통하는 길이요, 도와 통하는 길이고, 시와 통하는 길이며, (.재능) 통하는 길이다, 시인 김삿갓(병연) 기암절벽 바윗등에 홀로 웃고 서있는  떨기 꽃을 바라보면서 감동을 금치 못하였고, 세속을 떠난 인간의 마음을 산중문답으로 달래며 세진을 털고 행운유수(行雲流水) 같이 동가식(東家食) 서가숙(西家宿)  있었으니 뛰어난 도인(道人)임이 분명하다.   깊고 물도 깊고 나그네 마음도 깊다.(月白雪白 天地白 山深水深 客愁心) 읊으며 음풍농월(吟風弄月) 노래한 것도 한운야학(閒雲野鶴) 풍찬노숙(風餐露宿)  집념과 해탈 속에서의 고고한 경지로 받아 들여야 할 듯하다. 고고히 서있는 산에는 웅변의 빼어남을 넘는 침묵의 고귀함이 있고, 자존망대의 교만을 넘는 은인자중(隱忍自重) 철학이 있으며, 일확천금(一攫千金) 꿈꾸며 좌충우돌(左衝右突)하는 인간들을 향하여 지성이면 감천(至誠感天)이라는 계명을 일러주는 위엄이 있다.

 성현 공자의 마음이 어진 자는 산을 좋아하는 인자요산(仁者樂山)과 지혜가 있는 자는 물을 즐겨한다.” 지자요수(智者樂水) 권면은 청산에 어리는 고고한 정기를 받아 폭넓은 인간관을 지니고 망망한 대해를 바라보면서 삶의 슬기와 덕을 배워 청산 원부동 백운자거래(靑山元不 白雲自去來)라 하였으니 이는 청산은 본래 움직이는 바가 없고 흰 구름이 스스로 오고 갈 뿐이다. 덕이 있는 스승을 찾아 제자들이 그 인품과 학문을 흠모하여 구름처럼 몰려온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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