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시> 민주주의자 김근태님 영전에

2012.01.04 10:53

정용진 조회 수:870 추천:307

<조시>
민주주의자 김근태님 영전에
                                    정용진
진리를 찾아가는 길은 험난하고
정의를 따라 가는 길은 풍파로 덮여있기에
님께서 가신 길도 고난의 가시밭 길 이었네.
민주, 민족, 민중. 민(民)자만 보아도 사지 육신이 떨리고
사대주의에 머리를 조아리던 독재자들이
민청련의 푸르고 그 힘찬 깃발을 보았으니 광기가 발동하지 않았으랴.
제적, 강제징집, 수배, 투옥. 온갖 만행으로 점철된 뼈아픈 일생.

이 세상
근대사에
안 태어나야 될 인간 말종, 고문기술자 이근안
전기고문, 물고문에 날바닥을 벌개 벗은 채 기며
살려 달라 울부짖는 끔직한 비명소리가 아직도 들려오는
남영동 분실 515호실, 물고문용 욕조가 눈을 뜨고 있다. 시퍼렇게,
쥐꼬리만 한 뉘우침이라도 있어, 죄스러운 마음으로
어느 경찰관이 갖다놓은 꽃다발은 향기는 있는가, 참회는 있는가,
민주주의자 김근태 시퍼런 젊음을 강제로 끌어다가
바닥에 깔아놓은 빨래처럼 전기다리미로 문질러대던 악마는
지금, 어느 골목에서 찌그러진 깡통을 주워 담으며, 파지를 모으는가
인간이 이성을 잃고 광기가 발동하면 동물의 차원으로 전락하는 것
너의 망동이 그러하였음을 하늘과 땅과 인간들은 다 안다.
지옥은 죽어서만 가는 곳이 아니다. 살아서도 간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남은 삶을 살이 오그라들고, 뼈가 마르도록 아프게 느끼며 통회하거라.

김근태 민주 열사여!
이 나라 이 민족의 양심이여!
영원토록 활활 타오를 정의의 횃불이여!
수난 받아 전신에 멍이 들고, 고문으로 갈 갈이  찢어진
병들고 피곤한 알츠하이머의 육신은 모란공원에 뉘이시고,
평소 즐겨 부르시던 “사랑으로”를 노래 부르며 편히 쉬옵소서.
그 아픈 영혼은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가슴 속에
모란꽃으로 피시오라. 피시오라. 영원히 피시오라.
“인간의 가치는 그가 품고 있는 희망에 의해 결정된다고” 외치시라
님을 사랑하는 우리 국민들은
송(宋)나라 충신 악비(岳飛)를 모함하여 죽게 한
진회(秦檜), 그 부인 왕씨, 만준(萬俊), 장준(張俊), 간신들을
악비의 무덤 앞에 동상으로 만들어 무릎을 꿇리고,
손을 뒤로 묶어 놓고. “여기에 침을 뱉지마시오.” 써놓았듯이
그렇게 하오리다, 그렇게 하오리다.
님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름으로, 그렇게 하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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