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정용진 시인
2016.12.06 00:29
빨래
정용진 시인
아내가
맑은 물에 헹궈
깨끗이 다려준
옷을 입고
세상 속으로 나간다.
바람이 불고
먼지가 일고
눈비가 오고
요설(饒舌)이 난무하는
스산한 음지陰地)
세심정혼(洗心淨魂)의 마음으로
정결(淨潔해야 할 옷깃에
온갖 때가 달라붙는다.
박꽃 같은 마음으로
문을 나서
구겨진 빨래 감으로
되돌아 오는 일상(日常)
오늘도
하늘에는
아침 이슬로 씻긴
한줄기 구름이
어머님의 손길로 바래진
옥양목 같이
희게 걸려있다. -정용진, <빨래>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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