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소리

2007.12.05 22:26

정용진 조회 수:925 추천:254

윙 윙 윙
애절하게 쌓인 민중의 한(恨)
징소리로 울려 퍼진다.
험한 세상에 태어나서
악식(惡食) 천업(賤業)으로
주름진 얼굴들
하나같이 얼룩진 흔적이다.

때로는 분노하고
때로는 절망하고
때로는 눈물지으며
갖은 고비 길을 넘느라
해진 옷자락과
굽은 허리로 엮은 삶
외진골목을 굽이돌며
목 메이는 징소리.

꽹과리와 북, 장구의
합창이 아니었다면
어찌 그 멀고 긴 험로를
헤치고 나왔으랴
지난 세월이 꿈결같구나.

애절한 여운이
벌을 지나고 강을 건너
산마루에 부딪친다.

민중의 애달픈 한(恨)이여
상록수로자라
후손들의 푸른 꿈으로 영글거라.
윙 윙 윙
이 저녁에도
가슴을 파고드는 슬픈 징소리.

한여름 가뭄에
논바닥 갈라지듯
구절구절이 갈라진
아픔의 틈새로
소낙비 스며들듯
헐고 빈 가슴을
가득히 채우거라.


윙 윙 윙
저문 하늘 빈 가슴을
민중의 가난한 염원
갈구하는 외침으로
징소리가 울린다.

왜정의 칼날 앞에
지도자들의 못난 길안내에
종처럼 살다 가신
우리들의 아버지!
저들의 숨결로

윙 윙 윙
징소리가 이 저녁에도
온 강산에 메아리친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84 만장(輓章) 정용진 2009.05.29 933
783 수다 정용진 2008.08.30 933
782 정용진 2008.11.12 932
781 독 도 정용진 2009.03.26 931
780 설향(雪香) 정용진 2009.02.11 930
779 겉보다 아름다운 속 정용진 2009.01.05 929
778 이목구비(耳目口鼻) 정용진 2008.06.12 929
777 戀歌.2 정용진 2009.02.04 928
776 정용진 2007.01.24 928
775 Emerald Lake 정용진 2008.08.30 927
774 이슬꽃.2 정용진 2009.01.25 926
» 징소리 정용진 2007.12.05 925
772 <조시> 김대중 전 대통령 영전에 정용진 2009.08.20 921
771 얼굴 정용진 2008.08.05 921
770 가을 연가.2 정용진 2007.11.06 920
769 꿀 벌 정용진 2010.07.11 919
768 단풍.2 정용진 2007.11.30 919
767 커뮤니티 사연 정용진 2008.10.01 912
766 閑日餘心 정용진 2009.04.12 912
765 산가춘경(山家春景) 정용진 2008.01.15 912

회원:
2
새 글:
0
등록일:
2015.02.14

오늘:
0
어제:
0
전체:
291,5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