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송시 모음

2021.05.19 10:59

정용진 조회 수:121

나의 애송시

秀峯 鄭用眞 詩人

 

                       나라고하는 존재가하잘것없는 것은누구보다도내가 더 잘 안다.그래서나는 늘나 자신을 만날 때마다괴로워하고 있다.낮에는세사에 쫓겨잊고 살지만밤이 되면잃은 나를 찾아꿈길을 나서는슬픈 길손이 된다.우리 모두는이렇게 모여서못난 자신들을알아내기를 바라듯내가 누구인지그 진실을 찾기 위하여밤마다 다시 태어난다.그리고창이 밝아오는새벽을 두려워하며

나라고하는 존재가하나의 고통이라는 사실을확인하기 위하여저들같이때 묻은 거리를 떠돌며큰소리로 외쳐대기보다는쪼들려 못난 나를사랑하는 버릇에곧 익숙해지고 만다.오늘도 나는삶의 현장에서잃어버린 나를찾아나서는또 하나의 슬픈 길손이 된다.

 

 

사 랑

 

그대는 누구 이길래,

고요히 앉아 있어도

속마음에 가득 차오르고

 

문을 닫아 걸어도

가슴을 두드리는가

 

내가 찾지 못하여

서성이고 있을 

그대 마음도 그러하려니

 

차가운 돌이 되어

억년 세월을 버티지 말고

차라리

투명한 시내가 되어

 앞을

소리쳐 지나가게나,

 

골목을 지나는 바람처럼

바람에 씻기는 별빛같이

 

그대는 누구 이길래,

 밤도

 비인 나의 마음을

가득 채우는가.  -정용진, <사랑> 전문.

 

*Editor's Award. by The International Library Of Poetry(03) *권길상 작곡가에 의하여 가곡으로 작곡됨.

 

 

내 그대를그리워하는 마음은장미꽃 향이로라.간 밤마른 땅을 적시며함초롬히 내린이슬비길녁에는줄지어 서서나팔을 불며사랑을 노래하는연분홍 산나리 꽃.개울 건너떡갈나무 숲꾀꼬리 벗하여동산에 오르면하늘엔눈부신 황금 햇살면화 구름이송이송이화장한 신부처럼눈부시다.내 그대를사랑하는 마음은라반다의 향이로라.

 

(

 

바람 부는 

나는

너를 향해

( 띄운다

 

 연연戀戀)

마음을 띄운다

 

 없이 연연(涓涓)

그리움이

창을 두드리면

 

너는

문을 열고 나와

창공에

휘날리는 깃발을 보아라

오늘도 나는

연연(連延)

사랑의 실타래를 풀어

절절한 사연을

하늘 높이 띄운다.

 

* 연연(戀戀)... 잊혀지지 않는 안타까운 그리움.

* 연연(涓涓)... 시냇물이 졸졸 흐르는 모양.

* 연연(連延)... 쭉 이어져 길게 뻗음. -정용진, <> 전문.

* The Best Poems & Poets By The International Library Of Poetry(05)

 

 

산울림

 

산에 올라

너를 부르니

산에서 살자 한다.

 

징검다리

      

동구 밖을 흐르는

실개천에

뒷산에서 굴러온

바위들을

듬성듬성 놓아 만든

징검다리

 

내가 서서

기다리는 동안

네가 건너오고

네가 서서 기다리면

내가 건너가던

징검다리

 

어쩌다

중간에서

함께 만나면

너를 등에 업고

빙그르르 돌아

너는 이쪽

나는 저쪽

 

아직도  

 등에 따사로운

너의 체온-정용진, <징검다리> 전문.

*지성심 작곡가에 의하여 가곡으로 작곡되었음.

 

계곡을 내려와

너를 찾으니

초생 달로

못 속에 잠겨 있는

앳된 얼굴.

 

다시 그리워

너를 부르니

산에서 살자한다.

 

산에 올라

너를 부르니

산에서 살자 한다.

계곡을 흐르는

산들바람에

피어나는

꽃송이 송이들의

짙은 향기

 

다시 그리워

너를 부르니

산에서 살자 한다. -정용진, <산울림> 전문.

*권길상. 박환철 선생에 의하여 가곡으로 작곡되었음.

 

    

이른 아침

새들이 깨우는 소리에

눈을 

창을 여니

 

자두나무 가지위에

산새 가족들이

구슬을 꿰인 

쪼르르 앉아 있다

 

하루 일과 훈시를 듣는가

조용하더니

어미 새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자

새끼들도 창공에 무지개를 그린다

 

활처럼 휘어졌던

자두나무 가지들도

겨울잠을 털고

시위를 당겨

봄을 쏘고 있다

 

   과녁엔

생명의 빛이 번득인다.

저들은 늦가을

열매로 익어 돌아오리라 -정용진, <> 전문.

 

 

옥수수

 

어머님이

방문 가방에 넣어

전해주신

옥수수 씨앗

정이 그리워

 가에 심었더니

 

한여름

낯선 하늘 우러르며 자라

 

 

아기를 낳아

등에 업고

이른 아침

웃으며 서있다

 

. . 

나를 등에 업고 계신

어머님

 

 

빨래

정용진 시인

 

아내가맑은 물에 헹궈깨끗이 다려준옷을 입고세상 속으로 나간다.바람이 불고먼지가 일고눈비가 오고스산한 음지(陰地)세심정혼(洗心淨魂)으로

정결(淨潔)해야 할 옷깃에온갖 때가 달라붙는다.흰 구름 같은 마음으로문을 나서구겨진 빨래 감으로되돌아오는 일상(日常)오늘도하늘에는아침 이슬로 씻긴한줄기 구름이

어머님의 손길로 바래진옥양목 같이

희게 걸려있다.

 

들꽃

 

천년의 정적이

낡은 시간들 처럼

소리 없이 쌓이는

후미진 산록에

홀로서서

임을 기다리는

들꽃  송이

 

지나는 바람결에

가슴 떨며 손을 흔들고

애타는 마음을

향으로 피워내는

외로운 들꽃

 

아침 햇살에

노을빛 색동옷을

가려입고

 붉히는 너는

순결의 화신化身).

 

애틋한 사연을

유채화로 담아

청산에 둘러두고

오늘도

그리운 임을 기다리는

슬픈 들꽃아

유기농 상표                 

 

지금은 건강제일 주의시대라농사를 지어도유기농이 인기다.텃밭에다 들깨를 심고한여름 열심히 물과 거름을 주어 길러몇 잎 따다가삼겹살에 싸서 소주한잔 하려했더니밤이슬이 또르르 굴러 떨어지고하늘이 비치도록전신이 온통 구멍투성이다.잎 뒤를 살펴보니그린 애벌레가 천연덕스럽게흰 그물을 치고오수(午睡)를 즐기고 있다.

이놈을 범인으로 잡아흰 접시위에 올려놓고다그쳤더니하늘은 푸르고 바람은 소슬한데 시도 쓸 줄 모르고할 일도 없고 하여유기농상표하나 그렸단다.

 

이놈마저 초고추장에 찍어 안주로 삼켜버리고 말까보다.

 

장미가시

        

장미농장을 경영하면서

제일먼저 친해진 것은

사나운 가시다

 

사랑을 받으려면 먼저 

사랑을 보내야 하는 것처럼

껴안으면

가슴을 찌르고

어루만지면

손바닥에 박힌다

그것은

미모와 향기의 이면에

깊숙이 숨겨둔 비수(匕首

 

우리 내외는

밤마다 돋보기 안경을 끼고

뾰족한 바늘로

나는 아내의 손에

아내는 나의 손에 

가시를 파낸다

 

어떤 한의사는

가시에 찔리면

수지침(手指針 맞는 효험이 있어

장수할거라고 위로하기에

우리 내외는 아픔을  참고

크게 웃었다

 

오늘도

장미 가시가

혼미한 세상 속에서

나를 파낸다

*The Best Pome & Poems by The International Library of Poetry(07)

 

산정호수(山井湖水)    

 

흐르는 세월 머물러

천년햇살 빛나고

 

 바람 멎어

 그림자를 담는

너는

하나의 거울

 

하늘기려

솔개보다

깊 푸른 눈매로

가냘픈 멧새의

숨결에도

가슴 떨어

붉게 물드는 마음이여

 

  청산되어

너를 품어

태고의 신비를 묻는

가을 한낮

 

초연한 걸음으로

산을 넘는

한줄기 푸른 구름-정용진, <산정호수> 전문.

*전중재 작곡가에 의하여 가곡으로 작곡되었음.

 

낙화.2

 

 

꽃이 지네

바람이 없어도

새들이 날지 않아도

꽃이 지네.

 

가는 세월을 못 막는

우리의 삶일지라도

열매를 향한

꽃의 열망은 막지 못하겠네.

 

꽃이 지면서

흐르는 눈물 사이로

봉긋봉긋 부풀어 오르는

싱그러운 열매.

 

사뿐사뿐

내려앉는 꽃잎마다

열매 맺는

사랑의 축가가

은은하게 울려 퍼지네.

 

낙화는

슬픔이 아니라

사랑의 아픔이어라

지는 꽃잎마다

방울방울 맺히는

윤기 흐르는

꿈의 열매.

 

, 찬란한

생명들의 환호여!

 

농부의 일기

 

나는

마음의 밭을 가는

가난한 농부.

 

이른 봄

잠든 땅을

쟁기로 갈아

 

꿈의 씨앗을

흙 가슴 깊숙이

묻어 두면

 

어느새

석양빛으로 영글어

들녘에 가득하다.

 

나는

인생의 밭을 가는

허름한 농부.

 

진종일

삶의 밭에서

불의를 가려내듯

잡초를 추리다가

땀 솟은

얼굴을 들어

저문 하늘을 바라보면

가슴 가득 차오르는

영원의 기쁨. * 권길상 작곡 가곡

 

빨래

    

아내가

맑은 물에 헹궈

깨끗이 다려준

옷을 입고

세상 속으로 나간다

 

바람이 불고

먼지가 일고

눈비가 오고

요설(饒舌) 난무하는

스산한 음지陰地

 

세심정혼(洗心淨魂) 마음으로

정결(淨潔해야  옷깃에

온갖 때가 달라붙는다

 

박꽃 같은 마음으로

문을 나서

구겨진 빨래 감으로

되돌아 오는 일상(日常

 

오늘도

하늘에는

아침 이슬로 씻긴

한줄기 구름이 

어머님의 손길로 바래진

옥양목 같이 

희게 걸려있다-정용진, <빨래> 전문.

          

 

훈장(勳章

 

오늘도

이른 아침부터

들에 나가

밭을 갈고 씨를 뿌렸다

 

석양

황금 양탄자를 밟고

문을 들어서니

땀에 젖어

이마에 붙은

진흙 반점을 보고

여보, 얼굴에 

그게 뭐요

아내가 묻는다

 

시인은

이렇게 적었다

이것은

농민의 훈장이외다-정용진, <훈장> 전문.

 

 

빈 의자

 

주님

의자 하나를

말끔히 닦아

대문 앞에 놓아두었습니다.

 

이 죄인의 집을

찾아 오셔서

문을 두드리실 때

탐욕에 가려

보지 못하고

마음이 닫혀

듣지 못하여

속히

문을 열어드리지 못 하더라도

용서하시고

잠시 앉아

기다려주십시오

곧 돌아오겠습니다.

 

주님을 향한

믿음으로 살리라고

다짐하지만

늘 반복하는 어리석음에

영안이 흐리고

육신이 지쳐 있음을

고백합니다.

 

오늘도

빈 의자에

먼지를 털면서

주님의 말씀을 상고합니다.

 

볼지어다. 내가 문 밖에 서서 두드리노니

누구든지 내 음성을 듣고 문을 열면

내가 그에게로 들어가 그와 더불어 먹고

그는 나와 더불어 먹으리라.“

 

, , 주님. -정용진, <빈 의자> 전문.

연가.2(戀歌.2)

 

靜山不言 萬年靑

綠水晝夜 回山去

吾愛戀慕 日日深

今夜夢中 願相逢

 

고요한 산은 말없이 만년을 푸른데

녹수는 주야로 산허리를 휘감고 흘러가네.

내 그대를 사랑하는 마음은

나날이 깊어만 가나니

오늘 밤 꿈에라도 임을 뵈올 수만 있다면... -정용진, <연가.2> 전문.

 

 

나의 연인 융프라우(Jungfrau)

 

님 그리워하는 마음

나날이 깊어

백옥장삼을 걸치고

억만년을 기다렸네.

 

기다리는 세월이 너무 길었다.

서있는 세월이 너무 길었다.

내 너를 찾아

구름으로 외지를 떠돌고

물결로 강산을 굽어 도는 동안

너는

고향마을 알프스 산록에서

주야 사시장철

춘풍추우(春風秋雨) 혹서동설(酷暑冬雪)

온 몸으로 안았구나.

 

기다림의 세월이 너무 길었다.

서있는 세월이 너무 오랬다.

숱한 세월의 맥박 속에

바람이

구름이

별빛이

눈비가

네 곁을 스쳐 지나가며

마음을 흔들고

가슴을 두드리고

옷소매를 잡아당겨도

곧은 절개로 버티고 서서

처녀의 머리위에

백발이 서렸구나.

 

날마다 너를 찾아온다, 온다하면서

고희(古稀)를 넘어 너를 찾아

흰 눈이 펄펄 내리는 3,454미터

알프스 융프라우 산정에 오르니

기다리다 지친 노여움으로

짙은 안개 커튼을 드리우고

얼굴을 숨기는구나.

 

타는 연정(戀情)

불길 같은 사랑을 억누르고

발길 돌려 떠나오는 내 마음 애닯어

따라오며 차창에 부딪치는 눈물방울

차가운 빗소리!

너의 발소리로 믿으련다.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내 너를 일찍 찾지 못하여

네 가슴에

만년설이 덮였구나,

내 너를 사랑하여

네 가슴위에 소복이 쌓인

흰 눈 위에

다섯 손가락을 펴서

나의 손도장을 찍어

카메라에 담아

울며 떠나가노라.

 

잘 있어, 또 올께

! !

나의 사랑

나의 연인

융프라우.

*융프라우는 알프스의 영봉으로 처녀라는 뜻임.

최고봉은 4,158미터 몽블랑으로 유럽 최정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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