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동화 서평 (박성배)

동화작가의 작품에 나타난 개성에 대해서 언급한 일이 있다. 작품은 역시 작가의 '뚜렷한 개성'이라는 매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글을 읽을때마다 느끼곤 한다.
두루뭉실하게 이야기 만을 만들어 낸 글은 프로정신이 느껴지지를 않는다. 스케이트를 처음 배우는 사람이 넘어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거나, 이제겨우 스윙하는 자세를 배우는 테니스 초보자 처럼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데만 신경 쓴 글을 작품이라고 내 놓는것도 심심찮게 본다. 유독 아동문학쪽 에서 많이보인다.
그래도 그런사람들이 더 설치고, 활개치는 마당이 또한 아동문학 마당이라는것을 아무도 부정하지 못할것이다.

이번 달에는 첫 동화집을 낸 정해정 작가의 <빛이 내리는 집>을 감상해 보고자 한다.
정해정 작가는 이십여년 전에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핸드백 노점상을 하는등 이민초기에 겪는 어려움 속에서 '나' 라는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 하면서 뒤 늦게 글을 쓰기 시작한 작가이다.
문학에 대한 쟝르도 시로 시작하여, 수필 소설을 거쳐 동화로 들어선 전력을 갖고 있다. 먼 길을 걸어오긴 했지만  깊이 있는 동화를 쓰기위한 정도를 걸어온 셈이다.

<빛이 내리는집>에는 모두 8편의 단편동화들이 실려 있다.
8편의 동화들의 공통적인 특징을 몇가지 적어본다.

첫째 이야기의 흐름이 잔잔하다는 것이다.
이야기의 뒷 부분에 어떤 내용이 펼쳐질 것인지 가슴 두근거리면서 호기심을 갖고 읽기보다는 잔잔한 호수를 노 저어 가거나 들판을 산책하는 기분으로 글을 읽게 된다.
이런점은 어떻게 보면 단점이 될수도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단점으로 느껴지기 보다는 정해정 작가의 작품성향 즉 개성으로 느껴진다.
둘째는 이야기가 잔잔하게 전개 되지만 끝 마무리 에서 살짝 치켜 올린 동양화의 붓 놀림처럼 판타지 세계로 들어서는 묘미가 있다.
독자들을 무리하게 판타지 세계로 끌어 들이려는 억지 스러움이 보이지 않고정말 자연스럽게 마치 안방에서 현관으로 나오듯이 가볍게 환상적인 공기를 호흡하게 한다.
샛째는 이야기의 소재가 특별하지 않고, 일상 생활 속에서 남다른 관찰력으로 얻어진 소재라는 점이다. 이점 역시 장점인 동시에 단점이 될 수 있다. 소재가 진부하다는 말을 들을 수 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상 생활의 소재가 한국이 아닌 미국이라는 점과, 등장 인물들이 진부함을 벗어나고 있다. 일상 속에서 작가의 눈으로 본 모습들이 마치 햇살이 내리듯 도란도란 이야기 하는 멋은 있다. 그렇지만 집중하는 시간이 짧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쓴 동화라는 것을 감안 한다면 어떤 특별한 소재를 잡아 기승전결의 묘미를 살리는 글을 쓰느냐 하는것은 앞으로 정해정 작가가 풀어야 할 과제일 것이다.

8편의 작품중 <아기와 방울토마토> 는 작가의 개성을 가장 잘 나타낸 작품중에 하나가 아닌가 한다.
어린 소녀같은 미용사가 아기가 생겼다는 의사의 진찰을 받은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미용사는 뱃속의 아기가꼭 방울 토마토 같이 예쁠것이라고 상상 하면서 토마토 모종을 사서 심는다. 그 모종에 하얀꽃이 피었다지고, 초록색 작은 열매들이 맺혔을 때 소녀같은 미용ㅇ사는 갑자기 배가아파서 덜 자란 아기를 낳게 된다. 태어난 아기는 눈의 신경이 아직 만들어 지지 않아서 앞을 볼 수 없게 된다.
'제인'이라는 이름을 갖게된 아기는 눈이 보이지 않는것 말고는 예쁘게 잘 자란다.
       *        *       *

아줌마는 제인의 볼에 아줌마의 볼을 가만히 대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빠알간 방울 토마토를 만지작 거리고 있는 제인의손에 입을 마추었습니다. 그때 아줌마의 입술이 방울 토마토의 빠알간 입술을 살짝 건드렸습니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요? 아주 작은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를 아줌마는 똑똑히 듣습니다. 그 노래소리는 아줌마의 귀를 간지럽게 스치고 지나가서 제인이의가슴속으로 들어가는것 같았습니다.

      방울토마토는 빠알간 색으로 익어
      아기의 조그만 손에 놓여 있어요.

      방울토마토는 너무나 행복하답니다'
      아기는 가만가만 노래불러요.

      "아기장님 제인은 눈이 손이래요"
      "아기장님 제인은 손이 눈이래요"

이 동화의 끝 부분이다. 태어나면서 앞이 안보이는 아기지만 감각으로 모든것을 느낀다는 것을 방울토마토의 노래로 보여주고 있다.
동화의 처음 부분에서 일상의 모습으로 방울토마토 모종을 사서 심는 이야기로 시작해서 끝 부분에서 환상적인 분위기로 행복을 표현하고 있다.
정해정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읽다보면 마음이 차분해 지고,안개처럼 스며드는 일상의 행복을 느낄수 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1 금테 안경 [1] 정해정 2009.09.10 1596
100 밤에만 향기나는 꽃 정해정 2009.02.01 1554
99 꼬마 마술사 비두리 정해정 2010.01.09 1471
98 세월은 파도처럼 정해정 2009.07.26 1248
97 메이플 애비뉴의 비둘기들 정해정 2007.03.18 1230
96 깨져버린 거울 정해정 2007.02.21 1099
95 고해성사 정해정 2009.09.10 1053
94 그림 같은 시, 시 같은 그림 정해정 2009.03.07 1037
93 비둘기 발가락 정해정 2007.05.12 1023
92 수호천사 정해정 2010.06.07 1012
91 봄편지 정해정 2010.03.12 969
90 가을하늘 정해정 2010.03.09 940
89 황제 펭귄 정해정 2006.02.15 928
88 개똥벌레의 여행 정해정 2009.03.14 904
» 일상의 행복을 잔잔하게 이야기한 동화들 "빛이 내리는집" 정해정 2007.05.05 893
86 바람 (신년시) 정해정 2009.02.02 884
85 파리 정해정 2006.02.10 840
84 기러기 정해정 2007.04.26 831
83 파도 소리 정해정 2007.02.15 822
82 가을 기차 정해정 2009.01.28 809

회원:
1
새 글:
0
등록일:
2015.06.19

오늘:
0
어제:
0
전체:
34,4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