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솥밥 한식구

2007.04.01 11:42

정해정 조회 수:478 추천:56

배고픈 북녁동포를 돕자고 한창이다.
국 내외에서 한국인 단체마다 각기 다른 구호로 도움을 외치고 있다. 수 십가지 구호가 다 같은 뜻인데도 유독 내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구호가 있다.

강원도 있는 가톨릭 단체에서 내건<한솥밥 한식구. 지갑및 손수건 지니기 운동>이라는 구호이다. 설명에는 <빵도 하나, 우리도 한몸. 고린도 전서 10장 17절>이라고 해놓고
“우리겨례는 한솥밥 한식구 입니다.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고, 지갑에는 사랑을 담아 나눕시다.” 지갑과 손수건을 작은 값으로 팔면서 모금을 한다는 소식이다.

내가 초등학교 시절. 6.25전쟁 직 후 우리국민은 선진외국으로 부터 구호물자를 받았다. 그 시절 국민들에게 어느정도 고루 배당이 되었는지는 몰라도, 섬 구석 까지 구호물자가 들어갔다.
그때 우리집에서는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다가 피난 내려온 작은오빠가 아버지 소유의 섬들을 둘러볼겸 섬 사람들에게 구호물자 설명을 해줄겸 섬에 갔다.

이미 섬 사람들은 ‘레이션 박스’라는 식품 상자 하나씩 을 받고 풀어보니 너무나도 생소한 내용물 들이었다. 서로 상의해서 상자속에서 나온 종이팩에 든 커피가루는 물에 개어 고약으로 썼고, 치즈 덩어리는 세수비누로 사용했다. 소금알갱이가 다닥다닥 붙은 얇은 비스킷은 맛이 없어 퉤퉤 하고 뱉었고, 그나마 고기깡통은 물을 붓고 푹푹 삶아 국물을 한대접씩 훌훌 마셨다.

이 사실을 섬에서 돌아와 식구들에게 들려주며 쓸쓸히 웃었던 작은오빠의 표정이 지금 눈앞에 선하게 떠 오른다.
구호물자를 보내준 사람들이 다른 문화권에서 살아온 사람들로 한솥밥을 먹는 한식구가 아니여서였을것이다. 지금은 지구 곳곳에서 굶어 죽어가는 사람들도 가만히 앉아서 기사로, 화면으로 방송으로 생생하게 보고 알고 있다.

한 솥밥이란 한 솥에서 한 밥을 함께 먹는다는 뜻으로 공동체의 유대관계를 의미한다. 의리를 지키는 일심동체, 몸은 여럿일지라도 마음은 하나라는 뜻을 말할때 한솥밥을 먹는사이라고 한다. 핏줄을 무엇보다 중요시했던 선조들이었기에 한솥밥이란 한핏줄이라는 뜻도 되겠다. 이해관계를 떠나서 피와 정이 통하는, 그래서 사람과 사람, 마음과 마음이 맺어질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관계가 한솥밥 먹는 사이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

우리가 흔히 쓰는 말중에 ‘팔은 안으로 굽는다’라는 말이있다. 피부색깔이 같고, 얼굴 생김이 같고, 같은말과, 글자를 쓰는 한솥밥 한식구가 이웃에서 배가고파 죽어가고 있다. 이 비참한 모습을 대하며 가슴이 저려오는 느낌은 우리민족이 한결 같을꺼라 생각된다.

세계지도를 펴놓고 보면 거대한 중국땅 아래 대서양 태평양을 양옆에 끼고 달랑달랑 메달려 있는 조그만 우리나라. 거기다가 허리까지 두 동강이 나 남과 북이 갈라졌다. 한쪽을 흥청망청 넘쳐난다는데, 한쪽은 굶어 죽어가는 형상이라니…

나는 고개를 젖히고  우리나라가 있음직한 먼 하늘을  바라본다.
<우리겨례는 한솥밥 한식구 입니다. 손수건으로 눈물닦고, 지갑에는 사랑을 담아 나눕시다> 하는 구호가 은은하게 들리는듯 하다.
정신을 한번 바싹 차려본다.

필요이상으로 식품을 구입하고 있지는 않은가, 냉장고 에서 썩어나가는 식품은 없는가. 과식을 하고 있지는 않는가. 분수에 맞지않은 낭비를 하고 있지는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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