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야기

2007.04.04 13:50

정해정 조회 수:427 추천:34

<한 잔 먹세 그려/ 또 한잔 먹세 그려/꽃 꺾어 산 놓고/무진무진 먹세그려/ 이 몸 죽은 후면/지게위에 거적 덮어주리어 메어가나/유소 보장에 만민이 울어예나/어욱새 속새 덥기나무/백가마무 가기곳 가면/누른해 흰달 가는비 굵은눈/소소리 바람 불제/ 뉘한번 먹자 할꼬/하물며 무덤위에 잔나비 휘파람 불제/ 뉘우친들 어떠리.>

나의 직계 17대 선조인 송강 정철이 무상한 날을 술로 달래며 쓴 일종의 권주가인 <장진주사>라는 시조이다.
예나 지금이나 술에 대한 예찬을 한 문필가 들은 수도 없이 많다. 술이라고는 한 모금도 못마시는 나 이지만 이 시조를 지은 송강 할아버지를 나는 멋있는분 으로 생각하며, 송강이  내 선조라는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나는 미국땅에 살면서, 한글로 글을 쓰는 사람이기 때문에 한국 TV를 즐겨본다. 한국도 경제가 급 성장을 해서 초 호화판 생활수준은 어제오늘일이 아니라 놀랄것도 없다. 그러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술을 폭주하는 장면은 매번 눈에 거슬린다. 남녀를 가릴것없이 의식불명이 될 정도로 술을 퍼 마시는 장면은 회마다 거듭거듭 나온다.

더욱 놀랄일은 소녀티가 가시지않은 어린 여자아이들도
“차 한잔 마시며…”해도 될일을 “술 한잔 마시며…” 라는말로  아무렇지도 않게 그 여리고 고운입에서 나온다. 술집이나 포장마차 에서 독한 술을 물마시듯이, 아니 물보다 더 쉽게 마신다. 병째 들이마시는 장면도 쉽게 볼 수 있다.

십여년전으로 기억한다.한국인이 세계에서 가장 술을 많이 마시는 국민으로 통계가 나왔다.스위스 였던가. 어느 알콜 전문학자가 분석한 것으로 한국인이 구미인보다 알콜을 분해하는 속도가 빨라 체질적으로 술을 잘마시고, 잘 삭인다고 했었던것 같다.

그것보다도 마시는 방법도 문제가 있지않나 생각이 든다. 자기가 좋아하는 술을 마실만큼 따라 향을 음미하며 즐기는것과, 잔을 돌려가며 억지로 마시게하는 우리네의 오래된 관습에도 문제가 있는건 아닐까.

술이란 알맞게 마시면 몸에 힘을 북돋아 주고, 피로를 덜어준다. 혈액순환을 돕기도 하고 술자리에서의 대화는 엉킨 일을 해결하는 실마리를 풀어주기도 한다. 술의 흥취는 신명과 멋이 따라 내성적인 우리 민족은 명절이나 잔치때 술을 마시고 가무를 즐겼다.

정초에 마시는 술은 무병장수를 비는 마음이요, 겨울에 마시는 술은 추위를 막고, 언몸을 녹이며, 요기를 나누는 표시였다. 또 술은 인간관계에 있어 생명과, 피와 동일시 했다. 중국인은 무슨 맹세를 할때 서로 피를 내서 술에 타 마셨으며, 기독교의 성찬식때는 피 대신 포도주를 마신다.

우리 선조들은 벗 중에 술벗을 제일로 치고, 손님을 대접할대 술이 있어야 융숭한 대접으로 쳤다. 설령 술이취해 실수를 저지르고, 술이 깬후 뒤퉁수 한번 긁적이면 너그럽게 용서가 되는 애교있는 실수로 봐주기도 했다.

요즈음 은 어떤가.
생겼다 하면 술집이요,술을 마시는 연령도 급속히 내려갔다. 날마다 신문과 방송에는 술로 인한 범죄가 인간을 파괴하고, 사회를 파괴하는 보도로 꽉 찼다.
사람은 무엇에나 <적당히>를 지키는 것이 어려울까. 보약도 지나치면 독약이 되듯이…

남녀노소가 쉽게 즐기는 TV오락 프로그램은 도가 넘치게 폭주하는 장면을 날마다 싣는다. 그것으로 폭주를 당연시 하도록 부추기는 일은 삼가해 주기를 바래는 마음은 나혼자의 바램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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