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우리 며느리

2008.05.20 03:51

장정자 조회 수:657 추천:50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허점  투성이에  부끄러운  시엄마다.
그에  비해  우리  며느리는  매사에  사려가  깊고  단아하며  인내심도
많을  뿐  아니라   또  제  부족한  시부모가   어쩌다  마음에  안  드는  행동을 해도  결코
내색  한번  하는  법없이    다소곳하게  웃으며  대한다    
그에  비해  나는    지혜도  부족한데다  충동조절도  잘  하지  못하여  실수도 많고  또  웬  
잘난척은  그리도  해대는지,  내가 생각해도  한심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런데다가  또  태어나기를  다섯  남자들  틈에  여자라고  겨우  막내로
태어나서  자랄  때부터  남자기질을  갖고  그  틈바구니에서  생존하려니
나도  모르게  극성스러워지고 자연히  남자같은  행동이  몸에  베어서 그런지
아무것도  아닌일에  소리를  크게  지르기도  하고 흥분하기도  잘해서  도무지 여성스러운  구석이  
하나도  없고  또  시어미로써  조신하지도  않다.
하나님이  허물투성이인  그런  나를  불쌍히  여기셨는지  그래도 속마음은  여리고  
애잔하게  창조해  주셔서  겨우  조금은  다정한  인간미(?)하나로  이제껒
버티어  오고  있다.
그렇지만  실수가  많고  판단력이 부족한  나를  생각하면  항상 고개를  들 수  
없을  정도로  부끄러울  때가  많다.  
어제는  또  참으로  낯  뜨거운  실수를  했다.
이건  순전히  위에  언급한  실수가  아닌  불가항력적인  몸상태로
인한  어처구니  없는  실수였다
하이고,  지금  생각해도  어이없고  등골이  서늘한  일이라  다시한번
얼굴이  달아  오른다
며느리와  딸이  황급히  수습을  해  준데  대한  고마움에  더욱  그렇다.
얘기하자면  이렇다
어제는   남편의  생일이었다
자연히  아들내외,  딸내외  그리고  아이들  까지  다  모여서  외식을  하고
난  뒤  케익을  막  짜르려고  소파에  앉았다
그때  갑자기  외식한  것이  불편했는지  화장실에  갔다가  다시  앉았다.
그러다가  또  무슨일이  갑자기  생겨서  부리낳게  일어나는데  
딸이  외마디  소리를  질러댄다
깜짝  놀라서  돌아보니  내가  앉았던  자리에  웬  피가  흥건히  고여  있는게  아닌가!
아차,  조금전에  화장실  갔다  나올  때  잠깐  피가  보였지만  대충
처리하고  나왔는데  그게  계속  주루룩  흘러  나왔었나부다.
너무나  당황하고  놀라서  나는  그걸  미쳐  치우기도  전에  얼른  화장실
부터  뛰어갔다
내겐  누구에게도  말못하는  고질병  하나가  있는데  그건  다름아닌
변비가  있어서  신경을  많이  쓰거나  피곤하면  항문이  찢어져서
피를  철철  흘릴  때가  있는  것이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그만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화장실에  갔다가  물수건을  가지고  소파를  닦으려  왔더니  글쎄
이미  다  닦여져  있지  않는가?
벌써  며느리와  딸이    닦아  놓은  것이었다
손가락에서  나온  피라도  그걸  닦는다는  게  쉽지  않을텐데  아니
이건  그것과  다른  것이  아닌가.
또  딸은  내  몸에서  태어난  내  핏줄이라  그렇다  해도  며느리는
그게  어디  쉬운일인가.
조금도  싫어하지  않고  오히려  안쓰러운  마음으로  흔쾌히  시엄마의
피묻은  소파를  닦아낸  며느리가  얼마나  귀하고  보배롭고  미안한지
속으로만  "고맙다,  고맙다"했다.
너무나  부끄러웠기에  겉으로는  드러내지도  못했다
며느리는  아들을  통해  내  집으로  시집와  자신의  혈육을  낳고  사는
한갖  "법의  자식"밖에  더  되는가?
그런데 깨끗지  못한  그것을  거리낌없이  씻어준  것이다
그  희생의  결정은  누가  뭐래도  사랑에서  울어  났음을  나는  안다
내가  어떠한  곤경에  처하더라도  우리  며느리는  나를  저토록  사랑해
줄  것을  확인하고  나니  더욱  실수  많은  내가  부끄러워  어젯밤은
잠까지  설쳤다
요즈음은  모두가  고부갈등을  얘기한다
아니,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  고대시대  부터  이어져  온  영원한
"숙제풀기" 라고들  말한다
그만큼  서로를  멀리하고  싫어하고  가까이  하기를  꺼려하는  데서
생겨난  말일게다.
나  역시  그러려니  하고  별로  며느리에게  잘  한게  없으니  나도    기대를  하지  않았으나
언제부터인지  우리사이는  무슨  말이던지  터놓고  얘기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흉허물  없는  관계가  되어  전화를  거의  매일같이  하는데
한번  시작한  통화는  거의  한시간을  얘기한다.
그것은  아마도  서로에게  있는   허물만을  보는게  아니라  그  넘어  계시는  하나님의  창조하심을  믿는 절대적  믿음과  실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가치관의  다름을  인정하고  최소화  하기  위한  애씀의  결과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전화할  때  마다  무엇이  그리  웃을일이  많은지 깔깔대고  웃다보면 후딱
시간이  가  버린다.  
오죽하면  우리집  그이가  핀잔을  다  주는것이  
"어!  거  시엄마  체면  좀  차려"라고,,,,그렇지만  속으로는  
고부간의  화목함을 보고  내심  흐뭇해  하는  것을  나는  안다.
아닌게  아니라  들은  얘기들도  있고  해서  내가  너무  주책들  부리나  싶어  "얘, 이렇게  오래해도
괜찮니?하고  묻곤  하지만  얘는  그때마다  나를  안심  시킨다
그래도  나는  생각한다  
자꾸  시간을  뺏으면  안되겠다고.....,   덜  주책을  부려야  겠다고,,,,,,
요즈음엔  서둘러  전화를  빨리  끊는  편이다
나는    며느리한테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항상  허둥대며  실수많은  나보다는  매사에  인내심이  많고  차분하며
게다가  이성적이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씀씀이를  배우려  한다
제게  있는  것은  무엇이든  나누어  주려고  무던히  애쓰는  그녀에  비하면
나는  얼마나  부족한  게  많을까  싶은데도 한번도  내색하지  않고 더많이  감사하는  우리  며느리가
내겐  멘토이자  영원한  친구다
  미  인  대  칭  하는  우리  며느리는  내게  보물같은  존재이기도  하고
활짝  안아주고  싶은  시들지  않는  꽃같은  자식이다.
                                               장  정자

+ 미  인  대  칭=미소짓고  인사하고  대화하고  칭찬한다의  줄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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