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랬을까

2011.06.18 04:04

장정자 조회 수:448 추천:32

   쫒기듯  살다보니  일상이  황당하다
해  놓은  구석없이  바쁜것은  아닌데  바쁘다
이제  갓  돌  지난  아이는
어디서든  꽃만  보면  황급히  코에  대고  향기를  맡는다
아직  세상을
그리고  세월을  모르는  즈음에
꽃향기는  어쩜  세상냄새  일거라고
굳게  믿고  있을  그녀에게
차마  입을  뗄  수  없어  아릿하다

  살아보니  왜  그랬을까
후회도  연민도  주렁주렁  엉겅퀴를  이루는데
다시  돌이키지  못하고
덩그마니  홀로  그림자  드리우고
부끄러움에  숨고  싶은  자아를
드러내  놓고  이렇다  할  발자욱  들킬  것  같아
속절없이  두렵기만  하다

   왜  그랬을까
아이가  꽃향내  맡으며  행복할  때
나는  왜  말을  못  해줄까
향기는  다만  꽃이  피기까지  바람에
흔들리고  모진  겨울  폭풍을  가슴으로  참아  냈기에
눈물로  모든  수액을  걸어내기  힘들어
향기를  대신  내뿜는  거라고
아이가  아직  무슨  꽃이  피었건
땅속에  피어  올리는  꽃이라도
온  몸을  던져  기어이  향기를  
마시는  저  모습은
차마  아서라  
눈물의  서사시를
읊을  수  없다

   아이는  왜  그랬을까
꽃이  무엇이기에  그토록
향기를  맡으려  
이제  걸음마  겨우  내딛으며  저리도  
반길까
세상에  모르는  일이  하  많으니
아직  그  아이에게  물을  수  없다
세월이  지난  후  그때는
이미  세상이  그리  향기롭지  않다는  걸
안  그  즈음일  것이기에
그  때
무엇으로  말을  해야  할지
지금부터  꽃향기  말고
사람에게도
향이  있다는  걸
말하려  준비해야  겠다

   왜  그랬을까

  꽃!  
그  향기를  맡으려  
버거운  걸음으로  달려가는
저  뒷모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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