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녕 가려는가?

2011.10.27 01:16

장정자 조회 수:315 추천:24

  이제  고국으로의  역이민을  확실히  결정  한  너의  심중을  듣고나니
내  마음  한켠에  물밀듯  몰려오는  회한을  말로  다  풀  수가  없구나
27년  전  6월
7살  9살  된  너와  동생을  데리고  이  황량한  미국땅에  발을
들여  놓았던  날을  떠올려  본다
그  때의  암담하고  무서웠던  기억은  지금도  어떻게  다 그  모진  시련을
뚫고  예까지   왔는지  그저  꿈만  같구나
공교롭게도 이제  네가  8살  5살  된  네  아들  딸을  데리고    한국을
향해  가니?
그  때의  아빠엄마  입장  보다는  지금의  네  처지가  훨씬  유리하고
좋은  조건임엔  틀림  없지만  그래도  이  어미로서는  참으로  염려되고
아득하기만  하다
여기서  공부하고  여기서  결혼을  하고  여기서  아이  둘을  낳고  여기서
행복하게  일가를  이루고  살다가  모든  걸  털어버리고  훌훌  나라를
옮겨  가  살겠다고  떠나는  너를  어찌  그냥  편안히  볼  수가  있겠느냐
당장  가서  짐을  풀면서  부터  밀려오는  생각지도  못한  마찰들이
얼마나  많겠으며  어릴  때  미국에  와서  자란  네가  낯선  한국에서의
모든  정책들을   잘  받아  들여  질 수가  있겠는지
당장의  일상들이며  아이들의  혼란이나  당황스러움,  바뀐  환경들에
제대로  잘  대처를  할런지  등
한국은  아직도  허례허식이  많아  남의  시선을  무척이나  의식하며  사는  
곳인데  자유분망한  이곳에서  살았던  너의  사고방식  으로는  그런  것을  
잘  수용하고  따를  수  있는지도...
이  어미로서는  너무나  염려스러운  게  많은  데
이  모든  걸  불식시키고  그  낯선  곳에  가서  잘  헤쳐  나갈까?
네  혼자  몸이  아닌  네식구를  책임  진  너의  어깨가  얼마나  무거울까?
이  어미는  하염없이  너를  생각하며  깊은  회한으로  목이  잠긴다
잠시  지난  날을  생각해  본다
그  때  어린  너희  남매를  그냥  방치하다시피  하며  새벽부터  나가서
일만  했던  것도,  너희가  학교에  가서  얼마나  언어장벽으로  인해
고통스러웠을  것도  감안하지  못하고  한번도  학교에  찾아가서
관심을  표하지도  못했던  일하며  밤낮없이  아빠엄마는  너희들  보는
앞에서  싸움질만  했었고  이루  말  할  수  없는  폭언과  폭력을
행사했던  일들을  떠  올려  볼  때  너희는  참으로  잘  인내  해  주었고
의젓한  자세로  한번도  속  썩이지  않게  잘  자라  주었단다  
참으로  고맙고  미안하다
너는  늘  엄마에게  착하고  순종하는  아들로,
믿음직하고  듬직한  아들로,
내게  삶의  끈이  돼  주었다
어미로서는  하나도  본이  되어  주지  못하고  항상  불평만  했었다         네게..
모든  걸  사죄한다  용서하거라.  부디  
태평양을  건너면서  모든  나쁜  기억들은  죄다  바다  저편으로  던져  버리고  
좋은  기억들만  가져  가기  바란다
사랑하는  아들아!
너는  참  좋은  아내를  맞아  가정에  화목을  끼치게  해  주었다
사이좋은  고부가  되어서  무슨  말이든  터놓고  얘기  할  수  있는
아름다운  관계로  살아  온  것을  무엇보다  기쁘게  생각한다
나는  참으로    우리  며늘아이를  사랑한다
내  피붙이  이상으로..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면  언제  그  사랑을  만끽할까  싶으나  서로  
기도하는  길이  열려 있음으로  걱정하지  않으련다
부디  가거들랑  한아름  좋은  소식만  전해져  오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잘  가거라  내 아들  내  가족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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